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부의 친구가 될 책들
곧 시작되는 농사철을 맞이해서 도시농부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 몇 권을 소개합니다. 이 책들의 선정에 특별한 기준은 없습니다. 필자가 개인적인 선호로 선택하여서 도움 받은 책들입니다. 책 소개를 보시고 직접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다른 텃밭농사 안내서들과 비교해보시고 고르셔도 좋겠습니다.
1. 텃밭백과 유기농 채소기르기 (박원만 저, 들녘, 2007)
제가 텃밭농사를 시작하면서 제일 처음 접한 책입니다. 우선 제 처지와 비슷했다는 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저자는 직장인으로 우연히 시작한 텃밭 가꾸기에 빠져서 주말을 고스란히 할애했다고 합니다. 많은 도시농부들과 비슷한 상황인 것이지요. 이 책의 장점은 첫째,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쓰레기라는 것을 모르는, 유기물이 순환하는 생태계를 본 뜬 농사법을 알려 주는 것입니다. 저자는 비닐과 농약,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퇴비와 액비(액체비료) 만드는 법을 소개합니다. 둘째, 흔히 잡초라고 부르는 풀들도 함부로 뽑지 말 것을 권합니다. 풀들이 작물을 압도하지 않을 정도만 관리하라고 말합니다. 작물마다 풀을 관리하는 법을 설명했습니다. 셋째, 84종이 나 되는 아주 다양한 작물들의 재배기록을 남겼습니다. 저자가 10년동안 길렀던 거의 모든 것을 담은 것 같습니다. 시장에서는 구입하려면 비싸거나 흔히 볼 수 없는 작물들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다른 책에는 잘 보이지 않는 작물들이 많습니다. 신선초, 염교, 리이크, 야콘, 돼지감자, 사탕수수, 벼룩나물, 배초향, 익모초에 심지어 인삼 재배방법까지 소개했습니다.
2. 도시농부 올빼미의 텃밭 가이드 1~3권 (유다경 저, 시골생활, 2013)
이 책의 저자는 12년동안 거의 전업이다시피 매달려서 공부하며 텃밭농사를 지으셨습니다. 그 결과물이 이 책이라고 하는데요. 책은 총 3권으로 엄청난 분량을 자랑합니다. 제1권은 혼자 텃밭농사를 시작한 분들이 궁금해하지만 어디에 물어보아야할지 알 수 없었던 의문들을 해소해줍니다. 주말농장 구하는 방법, 작물 배치도 구상하는 법, 씨앗 봉투 읽는 법, 육묘하는 법, 천연농약 만드는 법 등의 정보를 실었습니다. 제2권에서는 46가지의 작물 재배법을 안내하고, 제3권에서는 요즘 각광 받는 각종 허브들의 재배법과 활용법, 갈무리 방법을 소개합니다. 상세하고 방대한 정보들로 매우 유용한 책인데요. 약간의 아쉬움이 있는데요. 비닐 멀칭과 화학비료에 대해 안내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저자의 판단을 존중해야겠지만, 전업 농부가 아닌 텃밭농부들이 그런 선택을 할 필요가 있는지 저로서는 의문이 듭니다. 왜냐하면 비닐과 화학비료 없이 텃밭농사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분들이 많기 때문이죠. 앞서 소개한 <텃밭백과>의 저자도 그 중 한분이고요.
3. 두근두근 처음 텃밭 (석동연 글그림, 위즈덤스타일, 2012)
이 책은 제가 초보 텃밭농부인 친구들에게 선물한 책입니다. 책은 앞서 소개한 다른 책보다는 적은 분량을 가집니다. 하지만 텃밭농부들이 키울만한 작물의 재배법은 대부분 소개합니다. 목화나 수세미 같은 의외의 작물 재배법도 안내되어 있습니다. 만화가인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이 곁들여진 해설은 재배법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저자 자신이 텃밭농사를 하면서 실수하거나 느꼈던 에피소드 등을 컷 만화로 그려 만화책을 보는 듯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지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진과 정보 제공 만화, 컷 만화 등의 시각 정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실질적인 정보는 모두 제공하면서도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따라서 초보자가 보기에 매우 좋은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올해 처음 호미를 잡은 초보 텃밭농부는 이 책으로 농사를 시작했다가 궁금한 것이 해결되지 않을 때에는 앞선 책들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싶습니다.
4. 텃밭정원 가이드북 (오도 저, 그물코, 2013)
농사에서 섞어짓기는 다른 종류의 작물을 나란히 함께 기르는 것을 말합니다. 섞어짓기는 바로 ‘자연의 다양성’을 텃밭에 옮겨 오는 것입니다. 그리하면 흙도 건강해지고 작물도 병충해로부터 강해집니다. 굳이 비료와 농약을 사용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죠. 저는 이 ‘섞어짓기’를 공부하고자 이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섞어짓기 좋은 작물이 있고, 피해야 할 작물이 있습니다. 감자는 콩, 옥수수와 섞어짓기 하면 좋지만, 토마토 옆에서는 잘 자라지 못한다고 합니다. 이 책은 각종 작물의 섞어짓기 궁합을 여러 페이지에 걸쳐 안내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책은 ‘텃밭정원’을 소개합니다. 채소와 꽃이 함께 어우러진 정원을 만드는 법을 보여줍니다. 먹을 수 있는 수많은 꽃들로만 이루어진 정원의 구성도도 실려 있습니다. 입 뿐만 아니라 눈도 즐거운 밭으로 안내합니다. 좀 더 생태적이고 아름다운 텃밭을 원하는 분들게 추천합니다. 하지만 작물 재배법은 비교적 간략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안내서도 함께 보실 것을 권합니다.
(추신)
어떤 책을 선택하든지 초보 농부님들이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책마다 나와 있는 재배표에 전적으로 의지하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저는 처음에 당근과 양배추 등을 책 속 재배표 대로 파종하였으나 제대로 자라지 못했습니다. 양배추는 수확이 늦어져 장맛비에 녹아 버렸고, 당근이 자라는 속도는 예상보다 훨씬 느렸습니다. 다 자란 당근들도 크기가 매우 작았습니다. 그 씨앗들은 좀더 일찍 파종해야 하는 것들이었습니다. 씨앗 봉투에 적혀있는 재배표가 해당 씨앗에 제일 적합한 재배 시기를 알려줍니다. 안내서들에 나온 재배표는 대체적인 감각을 기르는 데 참고만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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