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25일 수요일

어우러지면 서로를 살린다. 숲밭으로 진화하는 [바람들이농장]을 가다.



안산 바람들이농장은 안철환 선생님이 직접 운영하는 도시텃밭이다.

15년 전 직접 마련한 텃밭을 운영하면서, 집도 근처로 이사한 안철환 대표(온순환협동조합, 전통농업연구소)는 IMF외환위기 때 실직을 하고, 우연히 선배따라 텃밭에 가본것이 계기가 되어 주말농장에서 시작하여 농사규모를 늘리다가 자신의 텃밭을 운영하기 시작한 것이 바로 바람들이농장이다.

우리나라의 도시농업운동을 시작했던 시초를 안철환 대표로 보는 것은 누구나 동의하는 것이다. 귀농운동본부에 도시농업위원회를 만들고 도시에서 생태적인 삶으로 전환을 위해 도시농업, 퇴비, 토종종자 운동을 만들어왔다. 그 시작과 함께 자신만의 농장을 꾸리기 시작한 것이 바로 이 바람들이농장이다.

이미 잘 알려진 바람들이농장을 다시 찾은 것은 안철환 대표를 보기위한 것도 아니고, 절기이야기를 들으러 온 것도 아니다. 숲밭을 모델로 새롭게 농장을 단장하고 시작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이다. 작년부터 조성한 [민간형 산림생태텃밭] 시범사업은 국립산립과학원의 지원을 받아 조성한 민관협력 사업으로 조성이 되었다.

'먹거리숲', '숲밭', '산림생태텃밭' 등 부르는 용어는 다르지만 개념은 비슷하다. 먹거리숲(Food Forest)과 숲밭(Forest Garden)의 개념은 영국에서 선사시대 숲에 적용되었던 농사를 체계화하여 정립한 것이다. 안철환 대표는 "예전 아마존같은 정글에서도 농사짓던 흔적이 있는데 숲을 그냥 놔두는 것은 생태적으로도 좋지 못하다. 인간이 관리를 해주어야 숲이 진화한다. 숲밭은 원시시절 인간이 숲을 관리하는 방식을 가져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년생 중심의 농사는 여러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다년생 작물을 중심으로 기본 설계를 하고, 그 틈을 이용해 일년생작물도 함께 기를 수 있는 텃밭으로 전환한 것이 바람들이농장의 시도이다. 그 기본에는 나무가 있다. 생산적인 나무, 즉 과실수를 중심으로 그 밑에 음지에서도 자랄 수 있는 다년생 식물을 식재한다. 이렇게 다층적으로 다양한 식물을 심으면 생태계의 다양성을 유지하면서 많은 에너지와 노력을 들이지 않고 먹거리를 생산할 수 있다. 여기에는 이렇게 어울리는 작물들의 조합을 이루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길드"라고 한다.


바람들의 농장의 주요한 컨셉은 영국에서 들어온 이 개념을 우리 상황에 맞춰 시도하는 것이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산채이다. 우리나라는 주로 채소도 잎줄기를 먹는 문화가 있다. 잎만 먹는 것이 아니라 잎줄기를 먹게되면 맛과 영향이 더 좋고 오래보관하기도 좋다. 그래서 특히 산나물을 많이 먹는 특성이 있다. 과실수와 산나물이 조화를 이루게 하고 산나물이 수확되지 않는 시기에 일년생작물을 키울 수도 있어 공간활용이 가능하다.


여기에 나무틀로 텃밭구획을 짜놓으면 관리하기 더 수월해진다. 통로와 식재공간을 명확히 나누기도 하고 토양의 유실이 적어진다. 하지만 텃밭을 이렇게 바꾸어가는 근본적인 이유는 단순히 관리가 수월하고 편하게 농사를 짓자는데 있지는 않다. 오히려 자연에 가까운 방식으로 에너지를 덜 소비하고 순환하는 방법으로 고민이 더 묻어난다. 일반적인 농사보다 공부가 더 필요하고 알아야할 것들이 더 많아진다.

숲밭으로 방향성에는 한가지가 더 있다. 지속가능성이다. 특히 도시농업에서 텃밭농사는 아무리 친환경 생태농사를 강조하더라도 한계가 있다. 일년단위로 분양하는 텃밭은 겨울농사를 짓지 못한다. 노출되고 관리되지 않는 밭들은 조금씩 사막화된다. 봄에 다시 흙을 갈아엎고 농사를 시작하지만 일년단위로 계속 에너지를 투입하고 자원을 투입해야하고 정기적으로 갈아엎는 흙은 유기물을 유실시키고 생태계가 교란된다. 지금의 텃밭운영방식은 건강한 먹거리는 가져올 수 있을지언정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는 고민해봐야하는 체계이다.

바람들이 농장에서 또하나의 볼거리는 처음부터 주창하던 퇴비자급에 대한 것이다. 일단 눈에 띄는 것은 생태뒷간이다. 일명 톱밥변기라고 알려진 푸세식 화장실은 기본이 톱밥(또는 왕겨)이다. 볼일을 보고 다시 톱밥을 위에 끼얹어주면 된다. 이것들이 쌓이면 퇴비재료가 된다. 물을 써서 버려지는 방식의 수세식도 아니고 흔히 보는 이동식 냄새나는 푸세식도 아니다. 냄새는 안나면서 퇴비로 돌아가는 방식의 화장실이다.


순환을 위해 꼭 필요한 그 시작점은 바로 똥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는 퇴비만들기가 필요하다. 바람들농장에는 퇴비장독대가 있다. 지렁이사육장도 있고, 여러가지 재료로 만들어진 퇴비를 관찰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동에등애를 활용한 퇴비화방식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텃밭에는 작은 논도 있다. 천수답으로 따로 물을 대지 않고 벼를 기른다. 벼농사가 끝나면 밀과 보리를 파종한다. 논을 놀리지 않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논에 풀을 잡는 방법이기도 하다. 밀밭에는 풀이 성하지 않는다. 밀짚과 볏짚은 농사에 다시 쓰인다. 작은 작두가 하나있다면 활용하기 좋다. 큰 규모가 아니라면 별도의 동력을 쓰는 기계가 아니라 인력으로 가능한 방식으로 하는 것이 가능하다.

자연을 따르되 인간이 개입이 필요한 것이 농사이다. 숲들도 인간의 개입을 관리되는 숲이어야 더 이롭다. 울창하고 빽빽한 숲에서는 산나물이 자라지 못한다. 자연에 가까운 방식으로 농사를 짓는다고 해도 방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자칫 잘못 이해한 사람들은 방치농사가 자연농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 개입을 최소화하되 농사는 농사인 것이다.

바람들이농장은 안철환 대표의 계속되는 고민의 흔적들을 그대로 배울 수 있는 공간이다. 도시농업, 도시농부, 생태적인 삶과 자급, 똥 살리기, 퇴비 그리고 숲밭까지 이어지고 있다. 개인농장이지만 열린 교육프로그램이 있고, 행사와 체험을 통해 위에 언급된 다양한 것들을 교육하고 알리는 공간이기도 하다.


산림생태텃밭이라는 생소하고 새로운 형태의 농장을 시도하는 바람들이농장. 텃밭의 디자인이나 나물의 효능, 재배법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바탕에서 이렇게 시작되고 시도하고 있는지를 배울 수 있는 농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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