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10일 월요일

[노르웨이 도시텃밭이야기] 2 - '핑크빛 나무막대자'와 함께 일하기


 
"2015년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모임 '아이그대로'에서 농사를 함께 지으려고 시작한 도림공동체텃밭에서 3년간 활동하다가 배우자의 유학으로 2017년 가족들이 함께 노르웨이로 건너 간 김보혜회원.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텃밭을 탐색하다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한국의 도시농부들에게 전하는 인천도시농부의 노르웨이텃밭 적응기를 앞으로 월 1~2회 정도 소개하려 합니다. 되도록 편하게 경험을 이야기할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안녕하세요? 이렇게 소식을 전하는 게 저에겐 의미 있는 일이 되었어요.
별 거 없는! 다를 수밖에 없는 노르웨이라는 먼 나라 사람들의 삶의 양식과 문화에 대해 어떤 시선을 가져야 할 지 늘 고민하면서, 오늘도 저는 밭에서 겪은 소소한 일들과 생각을 적어 보내드립니다.

아이를 채근해 이른 등원을 마치고 저는 밭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밭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초등학교가 있고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서면 아주 넓게 공동묘지가 자리하고 있어요. 이곳에는 공동묘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없는 거 같은 게, 지난 초봄 공동묘지에 불을 밝히는 행사가 있었어요. 일종의 지난 간 사람들을 기억하는 의식 같은 거죠. 그 행사는 밤새 각 무덤에 불을 밝혀두는 것인데, 저는 너무 늦은 시간이라 가보진 못했지만 소개해 준 친구 말이 아주 멋지다고 하더군요

공동묘지 입구쪽 초등학교 (구글 스트리트뷰)

하여튼 저는 처음으로 늘 다니던 길을 두고 공동묘지 터를 가로 질러 텃밭의 뒤쪽으로 들어가봤습니다. 사실 물 길을 만날 거라는 기대를 쫓아 간 것이기도 해요. 오슬로에서는 노르웨이말로 Marka(마르카, 평편한 꼭대기)라고 하는데 그 곳에서 시작하는 물 길을 그대로 살려두어 주택가 혹은 도심에서 우리나라의 계곡 같은 숲과 어우러진 물 길을 쉽게 볼 수 있어요. 물 길에 대한 이야기는 제가 아주 흥미있게 생각하고 있는 터라 다음 기회에 다시 해보겠습니다

oslo Marka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Marka, Oslo - Wikipedia

아직 밭 주변에 익숙지 않은 터라 조심스레 안쪽으로 들어가니 역시 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잠시 멈춰 서서 다시 돌아오지 않을, 흐르는 그 물들과 눈인사를 하고 저는 텃밭으로 성큼성큼 발 길을 옮겼습니다. ~~오늘은 제가 일등이네요. 사람의 소리가 없는 텅 빈 밭에 잠긴 자물쇠를 풀고 문을 활짝 열어젖히니 또 다른 느낌이 드는 게 오늘은 더 신명나게 일 할 수 있을 거 같은 기대~~

텃밭입구



화요일 멤버가 모두 텃밭에 모이면 안네리사의 리드에 따라 요가동작을 30분쯤 합니다. 아마 한국의 요가 학원에 걸려있는 자연 속 요기니의 모습을 제가 재연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상상이 되실거예요.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햇살과 구름 그림자가 바람 부는 대로 번갈아 머물다가는 시간과 공간의 평온함을 가슴에 들이고, 신성한 밭일을 할 준비 태세를 하는 거지요^^

이제 밭에는 거의 빈 곳이 없이 작물들을 놓았어요. 아 재미난 풍경 하나~~
화요일 멤버 중에 독일 출신이고 노르웨이 생명과학대학(NMBU)에서 생태학을 공부하고 파트타임으로 슈타이너학교에서 일하는 친구가 있어요. 이름은 싸스키아라고 해요. 싸스키아가 밭의 리더인 파닐라와 하루 일정을 조정하고 저와 안네리사가 합류하는 식으로 일을 진행하는데 싸스키아는 핑크빛 나무막대자를 들고 모종 놓을 자리를 정하지요. 그 진지한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잠시 일손을 놓고 잡담을 했습니다.


우리네처럼 보통은 농사작업도구를 땅에 두고 대략 30센티미터의 간격을 갖고 모종을 심지만 지금 심는 작물은 Grønnkål(그론콜, 케일)이고 잎과 키가 무성하게 자라 적어도 위아래로 45센티미터 정도로 각자의 자리를 확보해주려고, 그래서 핑크빛 이 작업도구가 지금 본인에겐 유용하다며 수줍게 웃더군요. 그리고 우리의 대화는 자연스레 농사를 하는 것, 작물을 기르는 것이 어떤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로 흘렀습니다. 농사하는 것은 각 작물의 성격이나 기후 그리고 땅에 대한 지식 마지막으로 작물을 수확해 음식으로 오는 길고 복잡한 일이라는 것에 서로 공감하며 오늘도 뿌듯하게 텃밭 일을 마쳤습니다.

싸스키아가 저의 개인적인 백그라운드를 묻더군요. 제가 간략히 저의 역사를 소개하고 2년 후에는 한국으로 돌아갈 거라고 하니 서운해하는 눈치이기에 핑크빛 나무막대자를 백팩에 꽂고 한국에 놀러오라고 했습니다. 나는 그때도 텃밭에 있을 거라고..

2019. 6. 6. 노르웨이 오슬로

언젠가 놀러오시면 열어드릴게요 

 
텃밭에서 하는 도시양봉

텃밭 안 근사한 닭장

화덕과 주방


사단법인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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