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7일 월요일

도시농업공원의 미래를 엿보다.

시흥시 내년 도시농업공원 조성 위해 다양한 사례지 견학  


김충기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대표)


2013년 시흥시에서 도시농업박람회가 열렸다. 시흥시는 중소도시 규모로 도시농업박람회를 할 정도로 도시농업에 대한 의지가 높았다. 2015년 도시농업한마당을 준비하면서 신천동의 공원부지에 텃밭을 조성하고 지역주민들과 함께 가꾸는 공동체텃밭을 시작했고 이를 계기로 낙후된 지역의 재생과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여러차례 텃밭을 통한 행사와 교육을 진행했고, 지난 7월에 도시농업한마당 행사를 개최했다.


문제는 이 부지가 공원부지로 되어있어 텃밭은 임시방안이고, 곧 공원으로 조성될 예정이라는 것이다. 도시텃밭의 대부분이 이런 처지에 있다. 임시로 유휴부지를 사용하는데는 적합하지만, 역설적으로 텃밭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시흥시 농업기술센터를 중심으로 텃밭을 조성하고 도시농업한마당을 진행했던 이 곳이 공원으로 조성하는 단계에서는 공원녹지과의 소관이 된다.


그림 [시흥시 도시농업 한마당 행사 팜플렛]
[도시농업한마당 관련기사]


또 하나의 아쉬운 텃밭이 될 것 같던 신천텃밭에 대한 반가운 소식이 찾아왔다. 경기농림진흥재단에서 나에게 연락이 왔다. 부평도시농업공원을 견학 할 수 없냐는 전화였다. 요컨대 시흥 신천근린공원을 내년에 도시농업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데 몇군데 사례를 방문하려고 한다는 내용이었다. 전에 도시농업공원에 대해 정리했던 [텃밭과 공원의 융합, 도시농업공원]의 글에 소개된 도시농업공원을 방문하는 일정을 짜고 있다고 했다. 나는 흔쾌히 일정을 비우고, 전체 견학 일정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2016 도시농업공원 선진사례 답사]
일시 : 2015년 8월 11일(화)~ 12일(수)
참석 : 시흥시 (공원녹지과장, 공원조성팀장, 담당자), 경기농림진흥재단 (도농교류부장, 도시농업담당자), 도시농업 관련 유관기관 및 단체
일정 :
8월 11일 (화)
  • 10:00~11:00 도시농업과 도시농업공원의 융합, 김인호 신구대학교 교수 / 수원시농업기술센터
  • 11:00~12:00 수원시 당수동 텃밭 답사, 수원시농업기술센터
  • 13:30~14:30 용인 흥덕농장 답사, (사)텃밭보급소
8월 12일 (수)
  • 09:00~10:00 부평도시농업공원 답사, 부평구청 공원녹지과
  • 10:30~11:30 부천여월도시농업공원 답사, 부천시 도시농업과, 지엔그린
  • 13:00~14:00 은평갈현도시농업공원 답사, 은평도시농업네트워크
  • 14:30~15:30 노들텃밭 답사
  • 16:00~17:00 강동구도시농업공원 답사, 강동구청 도시농업과


위의 일정에 참여한 내용을 사례별로 간단하게 소개한다.


융복합 도시농업공원의 이해 필요


도시농업공원에 대한 개념을 제대로 설명하고 컨셉을 잡을 수 있는 국내 전문가가 얼마나 될까? 이에 대한 연구도 많지 않고 관심을 갖는 연구자도 많지 않을 것이다. 도시농업공원은 단순히 공원에 텃밭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공원의 기능과 텃밭의 기능이 만난다고 생각하면 쉬울 것이다. 공원은 휴식의 공간이라면 텃밭은 생산의 기능이 있다. 반면 분양된 텃밭은 개인의 영역이 될 수 있지만 공원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텃밭은 생산, 공동체, 생태와 연계되어 좀 더 복잡한 관리가 필요하다. 여기서 관리는 프로그램이다. 따라서 도시농업공원은 텃밭을 나누어주고 관리하는 것이 필요한게 아니라 텃밭을 통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가능하게 하고, 이 프로그램을 통해 텃밭의 진정한 가치와 효과가 발휘되는 것이 중요하다. 공원이 텃밭과 화학반응을 일으켜야 한다. 단순히 공간적인 결합이 아니다.


신구대학교 식물원 원장도 맡고 있는 김인호교수의 특강으로 도시농업공원에 대한 개념과 함께 실제 수원 당수동에 적용하려 했던 복합테마공원의 계획도 함께 살펴볼 수 있었다.




[복합테마공원 기본계획 및 활용방안 수립, 2013, 김인호]


당수동 시민농장, 수원시민의 공간으로


위에 복합테마공원으로 조성하려던 부지가 지금 당수동 텃밭으로 활용되고 있는 부지이다. 담배인삼공사가 연구용으로 활용하던 부지를 수원시에서 임대해서 시민들을 위한 텃밭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수원시농업기술센터에서 관리하고 있고, 대부분의 부지를 경관작물로 관리하고 있으며, 시민텃밭과 단체텃밭등으로 분양하여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퇴비를 만들기 위한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연꽃을 조성하여 시민들에게 호응이 좋다.


수원시는 부지를 매입하여 활용할 의지가 있으나, 현재 기획재정부 소유로 되어 있는 이 부지를 임대하여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농지의 임대비는 높지 않으나 부속된 건물의 임대비용이 전체 비용의 95%정도라고 한다. 공공기관용으로 사용을 제한하고 있어 건물사용에 대한 부분도 고민이다.


현재 시민농장과 경관단지, 사랑의 쌀단지등으로 나누어 관리되고 있다. 엄청난 부지에 관리인력은 적었으나 시민농장은 시민들의 텃밭경작으로 관리되고 있으며, 나머지를 기술센터에서 인력을 두고 관리하고 있다. 큰 면적에 비해 비교적 잘 관리되고 있었으나 역시 지속적인 활용을 위해 토지매입 등이 되지 않고서는 장기적인 계획을 갖기는 쉽지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이미 복합테마공원으로 계획을 세웠던 연구도 있고, 현재 활용되고 있는 현황을 보더라도 앞으로 도시농업공원으로 발전가능성은 클 것 같다. 100만명이 살고 있는 대도시 수원에 이렇게 좋은 기회의 땅이 있는데, 도시농업이 제대로 실천되어 좋은 사례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부평도시농업공원


부평도시농업공원은 원래 부평구 십정녹지 부지에 2011년 조성되었었다. 이후 갈산근린공원 부지에도 공원조성부지에 임의의 텃밭을 조성하였고, 일부는 부평자활에서 도시농업팀이 텃밭을 조성하여 운영하고 있고, 일부는 공원과에서 직접 체험용 텃밭을 꾸며놓았다. 십정녹지는 올해 사라지고 도시농업공원의 의미를 갈산근린공원 부지에서 이어가고 있다.


아이들의 체험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도시농업공원은 올해 양기환 공원녹지과장이 새로 부임하면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텃밭이 되었다. 뱀오이 터널에 인디언시금치 등 평상시 보기 힘든 작물들이 잘 관리되고 있다. 하지만 역시 공원과에서 넓은 텃밭을 모두 관리하기가 쉽지 않고 수확물에 대한 처리도 어렵다. 구는 내년에 일부를 시민들이 활용하는 텃밭으로 조성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일부 구획의 텃밭을 분양하여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관리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부평구는 이곳을 공원으로 조성할때 도시농업공원으로 일부를 텃밭의 형태를 살려 조성하는 방안을 고민중에 있다.




자연순환농법의 배움터, 여월도시농업공원


부천 여월농업공원은 정수장부지의 활용을 시민들과 논의하다가 도시농업공원에 대한 제안을 받아들여 지난 2년간 임시로 운영을 해오다가 올해부터 정식으로 여월농업공원으로 운영하고 있다. 사회적기업인 (주)지엔그린이 올해부터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여월농업공원의 특징은 텃밭교육과 밀접하게 운영된다는 것이다. 틀밭을 활용한 자연순환농법으로 지도하고 있으며, 개인이 아닌 70여개 단체에게 분양되어 운영하고 있으며 시민운영단에서 텃밭운영에 대해 함께 논의한다. 특히,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는 텃밭에 대해서는 퇴출 후 대기 단체에게 사용권을 준다. 토요농부학교, 도시농업전문가 과정 등이 운영되고 있다.


여월농업공원은 일부를 캠핑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정수장부지를 활용하고 있기는 하나 완전히 공원의 형태를 유지할지는 미지수이다. 인근 택지개발과 맞물려 개발에 대한 압력이 있어 지금과 같은 공간으로 운영되는 것은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고 예상하고 있다. 다만, 도시농업공원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어, 부천시 도시농업과에서는 대체할 부지를 마련해서라도 도시텃밭을 유지하려고 하고 있다.




시민들의 힘으로 텃밭도 지키고, 공원도 조성한 갈현도시농업체험원


은평구에 있는 갈현도시농업체험원은 텃밭과 공원이 공간적으로 함께 어울려 있다. 주택가와 접한 낮은 산자락에 무단으로 조성된 텃밭들이 있었고, 이곳을 국궁장으로 만들려던 계획을 알고, 시민들이 도시농업공원으로 만들기 위한 운동을 벌여 마침내 도시농업체험원으로 조성되게 되었다.


기존의 텃밭이 있던 공간을 살리고 나머지 공간을 공원과 농업체험공간으로 조성했다. 토종종자, 허브를 기르는 공간, 생태화장실, 퇴비간 등을 설치했고 작은 교육실을 활용해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프로그램운영은 은평구 도시농업위원회에서 맡아 진행한다.




공원의 입지조건이 좋았으며 전체적으로 자연과 어울리게 조성이 되었다. 산-텃밭-공원-주택으로 이어지는 경관이 매끄럽게 이어진다. 자연상태인 산에서 자연과 사람이 만난 텃밭으로 내려와 인공적인 공원의 모습으로 이어진다. 숲과 공원과 텃밭이 절묘하게 만날 수 있는 입지조건에 맞춤맞게 도시농업체험원이 만들어졌다.


아직 초기단계라 프로그램이 많이 가동되지 않은 상태이나 구청에서 조금 더 신경을 쓰고 민간에서 적극적인 시민참여공간으로 활용한다면 도시농업공원의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노들텃밭, 텃밭의 다양한 실험소


노들텃밭은 노들섬의 서쪽부분에 조성된 텃밭으로 서울 대표하는 텃밭이 되었다. 오페라하우스로 계획해 서울시가 매입한 이후 최근 활용방안과 관련하여 공모방식으로 시민들의 의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까지 텃밭은 임시의 활용방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시민텃밭과 단체텃밭 그리고 맹꽁이토종논과 토종밭이 조성되어 있다. 수많은 서울시민들이 단체들을 통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고, 개인텃밭으로 참여한 시민들도 노들텃밭의 활동에 다양하게 기여하고 있다. 서울도심의 이색공간으로 많은 매체에서도 소개되었다. 도시텃밭에서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노들텃밭에서는 실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상시 관리인력 몇명이 있을 뿐인 노들텃밭은 다양한 프로그램과 교육이 상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논두렁 밭두렁 콘서트, 놀아밭쇼, 구워밭쇼, 울력프로그램 등 풍성한 활동에도 여전히 텃밭은 임시활용방안이라는 시선과 목소리가 있어 노들텃밭의 지속가능 여부가 서울의 도시농업, 아니 도시농업전반에 대한 위치와 같이 여겨지기도 한다.




잘 정리된 도시공원에 텃밭과 논을 접목하다.


강동도시농업공원은 2013년 도시공원법이 개정되면서 ‘도시농업시설’을 공원에 들여온 도시농업공원이다. 기초지자체중에 도시농업정책을 가장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강동구는 법개정에 맞춰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강동도시농업공원을 조성했다. 원래도 논이 있던 곳에 도시농업시설을 들여와 농기구체험, 텃밭체험을 할 수 있게 조성했다.


논과 토종포, 체험원, 농기구박물관 등이 있으며, 1명의 도시농업전문인력이 상시로 있어 텃밭을 관리하고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기존의 공원에 도시농업시설을 도입했으며 기본적인 관리는 공원과에서 하고 도시농업과 관련한 부분은 도시농업과에서 맡아서 운영한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잘 정리된 공원이었으며 일부구획에 작물을 심어 관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존에 도시공원에도 작물을 심어 관리하는 곳이 있었다. 다만, 도시농업전문인력을 통해  텃밭프로그램을 운영하여 텃밭이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프로그램운영의 주체로 기능을 하고 있었다.  




강동구는 이미 여러곳의 시민텃밭을 운영하고 있어 공원에 다시 분양하는 텃밭을 조성할 필요가 크지 않으며, 다양한 수준의 도시농업을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동구도시농업공원의 사례도 고려할 만 할 것이다.


시흥시는 신천근린공원을 도시농업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해 고민중이다. 이미 텃밭으로 활용되고 있는 이 부지를 공원으로 조성하면서 도시농업을 어떻게 적용시킬지 주목된다. 경기농림진흥재단의 도움을 통해 다양한 선진사례를 둘러보면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텃밭이 무조건 좋을 수 만은 없다. 공원에 텃밭이 들어오면 시민들은 좋아할까? 싫지 않다고 하더라도 텃밭을 통해 도시농업이 이야기하는 좋은 가치가 제대로 발휘될 수 있을까? 도시농업공원은 비용이 더 적게 드는가? 텃밭은 공동체를 형성시켜주는가? 생각해야 할 것들이 많다.

텃밭의 좋은 가치도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다. 관리되는 공원을 넘어 시민들이 참여하는 공원, 텃밭이 되려면 그 안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모이고 마음을 내고, 함께 성장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차근차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번에 다 할 수 없다. 도시농업공원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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