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생활: 지리산에서 이렇게 살 줄 몰랐지?> 2015, 정상순
‘시골생활’이란 단어를 막닥뜨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머릿속에 떠올린다. 낙후된 곳, 고된 농사일, 빚더미, 단조로움, 고립, 불편함 등이다. 요약하면, ‘불편하고 힘든 생활’이리라. 하지만 이 책 ‘시골생활’은 이런 편견을 날려버리며 ‘나도 시골생활을 해볼까나’라고 꿈꿔보게 한다.
‘시골생활 - 지리산에서 이렇게 살 줄 몰랐지?’의 저자는 지리산을 중심으로 그 둘레인 구례, 남원, 산청 등의 크고 작은 공간과 모임, 사람들을 찾았다. 마을 사람들인 만든 ‘마을극단’, 경제활동과 문화적 욕구가 만나는 장터 ‘콩장’, ‘저절로 굴러가는’ 잡지 편집모임 ‘지글스’, 집 아닌 다른 공간을 제공하는 ‘토닥’, 자립과 연결의 욕구가 만든 ‘살래청춘식당 마지’, 연결의 묘미를 알게하는 카페 ‘빈둥’, 조용히 살려고 귀촌한 필자를 끌어들인 지리산 문화공간 ‘토닥’, 또래 엄마들의 협동조합 ‘자연에서’까지 이들은 대부분 작은 공간이나 한 두명에서 비롯되었다. 서로 친밀감과 아이디어를 쌓아가며 이런 저런 실험을 했다. 장터도 만들고 잡지도 만들고 강좌도 만들고 콘서트장과 놀이터도 만들었다. 그로 인해 더욱 다양한 사람들과 아이디어가 모여들었다. 그들의 물리적 ‘공간’은 기억과 역사가 쌓여가며 대체할 수 없는 ‘장소’가 되었다. 사람이 공간을 장소로 변화시켰다. 카페 ‘토닥’은 10년 된 호프집에 자리했다. 그곳엔 집 아닌 다른 공간, 소통과 다양한 자극이 필요한 사람들의 놀이터이며 꿍꿍이의 장소다. 호프집이나 ‘토닥’이나 사람이 모이는 장소인 것은 매한가지인데, 무엇이 다를까. 호프집에 모이는 사람들은 아마도 동일한 사람들과 주로 만나서 비슷한 이야기를 10년 내내 했을게다. 몇 년에 1번씩 보는 학교 동창들이 주로 뻔한 이야기판을 벌이듯이 말이다. 하지만 ‘토닥’을 비롯한 필자가 방문한 공간들은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내면의 욕구를 끌어내는 자극에 몸을 맡기며,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해 보는 장이다.
‘도시, 인류 최후의 고향’의 저자는 도시와 ‘시골’을 나누는 기준을 다양함에서 찾았다. 사람이 얼마나 많이 모여 사는지, 으리으리한 건물들이 줄지어 있는지가 도시와 ‘시골’을 가르는 것이 아니다. 접근 가능한 여러 자원과 활동, 인적 네트워크가 도시 여부를 판가름한다.
한국인 10명 중 9명은 도시에 산다. 나도 그렇다. 나를 포함한 도시인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매우 단순하게 보낼 것이다. 아침 식사를 먹는 둥 마는 둥 출근길에 나서고 저녁 늦게 퇴근해 술을 마시거나 집에서 텔레비전 또는 스마트폰에 시간을 빼앗기지 않을까? 가끔씩 몰링과 블록버스터 영화로 문화생활을 즐기고, 교외로 나들이 가며 괜찮은 인생이라 자위하지 않을까. 우리의 도시는 우리에게 다양한 자원과 삶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맞는가. 제공하지만 도시살이의 버거움으로 느끼지 못하는 걸까. 그렇다면 도시에서 사는 이유가 없어져 버린 게 아닌가. 우리는 ‘도시’에 살고 있는 게 아니라 ‘도시’ 속에서 고립되어 ‘도시’를 견뎌내고 있다.
이 책이 보여주는 지리산 둘레의 ‘시골살이’엔 다채로운 공간이 있고, 사람들과의 접촉이 있고 다양한 실험이 있다. 삶을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는 시간이 있다. 진짜 도시는 지리산에 있다. 살만한 도시를 만들고 싶다면 저 지리산 ‘시골살이’를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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