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27일 월요일

소자농의 도토리 12 - 기후위기와 김장배추


소자농의 도토리 제12회 "기후위기와 김장배추"


1. 8월은 가을이 들어오는 절기 : 입추(8월7일), 처서(8월23일)
 
8월은 여름이다. 그러나 입추인 8월7일 무렵 하늘기운은 가을이 시작되고 처서인 8월23일 무렵 땅에 사는 생명들도 가을이 왔음을 감지한다. 8월이 오면 텃밭의 토종작물 중 박과채소(호박, 박, 수박 등)와 외과채소(참외, 오이)들 그리고 가지과 채소(고추, 가지, 토마토)들의 열매를 많이 수확하게 된다. 8월의 밭은  먹을 것이 넘친다. 열매를 먹는 채소와 잎을 먹는 고구마, 들깨, 콩 그리고 8월 초순에는 채종도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데 상추, 아욱, 근대, 당근의 씨를 받아 8월 중순경 그 씨앗을 다시 심는 가을 파종이 시작된다. 인천지역에서는 가을 감자재배가 쉽지는 않으나 토종감자 중 분홍감자는 다른 감자보다 휴면기간이 짧아 6월 말경 수확한 감자에서 8월초순경 싹눈이 나와 가을 재배가 가능하다. 인천지역에서 가을감자를 경작하기 위해서는 씨감자에서 싹눈이 8월 중순까지는 나와야 안정적으로 가을수확이 가능하다. 작년은 겨울이 따듯하여 봄에 수확하지 못한 감자가 스스로 월동하여 다음해 봄에 자라서 결실을 내기도 했다. 어쩌면 이상기후로 인천에서도 이제는 쉽게 가을 감자재배가 가능할 듯하나, 토종감자를 씨감자로 사용해야 성공 할 가능성이 높다.  

【 사진1 : 무더운 입추】

 8월 초순에 풀 관리를 하면 더 이상 풀로 인하여 발생하는 심각한 문제는 없다. 벌레들도 번식과 동면을 준비하기 때문에 8월 초순부터 하순까지는 왕성한 먹이 활동을 한다. 그러나 처서(8월23일)절기가 들어오면서 모기 등 밭의 벌레들도 개체수가 줄어들기 시작한다. 봄이 생(生)하는 계절이라면, 가을은 살(殺)하는 계절이다. 가을이 오면 벌레들도 살기 위해 동면이라는 죽음을 선택하고 풀도 씨앗이라는 죽음을 선택한다. 

 8월은 그러나 아직도 여름이다. 완연한 가을은 9월에 이르러 완성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8월은 조만간 다가올 죽음을 준비하는 시기라서 작물들과, 풀, 벌레들이 왕성한 활동을 하는 절기이다. 8월에는 김장채소를 기르는 경작활동을 한다. 김장채소인 무, 배추, 갓은 잎채소이기 때문에 8월에 씨앗을 넣게 되면 풀에 치이고 벌레들이 몽땅 어린 싹을 먹어 치우게 된다. 절기별 경작 활동 중 8월에 잎채소를 씨앗으로 직파하는 것이 가장 어렵고 난이도가 높다. 왜 그런지 살펴본다. 

【 사진 2~3 : 김장양념 쪽파는 처서 지나 파종】


2. 도시농부 김장배추 잘 기르는 방법

도시농부들은 8월 하순부터 9월 초순까지 육묘한 배추 모종을 구입하여 김장배추를 정식(아주심기 : 자기 밭에 수확 할 때 까지 아주 심어 옮기지 않고 기르는 것을 말함)한다. 그럼 도시농부들도 배추를 씨앗으로 모종 육묘하여 아주심기가 가능 할까? 실망스럽게도 답은 『무척이나 어렵다』 왜 그럴까? 그 이유를 대략 살펴본다.

김장배추의 생리적 이해 / 속이 차는 김장 배추의 불편한 진실
김장배추는 속이 차는 배추로서 씨앗으로 뿌리고 90일 이상 경작하는 배추이다. 만약 11월중순경 배추를 수확하여 김장을 한다면 역산하여 8월 중순에는 씨앗을 심어야 한다. 
○ 속이 차는 김장배추의 경작기간 : 최소 90일 이상

아프리카에 사는 사람이 한국에 와서 8월 무더위에 춥다고 하듯이 배추도 원산지의 기후와 환경에 영향을 받는 생리적인 특징이 있다. 배추의 원산지는 중국이다. 8월 중순의 한국 기후에 생리적으로 적응되어 있지 않다.
○ 배추씨앗은 발아온도 :  4℃~35℃
○ 배추성장의 최적온도 : 18℃~22℃ 
○ 배추 속이 차는 온도 : 15℃~16℃
○ 성장이 멈추는  온도 :  5℃이하

2019년 8월15일부터 30일까지 인천지역의 1일 평균온도가 배추 성장의 최적온도인 18℃~22℃가 된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8월 한국의 평균온도는 전국적으로 24℃~26℃이고, 2019년 인천지역의 8월 중 1일 최고 기온이 30℃이상 되는 고온일수는 14일로 나타났다. 배추씨앗이 발아하는 온도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배추가 자라는 최적온도(18℃~22℃)에 해당하는 날은 8월 중 단 하루도 없었다. 

그런데도 배추모종을 기르기 위해서라면 8월 중순에 씨앗으로 모종을 내야 한다고 여기저기서 알려주고 그리 가르치고 있다. 당연히 배추는 성장 조건인 기후와 환경이 최악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천연농약 만들기, 배추의 성장을 돕는 난각액비, 천연영양제 만들기 등 관행농부들이 하는 유사한 인위적인 배추경작 방법을 알려준다. 게다가 벌레들이 짝짓기를 하고 후대를 번식시키며 영양활동을 하는 최성기인 8월에 벌레를 적으로 여기는 여러 가지 해충방제 방법을 공유하기도 한다. 8월의 배추를 공격하는 벌레는 1만년이상 이 땅에서 그렇게 살아온 생명들이다. 속이 차는 배추를 한국에서 먹기 시작하여 대중화 된 것은 1970년대 중반부터이다. 굴러온 배추가 이 땅에 박혀 살아온 벌레를 뽑아내고 있다. 속이 차는 결구되는 배추는 원산지가 중국으로 8월 한국의 기후와 환경에 적합하지 않은 배추임에도 겨울철 우리의 식탁에 올라 노란 속이 차 있는 아삭한 김장배추를 찬양하고 있다. 

배추를 모종으로 육묘하는 농가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경작을 할까? 당연하게 산업적으로 경작 할 수밖에 없다. 에너지를  투입하여 적정한 온도를 유지시키고 병충해 방제를 위해 농약을 투입하여 사전 예방하거나 사후 대응한다. 우리나라에 산업적인 농사가 본격화 된 것은 1970년대 중반부터이다. 이 무렵 중국으로부터 유입된 속이 찬 배추를 본격 경작하기 시작했다. 1970년대 중반은 우리나라 조국근대화가 산업으로서 외형을 갖추는 시기이며 농사도 농업이라는 산업화로 전향된 것이다. 농업의 백색 혁명이 이 무렵 확산되었고 종자의 산업화와 각종 농약 등 농자재와 농기계의 산업화는 속이 차는 배추와 함께 성장하였다. 도시농부들이 씨앗으로 8월중순경부터 모종내어 기르는 호배추는 그 당시는 이리 될지 몰랐지만 농촌의 자주적인 자립능력을 강제하면서, 농업이 지속가능한 자연생태계에 문제를 유발시키면서, 우리의 식탁에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도시농부들이 씨앗으로 속 차는 김장배추를 모종으로 기르는 경작방법을 애써 익히거나 배울 이유가 없다. 농업으로서 산업화된 재배기술은 육묘하는 전문농가의 목으로 인정하여야 한다.

【사진4~5 : 백색혁명의 발원지 김해를 방문한 박정희 대통령】
 
도시농부들의 과제 / 60일 조선배추로 전통농사 하기
우리의 선조들은 김장배추로 어떤 품종을 경작하였을까? 당연히 지금과 같은 90일을 경작하는 결구형 배추는 아니었다. 지금도 연세 드신 어른들은 어머니가 해주신 반결구 또는 비결구되는 조선배추 김장 맛을 기억하고 있다. 일명 뿌리배추, 뿌리도 먹는 우리나라의 토종(재래종) 조선배추는 개성배추, 서울(경종)배추, 의성배추, 뿌리배추, 똘배추, 겨울초 등 지역의 기후와 환경에 적응하여 아직도 전래되고 있다. 조선배추는 60일을 경작하여 김장한다. 노란속이 없지만 퍼런 배추 잎에서 깊은 맛이 나오고 익으면 익을수록 맛도 숙성된다. 젊은이들에게는 새로운 맛이라 첫맛에 거부감도 있겠지만 몇 번 맛을 보면 중독이 되기도 한다. 조선배추가 우리나라에서 경작되기 시작한 것은 고려시대부터이다. 중국으로부터 유입된 배추가 약재로 사용된 것이 고려시대이고, 김치로 먹기 시작한 것은 조선시대부터이다. 그래서 우리의 배추를 조선배추라고 부르며, 중국에서 육종된 속이 차는 배추를 호배추라고 한다. 호떡이 중국 떡 임을 알고 있으니 「호」자나 「청」가 들어간 것은  중국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시기 바란다.  

【사진5-1 : 조선시대 배추(심사정 초충도)】

조선배추는 60일 경작하여 김장한다. 
11월 중순 대략 60일을 경작한 조선배추를 수확하여 김장을 한다면 씨앗을 뿌리는 시기를 역산하면 9월 중순경 직파(줄뿌림)을 하면 된다. 이 무렵이 절기상 이슬이 내린다는 백로(9월7일)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추분(9월22일)이다. 이 무렵에는 우리나라의 어느 지역이라도 배추성장의 최적온도인 18℃~22℃에 크게 벗어나지 않은 온도이며, 배추들이 벌레와 풀들의 공격으로부터 스스로 생존의 길을 찾아 환경에 적응한 진화의 선택이기도하다. 배추가 1만년이상 스스로 살길을 찾아 선택한 생리적인 조건에 순응하면서 농사짓기를 하는 방법을 전통농사라고 하며 전통농사를 계승하는 것이 도시농업이다. 9월중순경 텃밭에 조선배추 씨앗을 줄뿌림하고 20일정도가 경과하면 솎아서 겉저리 김치나 국, 나물로 먹고 배추가 성장하는 대로 방해가 되지 않도록 적당히 간격을 유지시켜주면 벌레를 잡아준다거나, 성장에 필요한 영양제를 투입하다거나, 풀을 관리한다거나 하는 90일 배추 경작방법이 산업적이라는 배경을 쉽게 이해 할 수 있다. 조선배추는 배추뿌리도 먹는다. 순무처럼 김치를 하거나, 배추 국으로 먹고, 살짝 삶아 콩가루를 찍어 간식으로 먹고, 썰어 무말랭이처럼 말려서 나물로 또는 덕어서 차로도 마신다. 조선배추 말랭이 나물은 무말랭이 나물과 비교하여 새로운 맛이고 텃밭 도시농업을 잘 선택하였다는 자부심이 생기기도 한다.

【사진6~7 : 의성배추와 김장 / 사진8:서울배추 절이기】

조선배추 씨앗은 어디서 나눔 받을 수 있나? 
각 지방에 있는 도시농업네트워크 시민단체와 토종씨드림 등 토종씨앗을 수집하고 증식하며 보급하는 지역의 단체들이 있으니 인터넷 등을 검색하시기 바랍니다.    

1. 토종씨앗으로 경작하여 채종하는 등 토종도시농부 활동을 하시고 싶은 인천분들은 (사)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씨앗이음으로 문의하시기 바랍니다.(032-201-4549)

2. 소자농의 개인 온라인 방을 소개합니다. 토종씨앗이 필요하신 분이나 궁금한 점이 있으면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네이버 밴드 : 소자농의 토종씨앗 전통농사 (https://band.us/n/a8a321v6E4p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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