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5일 목요일

그린뉴딜과 농업, 먹거리 그리고 도시농업의 역할



그린뉴딜은 환경정책이 아니다.

최근들어 그린뉴딜이라는 정책이 빈번히 소개되고 있다. 정부가 한국형뉴딜을 발표하면서 그 한축으로 그린뉴딜정책이 들어갔고, 이에 따른 것인지 자체적인 준비가 있었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인천시도 얼마전 인천형 뉴딜중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한 상황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뉴딜(New Deal)은 알다시피 미국 대공황시기에 경제위기를 타계하기 위해 루즈벨트 대통령이 대규모 토목공사를 하면서 재정을 투입한 정책이다. 여기에 그린을 붙인 것이 그린뉴딜인데 이것이 제기된데에는 역시 기후위기라는 당면한 과제가 있다.

그린 뉴딜이 미대선과 함께 민주당공약으로 다시 제시되고 있고 내용도 더 강화되긴 했지만 사실 미국에서 그린뉴딜은 2008년 오바마정부의 핵심 대선 공약이었고 비슷한 시기 우리나라의 이명박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정책이 만들어졌다. 이때가 처음으로 그린뉴딜 혹은 이와 유사한 정책이 나온 시기라고 본다면 10년이 지난 지금 다시 대대적으로 그린뉴딜이 제시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올해 총선을 기점으로 다시 활발하게 이야기되고 있다. 총선공약으로 그린뉴딜을 내세운 정당들이 많았고(물론 내용과 수준은 다를 수 있지만) 총선 이후 정부, 지자체 등이 '그린뉴딜'정책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같은 정책적인 용어이지만 온도차가 크다. 시민사회, 특히 기후위기대응을 요구하는 측에서는 최근 발표되고 있는 정부와 지자체의 '그린뉴딜'정책을 한목소리로 핵심이 빠진 졸속정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저탄소 녹색성장'의 재판 정도로 보는 인식이 많다. 왜 그럴까?

그린뉴딜에 그린Green과 뉴New가 있는가?

그린뉴딜 정책이 대두된 배경에는 '기후위기'와 '불평등'이 있다.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 따라 각 나라별 온실가스배출 저감계획을 세워야하는 시기에 가장 많은 온실가스배출국인 미국 트럼프정부는 파리협약을 탈퇴한다. 2018년 우리나라 인천에서 열린 유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총회에서는 1.5도 특별보고서를 발표한다.

애초 파리협약에서 제안했던 2.0도내로 지구온도 상승폭 제한을 약속했지만, 이는 너무 위험한 상황으로 1.5도 내로 상승폭을 제한해야한다는 것이 핵심내용이다. 이를 위해 당장 10년 안에(2030년까지) 2010년 기준 온실가스(주로 탄소)배출을 50%로 낮추어야 하며, 2050년 탄소배출 넷제로(순배출 제로 - 배출량과 흡수량이 같아지는)를 달성해야한다는 보고서이다.

1.5도로 막을 수 있는 탄소배출저감 경로

탄소(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급속히 성장한 인류문명이 결국 지구온도를 상승시키는 결과를 낳았고 이는 점점 가속화되고 있으며 이제 인류문명 자체를 탈탄소 사회로 가지않으면 안된다는 구체적인 경고였다.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전세계적인 이상기후의 속출이 일상화되고 더욱 위협적인 상황으로 기후위기가 가속될 것이라는 예고는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동의하는 바이다.

탄소배출을 10년안에 50%수준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매년 7.6%의 탄소배출을 저감시켜야 한다. 올해 코로나상황이 가져온 전세계적인 불황과 맞물려 전세계 탄소배출이 예상치보다 6%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바라보고 있다.

지난 100년간 전세계 탄소배출량과 2020년 전망치

그렇다면 매 10년동안 지금과 같은 경제불황을 10번에 걸쳐 겪어야 탄소배출을 50%로 줄일 수 있다는 말인데, 이게 가능할까? 또는 이렇게 줄여서 인류문명이 지속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런 기후위기극복을 위한 과제가 있는 상황에서 인류가 지속적으로 문명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탈탄소경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린뉴딜정책은 환경정책이 아니다. 오히려 경제정책이라 할 수 있고 모든정책의 기조가 되어야 한다. 에너지, 교통, 먹거리, 일자리 등 전 분야에 대한 대대적인 전환(탈탄소 생태적전환)이 필요한데 단순한 경제적인 축소가 아닌 새로운 방법으로 사회적전환을 만들어가기 위한 정책이라 봐야 한다. 이를 위한 대규모 공공투자(대공황때 뉴딜이 그랬듯이)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기후위기에 대응(감축과 적응)하면서, 불평등해소를 위한 사회안정망을 구축하는 것이 그린뉴딜의 큰 줄거리이라 볼 수 있다.

미국 그린뉴딜EU 그린딜
개념기후위기 대응과 미국사회 만연한 불평등과 차별을 해소하는 대안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책이자 새로운 성장 전략
온실가스 감축목표100% 청정에너지 경제 구축, 2050년 전에 넷제로 달성
2050년 넷제로 달성, 경제성장과 자원 사용의 디커플링
주요목표1. 공동체와 노동자를 위한 공정하고 정의로운 전환을 통한 탄소중립 온실가스 배출 달성
2. 수백만 개의 고임금 일자리 창출과 번영, 경제적 안정 보장
3. 21세기 지속가능성을 위한 인프라와 산업투자
4. 깨끗한 공기와 물, 기후와 지역사회 회복력 증진, 건강한 식품, 자연, 지속가능한 환경
5.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억압을 멈추고 정의와 형평성 증진
1. 환경위험과 영향으로부터 시민들의 건강과 삶을 지키며 천연 자원을 보호보존
2. 더 높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대규모 공공투자와 민간자본이 지속가능성에 투자하도록 유인
3. 모든 전환은 정의롭고 포용적이어야 함 - 사람이 먼저로 지역, 산업, 노동자 등 도전에 직면할 이들을 먼저 고려함.
주요정책세계대전을 치르는 태세로 10년간 자원 동원 전략
✓ 기후재난에 대한 회복력 구축
✓ 인프라의 개선 및 업그레이드
✓ 전력의 100%를 청정에너지와 재생에너지
✓ 분산형 스마트그리드
✓ 건축물 에너지효율 업그레이드
✓ 청정제조업의 가속화
✓ 지속가능한 농업
✓ 수송시스템 개혁
✓ 기후변화 장기적 건강 위험 완화
✓ 조림, 보전, 자연복원
✓ 생태계 보호와 복원
✓ 유해폐기물 등으로 오염지역 정화
✓ 다른 오염원 확인 및 제거 국제협력
✓ 2030, 2050 기후 목표 상향 조정
✓ 친환경 에너지 공급
✓ 청정 순환경제를 위한 산업 변화
✓ 에너지 절약 , 자원 고효율적 건축
✓ 지속가능하고 스마트한 교통시스템
✓ 공정하고 건강하고 친환경적 농업시스템
✓ 생태서비스 및 생물다양성
✓ 보존 및 회복
✓ 독성 없는 환경을 위한 오염 배출 제로화
재원조달10년간 1조 유로(1,354조) 이상 투자
(개별회원국 독자예산 제외)
 
그런데, 정부가 발표한 한국형 그린뉴딜에는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목표도 보이지 않고 이를 위해 당장 2030년까지 50%감축에 다르기 위한 전략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이다. 기존에 하던 환경정책을 묶어서 발표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 국제적으로 '기후불량국가'라는 오명을 쓸 정도로 코로나대응을 위한 방역체계와 대비되게 기후정책에 낙제점을 받고 있다.

한국판 뉴딜의 구조와 추진체계


그린뉴딜에 식량, 먹거리가 있는가?

당연히 그린뉴딜은 농업 먹거리분야에서의 전환도 다루어야 한다. 식량의 생산뿐만 아니라 유통, 가공, 폐기에 이르기까지 다른 경제분야와 마찬가지로 탄소를 중심으로 한 산업형농업으로 막대한 탄소를 배출하는 분야이다. 단순히 농사짓는데 필요한 에너지(화학비료, 기계)의 사용뿐 아니라 대규모 가축사육, 가공, 운송, 포장, 음식물쓰레기 등에서 배출되는 탄소, 그리고 농사짓는 방식의 전환에 따른 토양의 황폐화로 배출되는 토양속 탄소까지 계산하면 전세계 탄소 배출량의 26%가 먹거리체계에서 배출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농업은 기후위기의 최대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자연재해, 생육장애 등으로 야기되는 농업의 피해는 고스란히 식량의 위기로 전가되고 이는 안보의 측면에서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당연히 저소득층, 저소득국가, 식량자급률이 취한 곳에서 피해가 심각해 진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5년 5월 해안경비사관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기후변하는 국가안보에 있어 심각한 위협이므로 이에 대한 대응을 강조했다. 러시아의 가뭄으로 인한 밀 생산 감소가 식량값 폭등을 가져왔고 빈민들의 시위로 아랍국가들의 봉기, 시리아 내전 등이 일어났으며 이는 대규모 난민들이 유럽으로 이주하는 사태로 이어진다. EU의 난민 수용정책과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도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농업은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조치보다 더 적극적인 역할로 대기중의 탄소를 감축시킬 수 있는 해결자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실제 프랑스정부는 매년 토양관리를 통해 0.4%씩 탄소를 토양으로 돌려보내자는 4per1,000 이니셔티브를 각국에 제안하고 있다.


4per1,000이니셔티브 (Kiss the ground 화면캡쳐)


NASA_CO2농도 2006, 광합성에 의한 농도 차이가 극명하다.

기후와 가장 긴밀하게 연결된 농업과 먹거리는 당연히 토양과도 긴밀한 상관관계가 있다. 대규모 단일작물의 경작과 과도한 경운 그리고 화학비료를 통한 양분의 공급은 한정된 자원의 과투입으로 인한 폐해도 있지만, 이렇게 식량을 생산하는 방식이 토양속 탄소를 급속도로 대기로 방출했다. 이는 온실가스배출 뿐만 아니라 토양의 황폐화도 진행시켰다.

인류가 석유를 먹고 살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농업은 석유에 의존했고 그결과 먹거리자체도 취약해지고 있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사회로 전환을 꿈꾼다면 당연히 그 계획에는 가장 근본적인 먹거리의 체계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한국형 그린뉴딜의 초안에는 농업, 먹거리 부분이 빠져있었다. 농업계의 반발이 있었지만, 근본적으로 먹거리정책의 핵심은 전 국민이 이해당사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농민들의 보조금정책이 아닌 전 국민적인 먹거리정책이라는 인식으로 이어져야 한다.


EU 그린딜

미국 민주당 그린뉴딜 공약

목표

2050년 이전 탄소중립 달성

(10년간 1조 유로 투자)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

(10년간 1.7조 달러투자)

농업부문

  • 지속가능 식품시스템 구축(농장에서 식탁까지)

  • 농식품 가치사슬 6개영역(생산,식량안보,가공⋅유통⋅소매⋅서비스⋅소비,음식물쓰레기,식품공급망)에서 목표⋅ 방안 제시

  • 지속 가능한 농업과 먹거리체계 구축

  •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한 농민과 협력

  • 가족농업지원

  • 세부과제

    (2030년까지) 농약50%감축, 비료20%감축, 항생제50%감축, 음식물스레기50%감축, 유기농25%로 확대

    (버니샌더스공약) 농민탄소감축활동에 직접지불, 유기농업 이행, 농촌재생에너지지원, 공정가격보장


    최근 대통령직속 농어업 농어촌 특별위원회가 농어업분야의 그린뉴딜안을 만들고 전국순회 토론을 진행중이다. 하지만, 이것도 안에서 그치지 않으려면 전국민적인 지지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농어업 농어촌 특별위원회 뉴딜안

    그린뉴딜과 도시농업?

    EU의 그린딜에서는 농업예산의 40%를 기후위기 관련 예산으로 사용하고 구체적인 탄소저감 을 위한 계획을 마련하려고 한다. 단순히 농업보조금을 시설, 비료, 유류값에 지원하는 것에서 농민에게 직접지불하는 방식과 탄소저감에 대한 지원으로 전환해야 한다.

    생산부분을 맡고 있는 농촌과 농민에게 전환을 위한 동기와 보상을 동시에 마련해야 한다. 직불금체계의 전환과 함께 농민기본소득 등의 생계안전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리고 공공급식에서 부터 친환경농산물을 지원하는 조달정책으로 확대하고 관련 교육도 진행해야 한다. 건강한 먹거리는 누구나 공감하는 것이며 개인의 신체적건강을 위한 먹거리는 당연히 토양의 건강과 맞물려있고 이는 탄소배출(혹은 탄소포집)과 연결된다. 즉 지구적 건강이라는 측면에서 농업먹거리교육이 중요하다.

    도시농업은은 먹거리정책에 대한 시민참여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공동체도시텃밭에서 시민들은 빗물을 이용하고, 퇴비를 만들어 토양을 건강하게 하는 것이 개인의 건강뿐만 아니라 지구의 건강에도 도움이되는 것을 잘 알고 실천하고 있다. 뿐 만아니라 텃밭에서 함께하는 도시농부들은 세대와 계층, 성별, 인종을 넘어 모두가 어우러지 공간으로 공동체를 구성한다.

    전지구적인 문제인 기후위기를 지역단위에서 도시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며, 작은 공동체들의 실천들이 중요하다. 에너지와 먹거리 모두가 공동체와 연결되어야 한다. 도시농업은 기후위기 대응과 건강한 먹거리체계로 나아가는 정책으로 시민들이 참여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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