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은 인간에게 효자노릇을 한다
인천도시농업네크워크 회원 김경희
도시농부 야외에서 진행된 풀로 만드는 요리 특강에 참여했다.
이번 강사님은 은평구의 전환마을부엌 밥풀꽃을 운영하시는 소란선생님이신데 이날은 여러 풀들의 효능과 활용방법을 알려주셨다.
밥풀꽃은 잎의 가운데에 정말 밥알같이 흰 것이 2개가 나란히 들어있다. 그 설화는 서글프지만 로컬푸드의 부엌의 의미와 맞는 이름을 지은 듯 하였다.이 밥풀꽃은 농산물을 직접 생산하는 농부들과 건강한 먹거리를 지키고 싶은 마을 사람들이 함께 만든 마을부엌이라고 한다.
그리하여 오늘의 주제는 야채도 과일도 쌈채소등등도 아닌 풀이었다.
<텃밭 풀들와의 만남>
길을 걷노라면 밟히는 것들이 풀이고 텃밭을 지날 때는 사방에 널린 것들이 풀들인데 그 풀로 요리를 한다니 너무 궁금하기도 하였고 어떤 풀들이 식용이 가능한지 호기심이 마구 생기는 그런 시간이었던 것 같다.
소란선생님은 도착하시자마자 주변의 풀들을 뜯어 오셔서 풀들의 명칭을 적어서 풀들과 함께 나란히 올려놓으셨다. 우선 여기서 감탄...!!
미리 준비를 한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먹을 수 있는 풀들을 이용하여 강의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믿음이 급상승하였다.
테이블에 놓여 진 풀의 명칭은 대략 알겠지만 풀잎으로만 보니 여간 헷갈리는게 아니었다.
봄이 되면 노란 꽃을 피우는 달맞이꽃
잎을 보면 쑥갓인 듯 쑥갓 아닌 쑥갓 같은 개쑥갓
그나마 아는 건데 나물은 없고 꽃만 있는 냉이
줄기의 마디가 쇠의 무릎이랑 비슷하다고 쇠무릎(우슬)
꽃은 아는데 잎에는 관심 없었던 제비꽃
호랑가시처럼 잎이 뾰족뾰족한 방가지똥
빨간색 꽃과 함께 갈퀴가 없는 살갈퀴
마디 끼우기 놀이가 재미있다는 쇠뜨기
뾰족한 가시 잎이 난 가시상추
맨 날 밞고 다녀도 언제 밟혔냐는 듯 질긴 질경이
잎줄기 끝에 노란 여린 꽃을 달고 있는 쏙쏙이풀
줄기가 굽이굽이 타고 올라가는 메꽃
김치로 많이 먹어본 고들빼기와 왕고들빼기, 이고들빼기
바람 불면 씨앗이 부딪혀서 소리가 난다고 소리쟁이
보기에는 맛없어 보이지만 냉이보다 맛있는 잎에 잔털이 많던 보리뱅이
흙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잘 자라는 계란꽃처럼 보이는 개망초
자세히 보아야 아름다움을 아는 작은 아씨 꽃마리
개망초 친구지만 꽃이 핑크 핑크한 봄망초
잎보다 꽃모양을 보고서야 찾을 수 있는 쇠별꽃
민들레 홀~~씨 되어!!의 주인공 서양민들레
봄이 되면 토실토실 살이 오르는 돌나물
생태교란에 가세하여 왕미움을 받고 있지만 약효는 좋아서 꿋꿋하게 살아가는 환삼덩굴
살갈퀴 보다는 성질이 더 있어 보이는 까칠한 갈퀴덩굴
행운을 찾는다며 맨 날 행복의 의미를 무시하는 토끼풀
고양이가 소화가 안 되면 찾아서 먹는다는 시큼한 괭이밥
줄기를 자르면 노란 유액이 나오는 애기똥풀
보라색꽃이 붓처럼 생겨 생태수업재료에 귀한 역할을 하는 억수로 쓴맛의 지칭개
이날 본 풀들의 종류이며 단순히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선에서 적어보았다.
이 모든 풀들의 효능과 활용방안은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다양하고 상상이상 이었다는 것에서 놀라웠다. 장아찌,꽃차,샐러드,김치,볶음,술 등 먹거리로도 이용이 되지만, 약효의 기능 또한 뛰어나서 사용방법만 안다면 가정에서도 소소하게 만들어서 사용할 수 있었다.
<먹는 풀 찾아 텃밭만리>
이 후에는 모듬별로 생태텃밭 주변으로 가서 각조에서 정한 메뉴에 해당하는 풀들을 뜯어 와서 요리하는 시간이었다.
문제는 하나씩 볼 때와 여러 풀들 속에서 식용풀들 이름을 생각해가며 찾는다는 것이 또한 쉽지는 않았지만 선생님들을 뒤쫒아 가며 하나씩 물어가며 뜯다보니 정말 간만에 봄나물 캐는 소녀가 된 듯한 느낌이 들었으며, 텃밭의 풀들 중 버릴 것 들이 없다는 것에 다시 한 번 더 감탄하였다.
물었던 것 또 묻고, 또 물어도 계속 말씀해주시는 선생님들이 정말 존경스러웠다.(^^)
<장금이로 변신한 들풀요리 시간>
각조에서 수집한 풀들로 요리를 시작하는데 풀을 뜯을 때와는 사뭇 다르게 모두가 장금이로 변신하셨다.
개망초 패스트를 만드는 조에서는 개망초를 한소쿠리 뜯어서 잘게 썬 후 소스에 버무려 바게트빵 위에 올려놓았으며.
개망초 페스토 파스타는 파스타면에 개망초페스트와 고소한 버터를 넣고 살짝 볶은 후 버무려 완성하였다.
민들레 그린 샐러드는 민들레를 메인으로 들풀과 함께 소스와 버무려 고소,상큼한 샐러드를 만들어냈다. 개인적으로 너무 맛있게 먹었었다.
들풀 샤브샤브는 각종 들풀들을 샤브샤브에 들어가는 기본 재료와 함께 건강한 육수를 우려내어서 살짝 데친 후 샤브샤브 소스에 찍어먹었는데 그 진한 육수의 맛은 건강한 맛 그 자체였다.
들풀 부르게리타는 먹을 수 있는 들풀이란 풀들을 모두 뜯어서 한소쿠리 준비한 다음 다진토마토와 각종 재료를 사용하여 바게트 빵 위에 올려먹었는데 생각이상으로 쌉쌀한 맛에 푹 빠졌었다.
다섯가지의 재료를 맛보면서 개인적으로 제일 긴장이 되면서도 호기심이 많이 갔던 요리는 들풀샤브샤브였다. 국물과 함께 풀들을 입에 넣었을 때 씹을수록 오감의 맛들이 순차적으로 느껴지는 이 오묘한 맛에 한입 넣을 때 마다 어떤 맛이 나올지 기대감이 마구마구 생기는 요리였던 것 같다.
<풀은 인간에게 효자노릇을 한다>
이번 풀요리 특강에 참여하면서 느낀점은 그냥 지나치는 그 수많은 풀들이 우리 인간에게는 쓸모없는 것들이 아니라 먹거리를 제공하고 텃밭의 멀칭재료로도 활용할 수 있으며 기후위기에 효자 같은 귀한 존재임을 깨달았다. 풀의 존재는 수분을 보호호고, 토양유실을 방지하여, 건강한 토양 유기층을 형성하여 충분한 영양분을 땅에 공급하여 줌으로써 건강한 나무를 성장하게 하고, 병해충을 감소하게 하며 더불어 가뭄해소에도 도움을 준다. 병충해가 감소되면 자연히 농약 사용량이 감소가 될 것이며 이는 건강한 풀로 다시 생장하게 되는 자연순환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플라스틱대신 풀로 생활재를 만들어 쓰며, 약효를 이용하여 샴푸도 만들고 비누도 만들며 귀한 자연재료의 쓰임을 제대로 쓸 줄 아는 도시농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절실히 하게 된 날이었던 것 같다.
수년간 요리강의를 하면서 주부,학생,유아들의 입맛에 맞는 요리를 해주기 위하여 과연 나는 건강한 먹거리의 재료를 사용하였었는지 다시 한 번 되돌아 보며 반성하게 되는 시간이 되었다. 수강생들의 입맛에 맞추어야 된다는 강박관념에 힘들어 했었던 적도 많았는데 이번 풀요리 특강의 참여는 나에게 신선한 충격이었고 새로운 요리를 창조할 수 있고 바른 먹거리를 이용한 식생활 활동가로서의 역할에 조금은 더 다가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해준 귀한 시간이었다.
귀한 체험을 하게 해준 인천노시농업네트워크에 감사함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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