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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1일 수요일

공동체텃밭 한마당, 도시농부들이 만들어가는 공동체이야기 그리고 텃밭의 적정기술


도시농업박람회, 도시농업한마당 등 화려한 부스와 체험행사들이 전국 곳곳에서 열립니다. 도시농업을 알리기도 하고 새로운 관련기술을 전시하거나 판매하기도 하고, 도시농업관련한 체험거리들로 즐길 수 있는 행사장이 여러 곳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28일 인천에서는 조금은 색다른 도시농업행사가 있었습니다. 공동체텃밭 한마당입니다. 항상 박람회나 행사가 열리면 시민들에게 즐길 거리를 제공하지만 그 수고스러움을 감당하는 도시농부들은 정작 즐기지 못합니다. 도시농부들이 교류하고 즐길 수 있는 그리고 함께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는 자리가 필요했고 그래서 올해 처음으로 시도한 '공동체텃밭 한마당'은 정말로 도시농업의 취지에 맞게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는 도시농부들을 위한 행사를 한 것입니다.


공동체텃밭의 도시농부들을 초대하고, 이야기를 듣는 이야기마당을 시작으로 인천시가 운영하는 남촌농산물도매시장 옥상텃밭인 '해바람텃밭' 투어, 텃밭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적정기술을 배우는 적정기술 워크샵, 그리고 마지막으로 함께 간단한 식사를 나누며 이야기나누는 교류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야기마당은 10개의 공동체텃밭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입니다. 인천에 도시농부들 중에 공동체텃밭 도시농부들을 초대했고 발표를 해주시기로 한 10개의 텃밭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먼저 기조발표를 한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김충기 대표는 시애틀의 P-patch 커뮤니티가든 이야기를 시작으로 공동체텃밭의 다양한 시도들과 그것이 가진 이야기의 힘 그리고 우리가 함께 이야기하면서 더 넓어지고 커질 도시농부들의 이야기를 이자리에서 시작하게 되어 반갑다는 인사를 했습니다.


이어서 10개의 공동체텃밭 사례를 들어보았습니다. 사람들의 매력을 강조한 '서창텃밭', 도시농부학교 동기생들이 시작한 부평의 'BB팜', 이음텃밭의 다국적 회원들이 함께하는 '글로벌가든', 15년된 공동체 '여우재텃밭', 마을에 공터에서 멋진마을텃밭을 만들어가고 있는 '고랑', 마음속의 정원같은 '도림텃밭', 아파트공동체가 텃밭공동체로 '포레스트 공동체', 퇴비만드는 모임 '퇴진사', 학부모들의 텃밭동아리 '장아두리', 우연히 발을 들이면 빠져나오기 힘든 '햇골텃밭'의 이야기들을 들어보았습니다.


1시간 30분 정도 이야기마당이 짧아서 아쉬웠지만, 다음순서는 '해바람텃밭'투어, 해바람텃밭은 2021년 인천시가 조성한 옥상텃밭으로 퍼머컬쳐디자인과 다양한 적정기술 그리고 100여종이 넘는 다양한 식물과 작물, 나무, 허브 들을 볼 수 있습니다. 텃밭정원 봉사단교육을 통해 이곳을 함께 가꾸고있는 시민텃밭정원 봉사단들이 직접 투어를 운영해주셨습니다. 


텃밭투어를 끝내고 적정기술워크샵 시간에는 텃밭용 화덕, 이름하여 벽돌로 만드는 로켓스토브을 만드는 시간입니다. 적정기술 그리고 로켓스토브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한 후 텃밭에서 즉석으로 만들어 사용할 수 있는 벽돌로켓스토브를 쌓는 방식을 배웠습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는 방법을 한번 익히면 벽돌만으로 효율 높은 화덕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집중해서 강의를 듣는 모습은 오랫만입니다. 무엇보다 텃밭별로 모둠을 나눠 직접 만들어보는 시간이 가장 흥미롭고 신나보이는 시간이었습니다. 오늘의 미션 라면을 끓여라! 


라면으로 요기를 했다면, 텃밭에서 나온 재료로 만드는 버섯밥과 된장국 그리고 겉절이만으로도 건강한 한끼가 마련되어 함께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오늘 참여하게된 소감 그리고 다른텃밭들과 교류의 시간을 끝으로 행사가 마무리되었습니다. 


행사마무리에 다들 텃밭마다 화덕을 만들 수 있게 벽돌을 나르느라 분주합니다. 처음에는 가져갈 수 있을까 싶었는데, 다들 오늘 배운 텃밭용화덕이 마음에 들었나봅니다. 텃밭마다 다음날 각자의 공동체텃밭에서 화덕을 사용하는 사진들이 올라오기도 하고 모두가 즐거워하는 걸 보니 이번 행사는 도시농부들에게 정말 필요하기도 하고, 공동체텃밭에 도움이 되는 행사였던 것 같습니다.

함께 모이는 것 만으로도 공동체텃밭을 지키고, 새롭게 시도하는데 큰 힘이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도시농업의 가치는 이런 시민들의 활동에서 나옵니다. 그리고 공동체로 함께할때 더 많은 이야기와 가치들이 생겨납니다.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공동체텃밭들이 더 많이 시도되고 생겨나고 힘을 얻길 바랍니다. 앞으로 계속 그리고 더 많이 만날 수 있길 바랍니다.


사단법인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사진 더 보기 

2017년 6월 21일 수요일

[텃밭에서 읽다] 테크놀로지, 기술은 피부다

<시민을 위한 테크놀로지 가이드> 이영준x임태훈x홍성욱



스마트폰 알람에 잠자리에서 눈을 뜨고, 손끝으로 환한 LED등을 켜고 수돗물을 틀고 전자레인지 속 음식을 데운다. 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20층에서 5초만에 지상으로 내려온다. 강 밑을 지나가는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손가락만 까닥하면 만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컴퓨터라는 기계에 앞에서 일을 한다. 여가시간엔 우주 또는 넓은 바다 속, 상상의 세계를 실감나고도 스펙타클하게 보여주는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영화를 본다. 다른 이는 하늘을 나는 드론을 띄우며 즐거워한다. 빠진 치아를 대신해서 인공 치아를 심고, 퇴행성 관절염으로 녹아내린 연골은 인공 관절로 대체한다. 우리는 테크놀로지 속에서 산다. 우리에게 테크놀로지는 피부다. 다치거나 기능을 잃었을 때에만 알아차릴 수 있는 몸의 일부다. 하지만 고도화되는 기술로부터 우리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각종 기기들은 버튼으로만 우리와 접촉할 뿐이다. 그들의 작동 원리와 구조는 알지 못한다. 점점 더 의존하게 된 테크놀로지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것이 이 책의 문제의식을 출발점이다.
 
책은 3명의 저자가 각각 디지털 비평, 기계 비평, 적정기술로 나누어 썼다. 디지털 비평은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 상징되는 디지털 기술이 우리의 상식과는 다르게 사유의 폭을 어떻게 좁히고 일반대중 특히 디지털 기술 종사자를 소외시키는지 보여 준다. 또한 자본과 국가가 우리의 시간과 일상을 어떻게 탐하는지 설명한다. 기계 비평은 사진작가의 예리한 시선으로 야구장, 대형빌딩, 지하철역사, 대형 공연장 속의 기계를 세세히 살핀다. 점점 복잡한 유기체를 닮아가는 기계가 표면적으로 우리에게 보이진 않으나 어떻게 수면 아래에서 이 세상을 지탱하고 있는지 발로 뛰며 취재한 내용을 직접 찍은 현장 사진과 함께 보여준다. 적정기술 편은 첨단 기술이 개발도상국을 비롯한 모든 이에게 최상의 선택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님을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사회·환경 여건에 따라 최적의 기술이 있는 것이지 시공간을 막론하고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기술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선진국의 적정 기술 연구자들이 자신들의 거주지, 환경 아래에서 분투하며 현장의 기술을 만들어가는 모습도 비춘다. <텃밭에서 읽다> 지난편에서 소개했듯이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인류가 지금처럼 자원 소비와 환경 파괴를 지속한다면 50년 내에 멸망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적정 기술은 지속가능한 기술로서 이런 위협에 대처하는 훌륭한 도구이며, 그 효과를 발휘하려면 정책, 사회제도, 기술 플랫폼의 새로운 배치가 필요함을 역설한다.
 
현대의 디지털과 기계 기술들은 일반 대중이 마음대로 주무르거나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 전파사가 거의 사라졌고, 현재의 자동차 정비사들은 전기 자동차 앞에서는 무력할 것이다. 고도의 전문 인력과 자본이 투입되어야 하므로 자본과 정부에 의해 좌지우지 될 수 있는 기술은 더욱 일반 대중으로부터 분리된다. 일반 대중이 그들의 생리를 깊이 이해하거나 사회적 요구에 맞추어 변화·발전시키기 쉽지 않은 영역이다. 오히려 그것을 아는 소수의 엘리트에 의해 지배당하기 십상인 영역이다. 소수 엘리트의 손에 놀아나지 않도록 기술의 생리와 속성을 이해해야 함을 저자들은 살핀다. 나아가 우리는 어떤 곳에서 어떻게 살고 싶은지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우리가 가진 가치에 따라서 기술의 발전 방향은 달라지기 때문이다. 책의 후반부에 자리한 적정기술편은 사회, 정치, 문화가 기술과 주고 받는 상호작용의 운영방식을 그동안의 것과 다르게 재배치해야 함을 주장한다. 앞으로 다가오는 로봇, 인공지능의 시대에 일자리를 잃을 사람들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그것은 정치인과 소수 전문가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 전체가 나서서 의논해야 할 일이다. 그러려면 로봇과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기술이 우리 사회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고민하고 협의해야 한다. 따라서 무작정 기술만능 또는 기술혐오로 나아가지 말 것을 세 저자는 권한다. 기술과 떼래야 뗄 수 없는 우리의 삶에 대해 성찰할 것을 권한다. 무거운 주제인듯하지만 풍성한 예화와 새로운 개념이 책 읽는 즐거움을 준다. 의미와 즐거움에 잡학상식까지 모두 잡을 수 있다. 그러나 생명 공학에 대한 비평이 없다는 것이 이 책에 대해 아쉬운 부분이다. 인간의 유전자지도를 완성하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완료 이후 생명공학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줄기세포 치료, 유전자 복제·조작 등과 관련하여 풍성한 논의를 이끌어 낼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또한 기술과 자본, 기술과 민주주의의 관계에 대한 좀 더 많은 질문을 남겨 두어도 좋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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