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으로 풀어보는 먹거리 이야기” 도시농부 특강을 듣고
한세란
무엇일까?
나는 이 음식을 생각할 때 즐겁고 흥겹고 시끌벅적하고 행복한 사람들의 상기된 얼굴이 떠오른다. 기름에 바삭하게 튀겨 따끈할 때 한입 베어 물면 고소한 기름냄새와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한 맛이 어우러져 행복한 웃음을 짓게 만드는 음식. 가족과 혹은 지인들과 열정적으로 응원했던 짜릿한 2002년 월드컵의 기억을 선사해준 맛난 음식.
바로 “치킨”이다.
치킨은 우리에게 있어 손쉽게 배달시켜 먹을 수 있는 친근한 음식이다. 거기까지만 생각하면 아무 문제될게 없는 음식인데 지난 5월 30일 미추홀구 도시농업지원센터에서 열린 도시농부특강을 통해 조금 더 들어가 치킨을 바라볼 수 있었는데 참 위험한 시간이었다.
공급자가 제시하는 거기까지의 정보만 접하면 별 문제될 것 없는 먹거리들인데... 조금만 깊이 들어가 생각하면 불편한 진실과 마주치게 된다. 치킨은 기호에 따라 매운맛, 짭쪼름한 맛, 달콤한 맛, 고소한 맛 등을 선택하여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그 치킨이 내 입에 들어온 시점부터 역추적을 하면 상당히 불편해진다.
“내가 먹는 것이 바로 나”라는 소주제를 통해 무엇을 먹는가에 따라 그 음식은 계급이 될 수 있고, 내가 먹는 음식이 어떤 과정을 거쳐 누구의 손길들을 통해 나에게까지 왔으며 그것을 먹는 나는 단순히 “물질”을 먹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먹는 것임을 곱씹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음식”이 마치 인격체인 것처럼...
치킨용 닭 한마리(육계)를 기르는데 30일, 양계농가가 메이저 프렌차이즈 본사의 위탁생산 수수료로 받는 돈은 마리당 350원~380원정도. 이것을 튀김용 닭으로 손질하는 비용, 튀김옷, 양념값 등을 포함하여 우리가 지불하는 치킨 값은 약 16,000원~20,000원정도다.
60년대 미국의 원조를 통해 한국사회에 등장한 육계, 아프가니스탄의 건기와 우기가 확실히 구분되는 기후조건에서 자라 우리토양에는 맞지 않는 밀의 등장, 1971년 식용유의 첫 출시로 닭은 새로운 음식 “치킨”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고기 1kg을 만들기 위해서는 옥수수 4kg이 필요하다고 한다. GMO옥수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후라이드치킨 일색이던 치킨시장에 옥수수에서 추출한 물엿은 달콤한 양념치킨 시대를 열었다. 치킨 한 마리 팔아 2,000원의 이익을 보는 업주. 기르는 자, 튀기는 자, 먹는자 그 누구도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받지 못하는 사회. 자영업의 증가는 그사회의 고용이 안정적이지 못함을 반증하고 그 사회가 행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한다.
쌀벨트에 속해있는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밥과 반찬으로 식사를 하고 부족한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 된장과 간장을 섭취했었다. 그러나 “치킨”으로 상징되는 글로벌 푸드는 우리를 자국의 1차 산업과는 무관한 글로벌 푸드 시스템에 서서히 길들여지게 만들었다.
짜장은 어느새 흰면발이 아닌 소다코팅을 거쳐 노랑색 면발이 되었고-배달하는 동안 면이 불지 않도록-먹거리의 문제는 대장암이 1위라는 지표와 단것의 과다한 섭취로 당뇨병 증가율1위라는 씁쓸한 성적을 거두게 했으며 제국의 식품이라는 커피와 설탕의 조합인 믹스커피는 최다 소비층인 교사와 노동자의 피곤한 삶을 나타내는 우리사회지표가 되었다.
우리가 먹는 음식들은 우리자신과 우리사회의 자화상을 나타낸다. 우리는 어떤 사회에서 살고 있는가? 오늘 내가 먹은 음식으로 나의 삶과 내가 속한 작은 사회에서부터 인간다운 삶을 살고 있는지 펼쳐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번 강의의 강사인 정은정 농업농촌사회학자가 말한 또 하나의 거친 표현 “심지 않고 거둬가는 현재의 체험활동은 약탈체험”은 우리가 먹거리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에 대한 입장을 표명의 압박으로 다가왔다. 먹거리 하나가 우리 입으로 들어올때까지의 수고와 노고에 대한 체험은 없고 그 결과물만을 수확해 오니 “약탈”이라는 것이 맞는것 같고 그런 체험을 아이들에게 해주고 있는 현실이 너무 섬뜩하게 느껴졌다.
생각이 많아지면 행동에 제약이 많이 따르게 된다. 그러나 생각을 하지 않게 되면 인간성으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먹거리”. 그 먹거리가 나를 불편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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