2019년 7월 20일 토요일

[노르웨이도시텃밭이야기] 3 - 텃밭의 다양성! 다름을 받아들이는 사회!


안녕하세요? 더 자주 가까이서 수다하듯 글을 남기고 싶은데 벌써 한 달이 지났고 이제서야 소식을 전합니다. 무더위에 어찌 지내세요? 이 곳 오슬로는 이제 막 여름을 시작했어요. 그리고 요즈음 밭에서 수확한 상추나 파 같은 것들을 먹을 수 있습니다.

노르웨이는 국토의 3프로 가량이 농토이고 대부분의 채소와 과일을 인근 나라들에서 수입하고 있어요. 노르웨이산 채소라 하면 당근과 감자 정도이고 요즘은 근교에서 재배한 딸기를 사 먹을 수 있습니다. 농업보다는 수산업이 발달한 나라이지요. 우리에게 노르웨이산 연어와 고등어가 친근하듯이~


복센엔가텃밭의 다양한 생명들을 소개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복센들판 우리들의 텃밭에 자라는 귀한 작물들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올해 이 곳의 공동체 밭에는 대략 25종의 작물을 심었습니다. 파종을 하기 보다 온실에서 모종을 만들어 노지에 옮기는 방식으로 했습니다. 감자, 양파, 오이, 호박, 시금치, 콩 그리고 잎채소류와 가지마다 열리는 방울다다기양배추 등을 심었고 각종 허브들이 있습니다.

한데, 올해 오슬로 날씨가 작물이 발육하기에 매우 악조건 이예요. 잦은 비로 현격히 부족한 일조량과 세찬 바람, 또 한 낮에도 20도를 채 넘지 않는 낮은 기온으로 작물들이 생장 속도를 내지 못하는 듯 보여요. 작물의 발육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잘 모르겠으나, 어제 밤 문득 자정이 돼서야 지고 새벽 2시경 다시 뜨는 해를 보면서 이 백야 현상이 한 철 쑥 작물들이 자라는데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는 천진난만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텃밭에서 자라는 작물들, 개인들이 가꾸는 밭의 풍경 등을 그대로 전하고파 동영상으로 담았습니다. 솜씨 없는 촬영과 여러모로 미흡한 영상이지만 올려봅니다~~

[텃밭 소개영상]


[공동텃밭 사진들]













다름을 인정하는 것, 그것이 이 사회의 자존심이라는 걸 배운다.

이 곳 학교들은 여름방학을 맞았고 많은 사람들이 휴가를 떠났어요. 본래 조용한 오슬로 도시인데, 저희가 사는 동네는 텅 빈 거 같아요. 딸아이가 다니는 유치원도 다음주부터 삼 주간 방학을 합니다. 며칠 전 딸아이의 등원 길에 유치원을 떠나는 한 아이와 엄마들을 만났습니다. 그 아이는 양 손에 각각 엄마들의 손을 잡고 유치원 문을 나서고 있었어요. 아이의 손을 잡은 엄마들은 그 아이의 두 엄마예요.


유치원에 걸린 무지개깃발
2주전, Pride 주간(퀴어축제)를 맞아 딸아이가 다니는 유치원 건물 입구에는 무지개깃발이 걸렸어요. 그리고 아이들은 축제를 기념하는 몇몇 활동들을 했습니다. 매, 오슬로 시내에서는 집권당을 비롯한 여러 정당들이 참여하고 시민들이 즐기는 퀴어축제가 열립니다. 하지만 작년 딸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는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올해는 Pride 주간을 정하고 그와 관련한 활동들을 한 것이 지난해 가을부터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한 바로 이 아이를 위한 유치원의 배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섯 살인 딸아이는 간혹 다른 친구들처럼 노르웨이 식의 이름을 갖고 싶다고 하고 친구들과 다른 자신의 외모에 불만을 말하곤 합니다. 비록 여섯 살의 어린 나이이지만 차이와 다름 그리고 배제와 배려가 무엇인지 알아가는 딸아이에게 Pride 주간 유치원에서 한 활동은 특별한 의미가 있었습니다. 그 기간, 아이는 "모든 사람은 다르고 그래서 엄마와 나, 아빠와 엄마가 다르다"고 이야기 하더군요.


복센엔가 여름텃밭학교에 참여한 아이들
며칠 전, 유치원에서 만난 가족의 모습은 분명 낯설고 또 누군가는 그들을 비난의 대상으로 삼기도 합니다. 저는 간혹 밭일을 할 때, 그 이름과 존재의 의미를 모른 채 마주하게 되는 크고 작은 동식물들과 나는 서로가 의지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이미 함께 살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다른 취향을 가진 사람들 그리고 나와 다르게 보이는 삶을 사는 사람들, 더 나아가 자연 속의 많은 생명들을 전부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다만 무엇으로 연결되어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나를 살리는 또 다른 존재가 있다는 것은 저에게, 나 또한 배려하며 살아야 한다는 공생의 텃밭이 주는 또 하나의 수확물입니다.


7. 5.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댓글 1개:

  1. 어머~~ 이번엔 영상까지 찍으셨군요! ㅎㅎ
    텃밭을 생생한 영상으로 볼 수 있으니 참 좋습니다^^
    텃밭으로부터 사회의 다양성을 이야기 하는 아주 의미있고 좋은 글이네요!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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