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30일 금요일

가을, 텃밭, 쉼표. 남동만수르텃밭 풍성한 도시농부들의 문화제 열려

 가을인지 여름인지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뜨거운 햇살이 넘치는 텃밭

 여유와 휴식이 쉽게 허락되지 않는 요즘, 가을을 핑계로 텃밭에서의 힐링으로 이웃들을 초대했다. ‘가을·텃밭·쉼표’

이른 아침부터 톡방이 분주하다. 요기를 위해 준비한 잔치국수의 면이 너무 삶아져서 걱정, 준비해 가야 할 재료를 찾지 못해 동분서주, 미리 가져다 놓은 준비물들을 확인하고 오늘 준비할 것들을 점검하는 내용들을 주고받으며 남동도시농업네트워크 운영위원들의 활기가 모아지고 있다. 

 일찍 도착한다고 갔는데 이미 만수르 텃밭광장은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부지런한 만능해결사 가필현 운영위원님의 발빠른 작업. 날을 잘 세운 낫에 베었다며 내미는 손가락상처에 서투름으로 장난스럽게 응대하면서도 든든함을 감추지는 못하겠다. 걱정된다던 국수는 예쁘게 정돈되어서 바구니에 담겨 있었고 벌써부터 잔치국수육수와 어묵탕 국물이 우러져 나오고 있다. 아! 침고인다! 



미니정원을 꾸밀 토분에 개성을 더하는 작업을 도와주실 허윤정 미술선생님, 필요한 먹거리를 잔뜩 사들고 베시시 웃으며 등장한 김하나 사무국장님, 텃밭놀이를 진행해 주실 장미경 운영위원님, 미니정원 식재를 함께 하실 문순분, 김정임 운영위원님의 마음들이 텃밭에 도착했다. 이제 텃밭의 휴식을 선사할 준비 완료!


 길을 찾기 쉽지 않았을 텐데 흙길을 따라 한사람씩 등장하기 시작했다. “우리 주변에 이런 곳이 있었나?”, “이곳은 완전 시골같은데?”라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들어오는 분들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진다. 기분좋은 넉살로 맞아주시는 이은자 대표님의 환대로 분위기는 한결 자연스럽고 편안해 진다. 


 오후 3시! 이제 텃밭 돌아보기는 그만하고 우리 모여봅시다!!


 처음 만난 사람들이 서로를 소개하는 시간. 그냥 말고 나를 표현하는 그림을 그린 후에 짤막한 소개를 더했다. 비건, 꽃, 거북이, 하트, 애벌레, 나무, 나비, 풀피리 등의 그림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물줄기로 서로를 연결했다. 시원한 물벼락을 맞으며 한바탕 웃어재끼는 것으로 서로의 서먹함은 사라졌다. 이제 오늘의 시간을 함께 누리면 된다.



 미니정원 만들기.


테이블에 둘러앉아 진행자의 설명을 들으며 텅 빈 커다란 토분을 나만의 개성으로 채워나간다. 날씨가 주제가 되기도 하고, 꽃과 풀들이 자리잡기도 하고, 기하학적인 무늬로 수놓아지기도 하면서 토분들은 개성을 찾아간다. 그 안에 식물을 심고 다양한 돌들로 장식하며 집에서 관리하며 늘 볼 수 있는 작은 정원으로 완성되어졌다. 그런데 아이쿠 무겁다!! 어쩌겠나! 그래도 정원 인데 그 정도는 감수하고 잘 들고 갈 수밖에. 



텃밭의 가을은 놀 것도 많다.


특히나 만수르 텃밭은 칡넝쿨이 우거져 있어 이를 활용하면 자연물 놀이가 무궁무진하다. 게다가 자연놀이전문가 장미경쌤의 진행!! 나도 처음 알았다. 칡줄기로 이런 거품놀이가 가능하다니!! 



소모임으로 속이야기를 표현하며 함께 씨앗을 옮기는 놀이도 새로웠다.


일상적인 대화가 아닌 주제가 있는 소통은 가장 가깝다고 생각한 가족간이라도 또 다른 유대를 만들게 되는 것 같다. 우리 가족도 함께 참여해 볼 껄…. 군대에서 휴가나온 아들까지 합류한 가족 참여단이 참 보기 좋았고 부럽기도 하다. 나야 뭐… 또 기회가 많을 것이니 오늘은 진행에 집중!!



흙놀이 강사단의 대 선배이기도 한 김경숙 선생님을 어렵게 모셨다. 마지막 힐링타임.


너무도 파란 하늘을 모두가 누워서 볼 수 있도록만 해 달라는 당부를 드리고 커다란 돗자리를 준비했다. 경숙쌤은 그냥 눕히지 않는다. 양말까지 벗고 발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누워서 하늘을 본다. 게다가 그 하늘에 코스모스꽃을 올리니 화룡정점! 진행자가 이끄는 대로 생각을 이어가며 누워서 본 하늘은 정말 가을이었다.  그냥 가을이 아니라 무언가 놓쳤던 것을 찾은 듯한 찡한 가을이었다. 혼자가 아니고 이렇게 모두가 동시에 같은 하늘을 누워서 바라보며 느끼는 감정은 살짝 울컥 올라오는 묘한 힐링…..


이 시간을 끝내고 싶지 않지만, 잔치국수 끓는 냄새가 허기를 더하고 있다.

일어나자! 이젠 다함께 요기를 하며 이야기를 풀어낼 시간.


개인적으로 준비한 수저를 챙기고 음식들을 담아 자리에 앉아 도란도란 마주앉았다. 풀밭에, 테이블에 각자 편안한 곳에 자리를 잡고 오늘 함께한 이들과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이야기가 시작된다. 살아온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 맛있는 이야기, 텃밭 이야기.. 때마침 찾아온 서창텃밭 반가운 얼굴들에 잔치 분위기는 더욱 무르익어 간다.



배가 부를 때 쯤. 텃밭의 불청객 모기가 등장하기 시작!!  이젠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라는 듯 앵앵거리고 있다. 


후다닥 정리하고 소감나누는 시간. 몇 사람만 들어보려고 했지만… 아쉬움에 모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따뜻하고, 새롭고, 편안하고, 즐거웠다는…. 준비한 사람도 함께 참여한 사람도 모두 좋았던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도시에서의 텃밭은 이렇게 또 그 가치가 확인된다.


수확물이 많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야 하는 곳. 힘들게 경작하는 곳이 아니라 여유롭게 작물과 함께하며 환경과 공동체를 이야기 할 수 있는곳. 바쁜 일상에 쉼표를 찍어줄 수 있는 곳.


신나게 단체 사진으로 하루를 남기고 돌아가는 자전거위에, 허리춤에 묵직한 토분이 하나씩 들려있다. 하늘이 붉게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나도 이제 집으로 고고!! 모두 이제 집으로 고고? 아니다. 만수르텃밭에는 모깃불이 지펴졌고, 운영위원들의 걸쭉한 마무리가 시작되었다. 아쉽지만 나만 집으로 고!!  아이들이 기다린다.. 뒷풀이는 또 다음을 기약하며… 바이~~



2022년 9월 25일

- 바람


댓글 1개:

  1. 멋진 가을날이었어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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