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8일 화요일

[부평여고 학교텃밭 후기] 텃밭이 있어서 참 좋은 날들이다.


우리학교에는 운동장 끝 담장 아래에 아주 크진 않지만 우리 학생들과 즐겁게 농사를 지을 만한 예쁘고 아담한 텃밭이 있다. 주변에 매우 큰 나무들이 많아서 그늘이 지고 낙엽도 무수히 많이 떨어지기도 하지만 햇빛을 받는 곳의 채소들은 나름의 방법을 터득해서인지 사람의 손길이 고마워서인지 나름 잘 자라서 쏠쏠한 수확을 얻을 수 있고 재미진 농사를 지을 수 있다.

우리학교는 도시농업네트워크의 도움을 받아 특수학급의 학생들과 함께 2년째 텃밭농사를 짓고 있다. 특수학급의 학생들은 한 명 한 명의 성향이 다양하다. 능력차도 다양하고 성향도 다양한 학생들을 데리고 텃밭 샘은 늘 신나게 수업을 하신다. 시끄러운 학생, 저 멀리 도망가는 학생이 있어도 텃밭 샘은 목소리도 항상 힘차게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학생들과 함께 농사를 지어나가신다. 그리고 소중한 결과물을 내고 그것을 가지고 우리 학생들과 함께 요리할 물건과 재료들을 바리바리 싸들고 오셔서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 주신다.

처음 시작했던 텃밭 수업은 학생들에게도 교사들에게도 낯선 상황이었다. 다양한 채소들을 심는데 모두 유기농 농법으로 심는다고 했다. ’흙에도 이롭고 채소도 건강하고 더불어 사람에게도 매우 좋은 영향을 끼치리라는 것은 알지만, 예전에 키워보았을 때 환경과 사람을 살릴 수는 있겠지만 벌레들도 엄청 좋아하던데 채소들이 남아날까?‘라는 의문이 있었다. 그러나 도시농업네트워크에서 오신 선생님은 모든 자연과 함께 나누어 먹는게 의미있는 것이라며 매우 열정적으로 자부심에 차서 신나게 설명을 하신다.

학생들은 마냥 신나 조잘조잘거리면서 선생님이 하시는 모습대로 흙을 파고 땅에 이로운 거름을 넣고 섞어주었다. 돌을 골라가며 밭을 일구는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님에도 학생들은 구슬땀을 흘리면 정말 열심이다. 흙은 사람들을 편안하게 하고 손길에 부드러움을 주어 행복하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다. 학생들은 얼굴이 붉어지고 땀을 흘리면서도 수다와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땅을 파다가 지렁이가 나오면 기겁을 하지만 좋은 땅에 지렁이가 많고 지렁이가 땅을 비옥하게 만들어 준다는 선생님의 설명에 지렁이조차도 아끼는 모습이다.

선생님을 따라 모종도 심고 씨앗도 뿌렸으며 물을 주고 자신들이 뿌린 채소가 커가는 모습을 보며 학생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채소가 크고 나면 수확을 하고 조금씩 싸서 집에 가지고 가는 모습에 뿌듯함이 담겨진 걸 보면 자신이 키운 작물을 가족들에게 선물한다는 것이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그리고 수확물을 가지고 함께 음식을 만들고 나누는 과정은 학생들에게 나눔의 즐거움과 공동체로서의 소중함도 함께 마음에 담았을 거라 생각된다.


농작물의 이름도 잘 알지 못했던 학생들에게 텃밭수업은 다양한 가르침을 주었다.


첫째, 농작물의 자라는 과정과 소중함, 그리고 농작물의 이름도 많이 알게 되었다. 상추잎도 구분이 어려웠던 학생들이 농작물 하나 하나를 지나가며 상추, 쑥갓, 들깨, 당근, 목화. 무, 배추, 자랑스럽게 이름을 불러준다. 그리고 쌀을 먹어보기만 했지 어떤 과정을 통해 쌀이라는 결과물이 나오는지도 몰랐던 학생들에게 모판, 모심기, 벼, 낱알, 탈곡기, 홀태로 낱알 털기 등의 체험 등은 우리 학생들에게 매우 즐거운 추억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쌀 한 알이 나오기까지 농부님들의 노고가 얼마나 많이 담겨있는지에 대한 의미도 알게 되었다.

둘째, 인스턴트 음식의 맛에 익숙한 학생들에게 자연의 건강한 맛이 어떻게 우리 몸에 영향을 미치고 건강을 지켜주는 것인지 알게 해주었다. 한 학생은 텃밭 활동을 할 때마다 들깻잎만 따기를 고집한다. 결과물로 담임선생님이 해준 요리가 너무 맛있어서 자주 해달라고 조르기도 한다. 그뿐 아니라 감자전, 부추전, 김치전 등등 요리를 통해 평소 기피했던 음식에 대해 새로운 맛을 알게 되고 좋아하게 되는 모습도 놀라웠다. 다른 많은 학생들은 최근에 했던 염색수업과 배추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 천연 염색이 건강에 참 좋다는 것과 염색을 하는 과정과 손길들이 얼마나 재미있고 신나하는지 보기만 해도 행복한 모습이었다. 배추전의 색다른 맛에 대해서는 “맛이 이상하다” 하면서도 그날의 신났던 추억이 말소리와 표정에는 새롭게 가득 담긴다.

셋째, 텃밭 활동을 좋아하게 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소중함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처음 시작할 때 학생들 중에는 “내가 왜 이렇게 뜨거운 날 고생하면서 이런 일을 해야해!!”라고 불평했던 학생들이 비오는 날 우산을 쓰고 무씨를 뿌리고 모종을 심으면서도 불평 한 마디 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또한, 교내의 선생님들에게도 결과물들을 나누고 선생님들께도 고맙다는 인사를 받으며 이제는 학생들이 텃밭수업이 재미있어지고 보람되었다고 말한다. 자신이 스스로 성취해서 이루어 낸 결과가 얼마나 소중하고 자신을 신나게 하는 일인지 알게 되었다며 그들만의 표현 방법으로 이야기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텃밭 수업은 우리 학생들의 자존감 향상에도 좋은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시나브로 자연이 주는 힘과 사랑이 학생들의 마음에도 힘을 담아주고 텃밭 수업 안에서 서로 배려하고 공동체가 함께 협력해야 하나의 커다란 결과물이 주어진다는 것을 더욱 많이 알게 되기를 바란다. 그 안에서 작물들이 햇빛을 받고 물을 먹으며 초록초록 자라는 농작물들처럼 우리 학생들 한 명 한 명도 마음도 크고 자신과 더불어 주위의 모든 것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되기를 바란다.

2020년은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면에서 힘든 한해였다. 학생들이 학교를 나오지 못해 수업도 많이 하지 못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학교에 등교할 때마다 텃밭수업을 하면 단비를 만난 듯이 신나서는 빗속에서도 혹은 뜨거운 태양이 비쳐도 정말 열심히 참여했다. 2학기 들어 조금 많은 시간을 할 수 있었는데 차가운 바람이 부는 겨울이어도 학생들은 텃밭에 있는 시간이 좋은 것 같았다. 끊임없이 웃으며 떠들어대고 물을 주고 또 겨울 시금치와 마늘 양파 씨앗을 심으면서 새로운 희망을 심는 것처럼 신이 나 있었다. 학교 안에서 아이들의 재잘거림과 웃음은 태양 빛의 흩어짐처럼 모든 곳에 따뜻하게 자리한다.

텃밭이 있어 참 좋은 날들이다.

- 이해리 부평여고 특수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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