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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16일 금요일

[텃밭에서 읽다] 도시농부의 친구가 될 책들

도시농부의 친구가 될 책들


  곧 시작되는 농사철을 맞이해서 도시농부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 몇 권을 소개합니다. 이 책들의 선정에 특별한 기준은 없습니다. 필자가 개인적인 선호로 선택하여서 도움 받은 책들입니다. 책 소개를 보시고 직접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다른 텃밭농사 안내서들과 비교해보시고 고르셔도 좋겠습니다.
 
1. 텃밭백과 유기농 채소기르기 (박원만 저, 들녘, 2007)



  제가 텃밭농사를 시작하면서 제일 처음 접한 책입니다. 우선 제 처지와 비슷했다는 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저자는 직장인으로 우연히 시작한 텃밭 가꾸기에 빠져서 주말을 고스란히 할애했다고 합니다. 많은 도시농부들과 비슷한 상황인 것이지요. 이 책의 장점은 첫째,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쓰레기라는 것을 모르는, 유기물이 순환하는 생태계를 본 뜬 농사법을 알려 주는 것입니다. 저자는 비닐과 농약,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퇴비와 액비(액체비료) 만드는 법을 소개합니다. 둘째, 흔히 잡초라고 부르는 풀들도 함부로 뽑지 말 것을 권합니다. 풀들이 작물을 압도하지 않을 정도만 관리하라고 말합니다. 작물마다 풀을 관리하는 법을 설명했습니다. 셋째, 84종이 나 되는 아주 다양한 작물들의 재배기록을 남겼습니다. 저자가 10년동안 길렀던 거의 모든 것을 담은 것 같습니다. 시장에서는 구입하려면 비싸거나 흔히 볼 수 없는 작물들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다른 책에는 잘 보이지 않는 작물들이 많습니다. 신선초, 염교, 리이크, 야콘, 돼지감자, 사탕수수, 벼룩나물, 배초향, 익모초에 심지어 인삼 재배방법까지 소개했습니다.
 
 
2. 도시농부 올빼미의 텃밭 가이드 1~3권 (유다경 저, 시골생활, 2013)


  이 책의 저자는 12년동안 거의 전업이다시피 매달려서 공부하며 텃밭농사를 지으셨습니다. 그 결과물이 이 책이라고 하는데요. 책은 총 3권으로 엄청난 분량을 자랑합니다. 제1권은 혼자 텃밭농사를 시작한 분들이 궁금해하지만 어디에 물어보아야할지 알 수 없었던 의문들을 해소해줍니다. 주말농장 구하는 방법, 작물 배치도 구상하는 법, 씨앗 봉투 읽는 법, 육묘하는 법, 천연농약 만드는 법 등의 정보를 실었습니다. 제2권에서는 46가지의 작물 재배법을 안내하고, 제3권에서는 요즘 각광 받는 각종 허브들의 재배법과 활용법, 갈무리 방법을 소개합니다. 상세하고 방대한 정보들로 매우 유용한 책인데요. 약간의 아쉬움이 있는데요. 비닐 멀칭과 화학비료에 대해 안내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저자의 판단을 존중해야겠지만, 전업 농부가 아닌 텃밭농부들이 그런 선택을 할 필요가 있는지 저로서는 의문이 듭니다. 왜냐하면 비닐과 화학비료 없이 텃밭농사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분들이 많기 때문이죠. 앞서 소개한 <텃밭백과>의 저자도 그 중 한분이고요.
 
3. 두근두근 처음 텃밭 (석동연 글그림, 위즈덤스타일, 2012)


  이 책은 제가 초보 텃밭농부인 친구들에게 선물한 책입니다. 책은 앞서 소개한 다른 책보다는 적은 분량을 가집니다. 하지만 텃밭농부들이 키울만한 작물의 재배법은 대부분 소개합니다. 목화나 수세미 같은 의외의 작물 재배법도 안내되어 있습니다. 만화가인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이 곁들여진 해설은 재배법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저자 자신이 텃밭농사를 하면서 실수하거나 느꼈던 에피소드 등을 컷 만화로 그려 만화책을 보는 듯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지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진과 정보 제공 만화, 컷 만화 등의 시각 정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실질적인 정보는 모두 제공하면서도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따라서 초보자가 보기에 매우 좋은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올해 처음 호미를 잡은 초보 텃밭농부는 이 책으로 농사를 시작했다가 궁금한 것이 해결되지 않을 때에는 앞선 책들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싶습니다.
 
4. 텃밭정원 가이드북 (오도 저, 그물코, 2013)


  농사에서 섞어짓기는 다른 종류의 작물을 나란히 함께 기르는 것을 말합니다. 섞어짓기는 바로 ‘자연의 다양성’을 텃밭에 옮겨 오는 것입니다. 그리하면 흙도 건강해지고 작물도 병충해로부터 강해집니다. 굳이 비료와 농약을 사용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죠. 저는 이 ‘섞어짓기’를 공부하고자 이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섞어짓기 좋은 작물이 있고, 피해야 할 작물이 있습니다. 감자는 콩, 옥수수와 섞어짓기 하면 좋지만, 토마토 옆에서는 잘 자라지 못한다고 합니다. 이 책은 각종 작물의 섞어짓기 궁합을 여러 페이지에 걸쳐 안내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책은 ‘텃밭정원’을 소개합니다. 채소와 꽃이 함께 어우러진 정원을 만드는 법을 보여줍니다. 먹을 수 있는 수많은 꽃들로만 이루어진 정원의 구성도도 실려 있습니다. 입 뿐만 아니라 눈도 즐거운 밭으로 안내합니다. 좀 더 생태적이고 아름다운 텃밭을 원하는 분들게 추천합니다. 하지만 작물 재배법은 비교적 간략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안내서도 함께 보실 것을 권합니다.
 
(추신) 
  어떤 책을 선택하든지 초보 농부님들이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책마다 나와 있는 재배표에 전적으로 의지하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저는 처음에 당근과 양배추 등을 책 속 재배표 대로 파종하였으나 제대로 자라지 못했습니다. 양배추는 수확이 늦어져 장맛비에 녹아 버렸고, 당근이 자라는 속도는 예상보다 훨씬 느렸습니다. 다 자란 당근들도 크기가 매우 작았습니다. 그 씨앗들은 좀더 일찍 파종해야 하는 것들이었습니다. 씨앗 봉투에 적혀있는 재배표가 해당 씨앗에 제일 적합한 재배 시기를 알려줍니다. 안내서들에 나온 재배표는 대체적인 감각을 기르는 데 참고만 하시기 바랍니다.
 

2016년 7월 4일 월요일

[텃밭에서 읽다] 허리를 굽혀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텃밭에서 읽다] 허리를 굽혀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욕망의 곤충학> 길버트 월드바우어, 출판사 한울림


이 책에는 우리가 모르거나 아예 관심 두지 않았던 것들의 이야기를 펼쳐 놓는다. 집에서도 길거리에서도 당연히 밭에서는 무척이나 많이 접하게 되지만 무시했던 존재들 즉, 곤충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흔하디흔한 곤충들에 대해 우리는 아는 게 거의 없음을 실감하게 된다.
 

가축은 보통 소, 말, 돼지, 닭을 이른다. 여기에 누에도 포함해야 한다고 이 책은 말한다. 누에는 철저히 인간의 손에 길들여져서 야생 상태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곤충이다. 그들의 누에고치는 인간들이 황홀하게 생각하던 비단의 원료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옷감에 물들일 염료도 곤충에서 얻었다. 깍지벌레는 염료를 생산하는 대표적인 곤충이다. 옷 위에 다는 장신구로도 이용했으니, 곤충이 사람 몸을 온통 휘감은 모습을 상상할 수도 있겠다.

곤충은 문명의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종이는 말벌집을 보고 만들게 되었으며, 잉크는 벌레혹으로부터 얻었다. 종이와 잉크가 문명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만큼, 문명은 곤충에게 크게 빚지고 있다. 곤충의 쓸모 있음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맛있고 영양가 있는 음식이 되기도 하고, 죽은 조직을 제거하고 소독까지하는 살아있는 치료제(구더기) 역할도 한다. 달콤함을 선사하는 벌꿀은 화상, 위궤양, 과민성 대장증후군에도 좋다! 식물이 만든 다양한 종류의 항생물질이 벌꿀에 응집되는 것이다. 여기에 오락거리로서 키워지는 귀뚜라미와 벼룩의 이야기도 다뤄진다. 벼룩 서커스라는 기상천외한 일도 실제로 있었음을 귀뜸해준다.
 
아마 저자는 마감에 쫓기지 않거나 책의 분량으로부터 자유로웠다면 더욱더 많은 곤충의 쓸모를 우리에게 알려주었을지도 모르겠다.

 

앞의 모든 사례들은 철저히 인간의 눈으로 본 작은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인간에게 쓸모 있는 것들의 이야기다. 왜 ‘욕망의 곤충학’이라고 이름 붙였는지 알것 같다. 철저히 인간의 욕구/욕망에 부합하는 곤충들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눈높이에서 본 곤충들. 인간은 자신에게 쓸모 있지 않은 것에는 관심이 없다. 연구자들이 지금까지 밝혀낸 곤충류는 95만 종 정도이며 아직 미확인된 종은 895만 종 정도 될 것으로 추정된다. 겨우 전체의 10% 정도만 인간에게 알려진 것이다. 곤충 연구자들이 없었더라면 아마 쓸모 있는 몇가지 종류의 곤충만 인간에게 알려졌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이 책이 의미 없지는 않을 터이다. 저자가 밝히듯이 거의 알려진 바가 없는 이 매혹적인 생명체 자체에 관심을 가지게 될 수 있다면 좋은 홍보 전략일 것이다. 쓸모 있는 것에서 존재 그 자체로 관심을 끄는 것으로 시선을 옮길 수만 있다면 말이다. 어떠한 생명이든 그런 존재이어야 하지 않을까. 요즘의 인간도 쓸모의 정도에 따라 등급이 매겨지곤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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