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19일 화요일

[인터뷰] 잡초생태연구자 홍선희 박사를 만나다!!

연구실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해야 할 일이 많은 사람들의 공간에서 느껴지는 활기참과 분주함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책상 아래에서 무언가를 힘겹게 들어내고 있던 분이 일상처럼 우리들을 맞아주셨다. 연구하는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무색해 졌다. 산에서 들에서 개천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분이었다.
 
동그란 탁자에 둘러앉자마자 매토된 종자들 중에 토종은 물론이거니와 외래 잡초의 생태에 대한 연구를 주로 하신다고 소개를 하셨다. 도시농부에 대해서는 어렸을 때에 할머니가 옥상에서 텃밭을 하셨던 기억을 떠올리시며 단박에 이해하셨다. 농사가 싫어서 공부를 하셨다는 홍선희 박사님은 그래도 돌아 돌아서 결국은 농사와 관련된 일을 하게 되었다며 재미있는 미소를 지어보이셨다.
 
5평 텃밭을 일구면서도 나갈 때 마다 무성하게 자라 있어서 구슬땀을 흘리게 만드는 잡초. 박사님을 만났으니 그 녀석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파헤쳐 보자.
 
책에서도 그렇고 다큐에서도 잡초를 제거하지 않고 활용하여 농사를 짓는 농부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와 같은 방법의 농법이 가능한가요?

생태적으로 잡초농법은 가능하다. 잡초를 모두 제거하기 보다는 허용한계밀도에 맞게 작물의 수량을 해치지 않는 수준은 허용해도 수확량에는 문제를 주지 않는다.” 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하지만 잡초와 작물과의 관계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잡초를 관리해 주는 시점을 파악하고 있어야만 하기 때문에 다년간의 노하우가 없이는 불가능한 농법이다.
특히나 농사를 업으로 삼고 있을 경우 잡초의 일괄적인제거보다 많은 시간과 노동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물론 토심을 키우기 위해서 잡초를 활용하는 것은 효과가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땅을 개량하기 위해 농사를 쉬는 농부에게 수익금을 어느정도 보전해 주는 제도가 있다.
 
잡초란 도대체 무엇인가요? 우리가 기르는 작물도 처음에는 잡초가 아니었나요? 또한 작물과 다른 잡초의 끈질긴 생명력은 어떻게 유지될 수 있는건가요?

잡초라는 것은 순전히 사람의 관점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사람이 작물을 재배하는 곳에서 작물이 아닌 다른 풀이 자라면 그것이 잡초가 되는 것이다. 산이나 들에서 같은 풀이 자라도 잡초라고 하지 않는다.
우리가 기르는 작물들 역시 처음에는 잡초였다. 사람에게 필요한 수량을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극단적으로 개량되어 진 것이 지금 우리가 기르는 작물이다. 내병성, 뿌리의 발달 등은 포기를 하고 수량에만 초점이 맞추어 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뿌리발달이 훨씬 좋은 잡초와의 경쟁에서는 지하부에서부터 쳐진다. 또한 수량을 많이 가지고 있어도 넘어지지 않도록 키가 작아지게 육종되어서 잡초와는 광경쟁에서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것이 잡초를 제거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그에 반해 잡초는 내병성, 내충성, 내건성, 내한성 등등에 대한 유전자 풀이 가득 찬 채로 계속 생명력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환경이 다양하게 변화되어도 어딘가에 존재해 있는 그에 대응할 유전자가 힘을 발휘해서 대응 할 수 있기 때문에 작물보다 훨씬 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작물의 씨앗이 야생에 떨어진다면 살아남을 확률은 거의 없다. 자연 생태계에서 살아남는 종은 우리나라의 경우 들깨 정도가 있지만 잡초와의 경쟁에서 이기기가 쉽지는 않다. 그것이 작물재배하면서 계속해서 사람이 관리를 해 주어야 하는 이유이다.
 
제초제에 견딜 수 있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지엠오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가요? 먹거리로서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잡초를 제거하지 않고 농사를 짓는 것이 쉬웠다면 제초제 개발도 필요 없고, 잡초에 관한 학문도 필요 없었을 것이다. 인류는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잡초와의 전쟁을 계속해 왔다. 그 긴 싸움 속에서 최근에 유일하게 판정승을 거둔 것이 지엠오이다.
잡초에 대한 전쟁이라는 측면에서만 봤을 때에는 일시적인 판정승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엠오개발 이후에 너무도 많은 양의 제초제를 사용하는 것은 큰 문제이다. 토양이 제초제로 죽어가는 데다가 잡초가 유기물이 되어 보전해 주는 것도 불가능 해졌다.
또한 지엠오가 도입된 이후 멕시코 브라질 등의 농부들이 일자리를 잃어버리게 되었다. 대규모 기계화 되어지면서 농부들 할 일이 없어지는 것이다. 또한 지엠오의 문제가 입증되더라도 다시 예전농법으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 때에는 식량난으로 문제가 커질 수도 있다. 이에 대한 대비도 해 나가야 한다.
최근에는 재초제 저항성 잡초가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잡초의 어딘가에 존재하던 유전자가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일시적인 판전승일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에 외래잡초가 들어와서 토종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외래잡초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요?

생물들은 먹이원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분류군에서 하위로 갈수록 그 정도는 더욱 심해진다. 곤충이나 미생물들은 자신들의 먹이원을 좁혀두기 때문에 외래잡초는 국내 초식자들이 먹지도 않을뿐더러 미생물이 분해를 하지도 않는다. 들어온지 100년이 넘은 망초, 개망초 들에도 아직 곤충들이 달려들지 않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래서 외래종은 우생적인 번식을 할 숩밖에 없다. 그래서 제거를 해 주어야 하며 물리적인 제거뿐만이 아니라 생물적 방제를 위한 연구를 계속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럽 등지에서는 잡초의 필요성을 일찍 인식하고 밭테두리를 보전하기도 하는 등의 적극적인 방법으로 보호하기도 하고, 학술적인 부분에서만도 1950년 데에 쓰여진 것도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최근에 관심을 보이는 것 같은데요? 우리나라의 잡초에 대한 연구현실은 어떠한가요?

원래 우리나라는 잡초를 잘 이용하는 나라이다. 동의보감에 언급된 것을 보면 우리나라 식물이 5000종 정도 될 때 그 중에 한 1900종 정도를 식용으로 이용한 기록, 2700종 정도가 약으로 쓰였다는 기록이 있다. 전세계 어느 곳 보다도 사용비율이 높은 것이다. 우리가 흔히 먹는 산나물은 비슷한 지역에 사는 일본, 중국에서 조차도 먹지 않는다.
대표적인 예로 고사리를 들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 고사리는 독성이 있는 악성잡초이다. 목초지에 나올 경우 큰 문제를 일으키는 종으로 인식되어져 있다. 그러한 고사리까지도 맛있게 먹는 방법을 아는 민족이 우리나라인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경험적으로 쌓인 전통지식은 많으나 과학적으로 접근을 한 것은 10여년 정도 되어졌다. 그만큼 늦은 것이기는 하나 연구를 하기 위한 단서가 될 전통자료들을 잘 활용하고 장기적인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더욱 깊이있고 활발하게 축적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도시농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 것은 예전부터 낯설지 않은 광경이었다. 도시로 온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공간만 있으면 무엇을 심고 가꾸는 것이 당연했다. 지금의 환경에서 보면 긍정적인 효과가 예전보다 더욱 많을 것이다.
5평 도시 텃밭에서는 경제활동이 아니기 때문에 잡초와 함께 공생하는 농사를 시험해 보는 것도 가능 할 것이다. 잡초와의 경합을 관찰하면서 작물도 잘 자라고 토양도 좋아지는 지점을 공유하고 교육이 되어진다면 좋겠다. 종의 다양성도 보전하고 토양 개선에도 효과가 있는 방향으로 농사를 지어보길 바란다.연구하는 사람들도 농부와 똑같다. 도시농부들도 훌륭한 연구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 쪽에서는 녹색지옥인 잔디를 없애고 그 공간에 다양한 야생식물종을 채우기도 한다. 그러한 시도 또한 도시농부들은 가능 할 것이다.
 
서둘러 사진을 찍으려고 두리번 거리다가 옆 방에 있는 커다란 냉장고 들이 눈에 띄었다. 양해를 구하고 박사님과 함께 들어가 보니 엄청난 크기의 냉장고들 옆에 다양한 종자들이 정돈되어져 있다. 사설로는 가장 방대한 양일 것이라며 눈을 반짝이며 설명해 주신다.
외래잡초를 위해서 최근에 들여온 커다란 기계는 신나게 설명도 해주신다. 자부심 가득한 공간에서 앞으로도 많은 뜻깊은 연구를 해 나가시길 기대하며 인터뷰를 마무리 했다.
 
오늘도 출장을 가셔야 한다며 일어서신다. 물가에 식물이 있는 곳까지 들어가서 물속 식물과 초식자들을 채집하러 가신다고 한다. 일년에 200일 정도가 국 내외 출장 연구로 이루어 진다며 날씨를 살피신다. 우리 농부들과 많이 다르지 않은 모습에 살짝 미소를 지으며 연구소를 함께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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