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24일 목요일

2020년을 보내며 Life goes on (농부, 씨앗, 아메바, 강바람, 질경이)

 


시작은 창대하나 끝은 미약하리라…? 


주어진 일을 나름 열심히 했던 2018년과 시민단체 활동가란 무엇일까?, 나는 이 곳에 필요한 사람일까?,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건 뭘까? 등등 수많은 물음표로 어지러웠던  2019년을 지나 2020년을 맞았다.
2020년의 나는 해야하는 일과 하고싶은 일의 팽팽한 긴장 속에 있었다. 해가 지나면 숙련도가 올라가 신속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을거라는 기대와 달리 일은 다른 방식으로 복잡해졌고, 새로운 사업들과 상황은 예상치 못한 일거리를 던져주었다.

거기다 내가 하고싶은 일들(청년마을공동체, 도시농업 컨텐츠 제작(영상), 텃밭 프로젝트 등)을 더하니 하루하루가 어찌나 버거운지…(목표하는 만큼  이루려는 고집스러운 성격탓이기도)  분명 이속에서 얻은 것도 있지만, 포용력을 잃었고 능력도 안 되면서 시작한 나를 원망하고 후회했다.

남은 올해와 농한기에는 공부하고 생각하며 꿈을 구체화시키고, 일이 아니라 함께하고 있고 함께 할 사람들에게 집중하고 싶다.

내년은 올해를 교훈삼아 시작은 미약해도 끝은 창대하길…




씨앗은 떡잎, 본잎을 틔우고 꽃도 피울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씨앗입니다.

올해 제가 맡았던 임무는 크게 세 가지 였는데, 그 중 한 가지를 하지 못했습니다.

내년에는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어요. 분명 한 가지가 줄었는데 일의 양은 줄어들지 않아서 참 신기한 한 해였습니다.

만약 세 가지를 다 했더라면 모두 이도저도 안 되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눈 앞에 쌓인 일들을 처리하느라 정작 제가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 위한 물과 햇빛, 좋은 흙을 충분히 챙기지 못해 아쉽습니다. 물론 일을 하면서 배운 것도 많지만, 저의 내적 성장을 위해 필요한 양분은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영양가 없이 웃자라지 않기 위해 내년에는 더 부지런히 움직여볼까 합니다. 저도 제가 어떤 열매를 맺게 될지 궁금합니다.

저 자신 뿐만 아니라 주변에 좋은 영향,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기를 바라봅니다.




아메바 옆구리가 터지다.

나의 닉네임은 아메바입니다. 눈에 안보여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생물이죠. 올해 옆구리가 터졌습니다. 첫 분열 이후 10년만 세 번째 분열을 했죠. 
공부하기 싫어하는 단세포가 기후위기 때문에 공부도 하고 비상행동에 토론회에 회의에… 그래도 나름 뜻깊었던 도시농부기후비상선언. 하지만 아메바가 뭔 그리 발이 많은지 문어발처럼 벌려놓아 수습이 안되네요. 한 해 동안 흰머리만 늘어갑니다. 
우리 모두 쉬엄쉬엄 일을 즐기면서 월급을 많이 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요즘 이게 제일 걱정입니다. 이러다 머리도 터지겠어요. 그래도 만수르텃밭에 조성중인 아부다비에서 가끔 몸도 풀고 마음도 쉬어 갈수 있었네요. 
더 많은 (즐거운) 아메바들이 생기려면 어찌해야할까요. 자기의 분신을 만드는 것은 신체적인 것이든 정치(정신)적인 것이든 정말 중요한 것인데 잘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러려면 즐거운 플렉스(Flex)한 아메바가 되야겠죠! 요즘 모든게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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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도 나를  막을 순 없다!! 

잘 해내고 싶은 일들이 많은 2020년 1월이었다. 아이들은 이제 모두 나이가 두 자리 숫자가 되어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그리 길게 필요하지 않았고, 2년간 운영해 온 학교텃밭 프로그램은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바지런해지면(나는 아무 생각 없이 쉬는 거, 조용히 늘어져 있는 거, 일을 나중으로 미루는 것을 참 좋아한다..ㅎㅎㅎ) 공부도 하고 깊이도 생기는 한 해가 될 것이라 기대도 컸다. 그렇게 시작이 되려는 찰나.. 뙇!! 아이들 개학이 오지를 않았다. 사람들이 모이지 못하게 되었다. 비대면 학교에 적응해야 했고, 계획한 사업들은 미뤄지고 있었으며, 학교텃밭프로그램 또한 비대면에 적응해야 했다. 천천히 몰아서 하는 것에 익숙한 나에게 조금 급하고 구멍나고 달라지는 상황에 무사히 쫒아와서 12월을 정리하고 있는 순간이 왔다. 미숙함에 아프기도 하고, 서투름에 버벅대기도 했지만…. 그래도 2020년이 마무리 되고 있다. 2021년은 또 어찌 시작될 지 예측이 안되지만 올해처럼 짬짬이 놀고, 짬짬이 뭔가 하면서 또 우르르 지나가지 않을까? 걱정은 절대로 미리 하는 게 아니다~^^

나의 2020년은…


나이먹음에 세대차이에 자존감을 잃어가던 해.

나의 역할과 정체성을 찾아 소리없는 아우성을 쳤던 해.

그래서. 누군가를 원망했고 주변을 탓했고 석산텃밭에서의 8개월을 자원했고 몸을 굴리면 번뇌가 사라질까 몸을 혹사시켰던 해.

수많은 교육에서 떠들었던 도시농업의 가치를 사람들과 함께 실현해 보고싶었던 해.

그래서 작물만 수확하는 주말농장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 세대와 세대, 이웃과 이웃의 관계를 수확하고자 볼거리, 만날거리, 함께 할거리,생각거리를 석산에서 시도했던 해.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하고 있는 사무처식구들 한사람 한사람의 귀하고 소중함을 깨닫게 된 해..떠나있어보니 존재의 소중함을 알게되더이다.. 있을 때 잘하자~ㅎ

*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상근활동가들의 이야기입니다. 저마다 한해동안 치열하게 단체활동과 실무, 개인의 전망, 일과 삶의 균형 등의 고민속에서 살아왔습니다. 글을 실은 순서는 절대 나이 순이 아니라는 거... 비밀입니다.


Life Goes On

삶은 계속됩니다. 2020년 전세계가 멈추고, 도시농부들도 얼어붙었습니다. 지원센터도 전문인력양성도 학교텃밭도 모두 잠시멈춤. 그래도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의 도시농부들은 상근활동가들은 계속 나아가려 고민하고 토론하고 좌절하고 다시 고민했습니다. 우리단체가 이렇게 활동이 계속 지속될 수 있었던 그 바탕에는 안보이는 곳에서 학교텃밭 교육을 확대하고, 마을 도시텃밭을 만들고, 도시농부를 진정있게 대하는 활동가들이 있어서 입니다. 최저임금 수준에 휴일도 반납하고, 밤 늦도록 일 할 때도, 지방으로 강의하러 밤새 운전해 갈 때도, 텃밭은 못 나가고 서류와 씨름할 때도 한마디 불평보다 서로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때론 쉬고, 놀고, 하고 싶은 일들을 벌여내면서 자기 성장도 해야 합니다. 그런 일터이면서 자기성취를 얻는 곳이길 기대합니다. 펜데믹, 기후위기에도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도시농부들의 삶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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