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13일 월요일

[텃밭에서읽다] 돌봄과 떠나보냄을 이야기하는 '늑대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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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가 없을까 살펴보다가 구매를 한 영화 '늑대아이'
정작 아이들보다 내가 더 재미있게 본 영화이다. 자막판을 구매해서 혼자보려고 했는데 6살 아들이 함께 보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대사를 읽어주긴 했지만 영상만으로도 2시간 가까운 영화를 애들도 함께 볼 수 있는 영화였다. 나중에 8살 딸도 와서 함께 후반부를 보았다.


간단하게 줄거리를 이야기하자면 

주인공인 '유키'가 엄마의 이야기를 하는 형식으로 중간중간 나레이션을 하며 이야기를 끌고간다. 주인공의 엄마는 대학교에서 우연히 만남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 결정적인 순간에 남자는 자신의 정체를 보여주게 되는데 '늑대인간'인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무섭냐'고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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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함께 살게된 둘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난다. 둘째가 태어난 후 주인공 아빠인 '늑대인간'은 주인공 말에 의하면 부양에 대한 책임감에서 사냥본능이 살아났는지 어느날 밤 늑대로 변한체로 사체로 발견된다. 화가나거나 뛰어다닐때 자신도 모르게 늑대로 변하는 아이들 때문에 인간사회에서 아이들을 키우기 어려워하던 엄마는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아이들을 키우려고 인적이 거의없는 시골 집으로 이사를 가게된다.

늑대아이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엄마는 시골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살것인지 찾아가길 바란다. 인간으로 살 것인지? 늑대로 살 것인지? 그리고 텃밭을 만들어 농사도 시작한다. 큰 숲이 있는 마을에서 들짐승의 피해로 농사가 어렵다는 마을주민말도 있었지만, 책으로 배우는 농사가 쉽지 않아 실패를 거듭한다. 이와중에 마을의 무뚝뚝한 노인의 도움으로 감자농사를 성공하고 도움받은 사람들에게 감자를 나누면서 마을사람들과 조금씩 관계를 맺어가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계속 자라 학교에 가게되고 활발하고 밝은 주인공은 학교생활에 재미를 느끼면서 점점 인간사회에 적응해 간다. 반면, 어려서부터 몸이 약하고 소심했던 둘째 아이는 학교에 흥미를 못 느끼고 숲에가서 있길 좋아한다. 그러는 사이에 여러과정이 있으면서 둘은 서로 다른 길을 선택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엄마는 주인공인 첫째 아이를 기숙사가 있는 중학교로 보내게 되고, 둘째 아이는 숲으로 (늑대로 살아가게) 보내게 된다.


어떻게 키울 것인가?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나에게 이 영화는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한 영화였다. 언제 늑대로 변할지 모르는 아이들로 인해 도시에서 삶을 포기하고 시골로 이사를 한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선택할 기회를 주면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정해진 길대로 잘 따라가길 바라는 것일까? 

시골생활에 들어가면서 농사를 짓는 장면에서도 이런 이야기가 나오게 된다. 집앞에 넓은 땅을 개간하여 농사를 짓기로 마음을 먹고 거름을 주고 씨앗을 뿌리고 잘자라던 작물이 갑자기 죽어가게 된다. 몇번의 시도에도 키우기가 쉽지 않다. 아무리 농사관련 책으로 공부를 해도 쉽지 않다. 이때 마을 노인이 하나부터 열까지 참견하여 농사를 알려주기 시작한다. 결국 처음으로 수확에 성공한다.

인간은 아무리 잘난 개인이라도 사회적이지 못하면 제대로 살아가기가 쉽지 않다. 어찌보면 사회적인 관계속에서 개인의 나약함을 보완하고 살아가고, 그 사회적관계망이 복잡다양해지면서 인류가 발전하고 있다. 인간은 경험을 나누면서 시행착오를 줄여갈 수 있다. 노인의 농사경험은 단순히 책에 나오는 지식과 다를 것이다. 

그런데, 농사와 다르게 주인공의 엄마가 도움을 받지 못한 것이 있었다. 바로 '늑대아이'를 어떻게 키웠는지 혹은 '늑대인간'인 죽은 남편은 어떻게 키워져서 살아왔는지이다. 우연히 만난 우리에 갇힌 늑대에게 묻기도하고 죽은 남편에게 묻기도 하지만 도움을 받을 곳이 없다.

어쨌든 농사지으면서 맺은 마을사람들과 관계를 맺어가면서 많은 도움을 받게되고, 어느새 사람들을 피해서 이사온 마을에서 오히려 사람들과 관계가 생겨나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몰려있던 도시에서 고립되고 외롭게 살았었고, 사람들의 눈길을 피하려고 했던 시골에서는 오히려 눈에 잘 띄면서 자연스레 관계가 형성되면서 살아가게 된다.

마을에서는 숲을 관찰하고 설명하는 사람들을 교육시키고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주인공은 벌이가 필요해 여기에서 아르바이트식으로 일을 하게된다. 둘째아이는 숲에 가길 좋아하고 학교에 들어가서도 자주 학교를 빠지면서 엄마와 숲으로 가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숲에서 늑대선생님을 만나게된다. 숲에서 늑대의 역할을 배우고, 어떻게 숲에서 살아가는지 배우게 된다.


키우는 것 만큼이나 보내는 것의 중요함

큰 비가 오고난 후 숲에서 늑대(선생님)가 크게 다치면서 둘째아이는 결심을 하게 된다. 선생님의 역할을 대신할 누군가가 필요하다며 엄마에게 이야기를 한다. 아직 11살 밖에 안된 아이가 어리다고 생각한 엄마는 아이가 떠날까봐 두려워하는데, 또다시 큰 비가 내리는 어느날 사라진 아이를 찾으러 숲을 헤매며 다닌다. 헤매다가 쓰러진 엄마를 아이가 숲 밖으로 내려주고 다시 아이는 숲으로 떠난다.

첫째아이는 멀리 있는 중학교로 진학을 하기 위해 기숙사로 들어가게 된다. 늑대로 살아갈 것인가? 인간으로 살아갈 것인가? 어려서 활발하고 늑대로 변해 사냥도 잘하던 첫째는 학교에 가면서 인간사회에 적응하게 된다. 반대로 약하고 조용하던 둘째는 숲에서 늑대로의 삶을 배우며 결국 집을 떠나 숲에서 살기로 결정한다.

얼마 전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을 했다. 아직도 집에서는 찰싹같이 달라붙어 아빠만 불러대는 아이가 큰 가방을 메고 학교를 가기 시작했다. 입학식(에는 간단한 식과 인사만 하고 끝난다.) 다음날 진짜로 학교를 가던날 손을 잡고 10분넘는 거리를 함께 걸어갔다. 종알종알 이런저런 얘기를 막 쏟아내다가 교문앞에서 혼자가야한다고 말하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뚜벅뚜벅 잘도 간다. 그 뒷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품에서 완전히 떠나는 것도 아닌데 그날의 내 감정은 이제 조금씩 아이를 놓아주어야할 때가 오고있다는 것에 대한 복잡한 감정이었다. 

엄마를 구해놓고 숲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는 늑대아이의 한장면과 오버랩되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집을 떠나는 날도 올 것이다. 키우면서 어렵고 힘들었던 것 만큼 보내기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반대로 나는 부모곁을 어떻게 떠나왔는지도 생각하게 되었다. 

파일:attachment/늑대아이/yuki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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