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14일 화요일

[텃밭에서읽다] 시애틀의 공동체텃밭 운동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김충기


시애틀의 피-패치(P-patch)운동

시애틀은 미국에서 도시농업 커뮤니티가든(Community Garden, 도시텃밭)이 가장 발전한 도시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시애틀의 커뮤니티가든은 ‘피-패치(P-patch)’라는 고유명사를 사용하고 있다.

시애틀 최초의 피-패치는 1973년에 만들어진 피카르도 팜 피-패치(Picardo Farm P-patch)다. 피-패치 일대에서 넓은 농장을 운영하던 피카르도 농장주가 농장 일부를 워싱턴대학 농업학과 학생들을 위한 실습장소로 제공한데서 시작됐다. 학생들이 실습을 마친 후에 수확한 농작물을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과 나누기 시작하면서 시애틀 특유의 ‘공동체텃밭 운동(피-패치 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시애틀의 도시농업은 피카르도 농장의 P와 자투리땅(patch)으로 대상지를 넓힌다는 의미로 피-패치(P-patch)가 됐다. 시애틀시의 마을 만들기 사업을 총괄하는 마을공동체국(Department of Neighborhood)이 1990년 신설됨에 따라 현재는 마을공동체국 피-패치 부서(P-patch Community Gardening Program)가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2016년 12월 기준 시애틀에는 피-패치가 88개가 있으며, 구획 3055개에서 시민 68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연간사용료는 10ft×10ft(약 9.3㎡)에 43$, 10ft×20ft 57$,  10ft×40ft - 85$fh로 규정되어 있다. 이 사용료는 토지에 대한 임대료로 피-패치의 대부분은 시유지나 공공시설의 유휴지에 위치하고 있어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시민들이 피-패치를 이용하려면 시애틀시의 피-패치 프로그램으로 신청해야한다. 2016년 12월 기준으로 대기자가 1,000여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대기자들이 텃밭을 분양받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은 텃밭별로 차이가 있지만 3개월에서 4년까지 걸린다. 이렇게 매년 신규차로 참여하는 비율이 25%정도이다. 시에서는 피-패치 참여자들에게 수도시설과 퇴비를 공급한다. 임대료가 부담되는 사람들에게는 재정지원이 가능하다.

피-패치 커뮤니티가든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임대료외에 지켜야할 것이 또 있다. 연간 8시간 이상의 자원봉사를 의무적으로 해야하고, 자신에게 분양된 텃밭을 방치해서는 안되고 전체를 경작하여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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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 피카르도 피-패치 커뮤니티가든
피카르도농장에서 이어진 피-패치 운동은 시에서 지원하고 텃밭운영의 주체는 텃밭참여자들이다. 민관의 협력과 역할이 잘 나뉘어져있으며 이를 통해 지역사회 공동체형성과 유지의 기능을 하고 있다.


커뮤니티가든(P-patch Community garden)의 조성과 운영

시애틀시청의 마을공동체국 자료에 따르면 피-패치 조성을 위한 단계별 흐름도를 제시하고 있다. 토지의 확보 여부 부터 조성 기금모금을 위한 안내와 연결, 프로젝트리더, 핵심리더그룹, 재무담당, 소통담당 등 공동체의 역할조직, 텃밭 디자인, 텃밭조성(Building)에 있어서 고용해서 할지 자원봉사활동으로 할지 등의 역할과 경작, 개장, 구획에서 배정까지의 전체과정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안내하고 있다.

텃밭의 조성에 필요한 재원부터 운영에 들어가는 기금은 다양한 방식으로 조달한다. 일반적으로 마을공동체 매칭펀드(NeighborhoodMatching Fund)’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매칭할 수 있는 기금을 자체적으로 조성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텃밭참여자들은 바자회를 열어 공동텃밭에서 생산된 블루베리로 잼을 만들어 판매하거나 양봉으로 생산한 꿀을 판매하는 등 자체기금을 마련하는데 힘을 쓰고 있다.

텃밭을 조성하고 지원하는 것은 시애틀 마을공동체국에서 담당하고 있지만, 텃밭을 운영하는 주체는 텃밭에 참여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활동으로 이루어진다. 공동체의 활동을 통해 자율적으로 운영되기 위한 리더십을 세우고 지원하는 역할이 시가 하는 일이다.

텃밭운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리더십을 세우는 것이 공동체형성에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리더십프로그램을 행정에서 지원하는 것을 중요시 여긴다. 텃밭리더들은 시의 공무원과 함께 텃밭 전체를 총괄하는 리더역할을 하게 된다. 그 외에도 의사소통관리자, 토지모니터, 퇴비관리자, 창고관리자, 자원봉사시간보고자, 푸드뱅크관리자, 워크파티(Work Party) 리더 등 다양한 역할을 운영할 수 있도록 조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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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 - 브래드너 텃밭공원, 퇴비간이 중요한 공간에 조성되어 있고 자원봉사활동을 통해 부산물을 퇴비로 만들고 있다. 공원부지의 주택개발을 시민들의 힘으로 막고 대안적인 형태의 텃밭공원을 제안해서 조성된 브래드너 텃밭공원은 경관이 뛰어나고 여러가지 공원적인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

시애틀 피-패치 88곳 중에 53개의 텃밭에는 기부텃밭(Giving Garden, Food Bank garden)을 운영하고 있다. 공동체텃밭의 여러 요소중에 사회적공헌의 중요한 요소로 여기에서 수확되는 채소들은 모두 사회적취약계층에게 연결된다. 특히 푸드뱅크와 연계되어 정기적으로 기부가 되고 있으며 상추링크(Lettuce link)라는 프로그램을 단체에서 운영하기도 한다. 2016년 24,178파운드(약 11톤)의 채소가 이를 통해 기부되었다.

시애틀의 도시농업활동은 행정과 민간의 중간지원역할을 하는 전문단체들의 역할이 크다. 솔리드그라운드(Solid Ground), 그로우(Grow), 시애틀틸스(Seatle Tilth) 등과 파트너십을 이뤄 이 단체들의 피-패치 활동과 협력하고 있다. 피-패치 트러스트(P-patch Trust)는 1979년 설립되어 시애틀 피-패치운동의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지금은 단체이름이 그로우(Grow)로 바뀌었다. 토지의확보와 공동체지원, 피-패치 포스트 신문발행, 활동지지, 기금마련을 통한 도구 구입지원, 리더십키우기 활동을 지원한다. 시애틀 틸스는 아이들과 성인들의 텃밭교육을 주로 한다. 솔리드 그라운드는 상추링크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기부텃밭과 저소득층을 연결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단체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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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3 - 마라농장, 솔리드그라운드가 운영하는 기부텃밭은 상추링크프로그램으로 연결된다. 기업의 신입사원들이 신입연수프로그램으로 농장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공동체텃밭의 유지를 위한 무엇보다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는 리더십이며, 이 리더십은 자원봉사 활성화에서 비롯한다.

시애틀의 가장 오래된 텃밭인 피카르도 피-패치의 어린이텃밭(Children Garden)의 매니저인 슈 올슨(Sue Olsen)씨는 “텃밭 참여자들은 1년에 8시간의 의무 자원봉사를 자율적으로 이행하고 있다. 나는 1년에 약 100시간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남편을 도와 어린이텃밭을 운영하고 있고, 방문자들을 위한 안내도 맡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이사 할 때마다 흙을 가지고 간 인터베이 피-패치 또한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리더인 제이 슈트(Jay Schutte)씨는 “인터베이 피-패치는 4개 구역으로 나눠 구역별 리더를 뽑는다. 여기에 양봉, 퇴비 등 분야별 리더들이 모여 한 달에 한 번 운영에 관련 논의를 함께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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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4 - 인터베이 피-패치의 제이슈트, 다양한 재활용품을 이용해 텃밭곳곳을 아름답게 꾸민 것으로 유명한 인터베이 피-패치는 중앙의 광장과 멋진 창고, 그리고 텃밭사이사이 길들에 이름을 붙이고 금요일마다 저녁식사모임을 한다.

시애틀의 공동체텃밭은 시민들의 주도로 운영되면서도 공공성(열린공간, 아름다운 경관)을 갖추고 있으며 공익적인 역할(녹지유지, 농작물기부)을 통해 공유지를 사용하는데 있어 정당성을 유지하려고하는 노력이 있다. 이를 위해 행정에서는 공동체텃밭에 필요한 여러가지 제반시스템(제도적인 틀과 텃밭조성과 운영의 메뉴얼)과 행정적지원(대기자관리, 기금연결)을 하고있다. 이를 통해 민관이 함께 유지하고 협력하면서 부족한 텃밭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결국 지속가능한 형태의 텃밭 조성과 관리를 위한 장기적인 계획이 없으면 도시텃밭의 확대는 이루어낼 수 없을 것이다.

[시애틀시 웹사이트의 피-패치 커뮤니티가든 소개]
지난 44년간, 공동체 텃밭의 도시농부들은
  • 공동체를 성장시킨다
  • 시민참여 육성
  • 유기농 (원예) 실천
  • 생태환경에 대한 윤리의식을 높이고, 사람들의 삶에 자연을 연결
  • 지역적이고 유기적인, 그리고 문화적으로 적절한 먹거리 접근성 향상
  • 환경개선과 마을 공동체의식을 되살린다
  • 자립심을 개발하고, 교육과 직접 경험으로 영양 개선
  • 어려운 이에게 음식 제공
  • 채소, 허브, 꽃 보존
  • 농사와 요리로 세대 간, 문화 간 이해를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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