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년전이네요. 우리집 아이들과 잘 놀고 싶어서 텃밭을 분양받게 되었지요. 이왕 분양받는거 공동체 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을 선택한 곳이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의 서창텃밭이었습니다. 그냥 밭만 주는 것이 아니라 필수 교육도 듣고 회원도 되어야 하는 조금은 까다로운 곳이었습니다. 환영선물로 호미 하나 들고 도시를 경작하라는 커다란 슬로건 아래 텃밭농사가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족에게 5평 텃밭은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은 숙제 같은 곳이 되었네요.
계획은 거창했으나 띄엄띄엄 가게되고, 그러면서 작물이 시들시들 할 때쯤 텃밭강사 양성 과정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공부하면 뭐든 달라지겠지 라는 심정으로 신청을 하고야 말았습니다.
많은 멋진 분들 틈에서 관련 경력이 없는 저는 모든게 낯설기도 하고, 서투르기도 했지요. 그나마 좀 나이적은 축에 속한다는 것 빼고는 가진것이 없었으니 뭐 열심히 배우는 수 밖에요.
강사과정 안에서 도시농부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반짝 눈을 뜨는 강의가 있었습니다. 재배의 기술이나 교육의 기능들 보다 도시농부가 공동체를 일구고, 환경을 지키고, 먹거리를 보전해 나가는 데에 담당할 수 있는 역할이 크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지요. 덕분에 교육은 더 즐거워졌고, 깊이 있게 받아들일 수 있었고, 텃밭강사를 하고 싶다는 마음도 커져 갔답니다.
7개월간의 교육과정을 수료하고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함께 수료한 분들이 같이 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면서 텃밭을 경작하며 아이들과 함께 하는 도시농부가 진짜로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습니다. 그래도 여건이 허락하는한 최대한 참여하려 애쓰며 가능성을 놓지 않고 겨울을 지내고는 끝내 어린이집 수업을 배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전문가 여야 했기 때문에 관련 책들을 뒤지고, 선배강사님들께 질문하고(학교다닐 때에는 질문이라곤 하지 않았다지요), 검색해가면서 수업을 준비해도 매 수업마다 아쉽지 않은 날이 없네요.
하지만, 텃밭선생님이라며 한없이 반겨주는 아이들의 눈을 보면 설레이기까지 합니다. 이 아이들이 일구어갈 미래에 작으나마 나를 통한 흙의 경험이 긍정적인 자양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만은 진심으로 가지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새내기 텃밭강사인 저 말고도 멋진 텃밭강사님들이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구석에서 경작하며 공동체를 일구어내는 강사단 흙놀이 선생님들을 늘 응원합니다.
Incheon Urban Agriculture Network (Urban Agriculture Support Center, Professional training institu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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