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27일 목요일

[우리 풀꽃의 끈질긴 여정] 강의를 듣고


한세란(남동도시농업네트워크 운영위원)
 
풀꽃하면 아기자기 하고 자연스럽고 귀여운 느낌이 든다.
잡초하면 왠지 질기고 잡스럽고 하찮고 볼품없으며 한숨까지 부르는...

잡초 같은 인생하면 질긴 인생, 힘들었겠다. 모질었겠다 라는 생각에 안쓰러운 마음마저 들다가도 잡초처럼 질긴 생명력으로 결국 성공했겠구나라는 인정의 고갯짓을 부르게도 한다. 이처럼 다양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잡초”.

지난 1018, 늦은 저녁시간에 홍선희 잡초생태학 박사는 우리로 하여금 잡초라는 두 글자에 관심을 갖도록 만들었다.

강의의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잡초의 속성과 생태, 그리고 왜 잡초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내용들이었다.

잡초는 다산성, 휴면성을 가지고 있고 종자생산의 환경적응성이 크며 종자전파력과 경합성도 크고 탈립성, 불량환경에서의 생존율, 영양체 번식력과 재생력도 커서 중금속이나 쓰레기매립, 유류오염지역의 복원에 어떤 작물보다도 높은 복원력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난지도의 복원, 중금속으로 오염된 폐광지역의 복원, 유류오염지등의 복원에서 큰 효과를 거두었으므로 작물을 복원하는 것보다 잡초로 복원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잡초가 일궈내는 생물다양성도 놀랍다.
만약 골프장의 잔디를 걷어내고 잡초 10종을 섞어 심는다면 생물다양성은 40~50배 가량 증가한다고 한다. 또한 잡초는 일반작물에 비해 뿌리부분이 깊고 넓게 퍼져있어 이들이 죽으면 미생물들의 먹이가 되는 유기물이 풍부하여 미생물들이 열심히 분해한다. 이들이 분해하고 남게 되는 N.P.K는 작물의 좋은 영양제가 되어 양분의 가용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잡초에서 추출한 천연성분들이 의약품의 재료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령이나 할미꽃에서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추출할 수 도 있고 가시박이나 스타 아나스(대회향)에서 천연 타미플루성분을 추출할 수도 있다고 한다. 얼마 전 접한 기사에서는 국산 복분자씨에서 추출한 천연추출물이 독감 인플루엔자에 반응하는 타미플루급 천연의약품으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홍선희 박사가 언급했던 스타 아나스는 대회향이라고도 하여 동남아, 중국등지에서 향신료로 많이 사용해 왔던 것으로 타미플루의 원료가 되는 시킴산(shikimic acid)이 다량 함유 되어 있는 식물이며 소나무, 전나무, 가문비나무에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약 5,000종의 식물 중에 3,000종 가까운 식물이 약으로 이용된다고 하니 자연은 천연 약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잡초는 크게 교란에 특화된 종, 스트레스에 내성이 있는 종, 경쟁에 특화된 종으로 분류한다. 다양한 환경조건은 식물로 하여금 다양한 스트레스에 노출되게 만든다. 그런 다양한 스트레스는 같은 종이라도 유전자의 다양성으로 진화하며 다양한 생태를 갖게 된다. 이것은 종다양성을 넘어 생물다양성으로 나타나므로 기후변화를 포함한 지구의 다양한 생태변화에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생물다양성의 가치는 금전적인 가치로 환산하여도 그 규모가 매우 크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라일락품종인 미스김라일락의 원종이 우리나라 털개회나무(수수꽃다리) 였고 크리스마스나무의 원종 또한 우리나라 자생종인 구상나무라고 하니 예전에는 빼앗겼고 찾을 수 없었던 권리의 쓰디쓴 기억을 2010년 협약되고 201410월에 발효된 나고야의정서로 희석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번 강의는 귀를 쫑긋 세우고 한마디라도 놓치고 싶지 않았던 강의였고 많은 과제를 남겨 준 강의였던 것 같다. 어쩌면 우리의 미래는 식물에게 있고 범위를 줄이면 잡초에게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 모진 천대에도 꿋꿋이 견뎌온 잡초의 생명력을, 그 무한한 가치를, 매력을 닮고 싶은 도시농부로써 그 과제를 꾸준히 수행하다보면 자연이라는 이치를 깨달을 수 있는 날이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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