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1일 금요일

2019 인천텃밭영화제, 텃밭에 영화를 더하다!


지난 10월 초 인천의 텃밭 3곳에서 영화상영이 있었다. 다소 거창하게 들릴 수 있으나 "2019 인천텃밭영화제"를 열었던 것이다. 부산국제영화제도 아니고 부천판타스틱영화제도 아니며 인권영화제나 여성영화제, 환경영화제와도 성격이 다르다. 환경, 인권, 페미니즘을 다룬 영화상영을 통해 사회의 다양한 의제를 부각시키는 영화제가 아니다.

텃밭영화제는 오히려 반대로 '텃밭'의 기능과 가치를 확장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영화가 주인공이 아니라 텃밭이 주인공인 행사이다. 영화 선정에 있어서도 주제의식보다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텃밭이라는 공간에 어울리게 상영할 수 있는 것으로 선정했다.

2019인천텃밭영화제는 3곳에서 열렸다.
일시장소상영영화운영단체
1관10월 3일 오후 6:00남동공공주말농장리틀포레스트남동도시농업네트워크
2관10월 5일 오후 6:00미추홀구 어울림텃밭패딩턴2미추홀구 도시농업지원센터
3관10월 9일 오후 6:00부평구 부영텃밭땐뽀걸즈부평도시농업네트워크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가 주축이되어 남동, 부평도시농업네트워크, 미추홀구도시농업지원센터가 각 상영을 맡고 지역마다 별도의 부대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남동공공주말농장, 짚풀공예와 남동도시농업네트워크에서 준비한 사진들

미추홀구 어울림텃밭 주차장에서 상영한 영화

부평구 부영텃밭, 작년에 이어 많은 시민들이 참여했다.

이런 시도를 처음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부영텃밭에서 진행했었고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에서는 공동체텃밭에서 회원들과 즐기는 행사를 2014년, 2017년 '텃밭영화제'라는 이름으로 진행했다. 텃밭그림대회, 요리대회 등 여러가지 즐기는 행사와 더불어 텃밭에서 영화까지 보는 행사였다. 지난해 부영텃밭은 더 많은 이웃의 주민들이 참여하는 행사로 공영텃밭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행사였다.

2014년 도림공동체텃밭에서 회원어울림마당으로 진행된 텃밭영화제
2017년 여우재텃밭에서 열린 회원한마당 겸 텃밭영화제

이번 행사는 모두 공영텃밭에서 진행했다. 여러가지 취지로 이렇게 진행했다. 첫번째는 도시텃밭의 공공성 측면에서 더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간으로 텃밭의 기능을 생각했다. 남동공공주말농장은 인천에서는 가장 먼저 생긴 공영텃밭이라 할 수 있다. 2012년 개장하여 지금의 공간으로 2014년부터 6년째 운영중이다. 하지만 텃밭을 분양받은 사람들 외에는 텃밭이 있는지 조차 모르는 구민들이 대부분이다. 인천에서는 가장 규모가 큰 500구좌 정도의 텃밭이다. 이렇게 큰 텃밭인데 역설적이게도 50만명이 넘는 구민들을 위한 정책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단 500명만 이용하고 있다. 외진 곳에 있기도 하지만 울타리가 쳐지고 문으로 잠겨있다. 기간제로 채용된 한 명이 주변정리와 농기구 관리를 돕고 있고 쉼터가 하나있다. 그나마 500명의 구민들도 서로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거의 없고 본인의 농사를 짓고 다시 돌아가기 바쁘다. 공공의 소중한 텃밭이 더 많은 용도로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취지가 텃밭영화제안에 있다.

개장이래 처음으로 주민들을 초대하는 행사가 열린 남촌동 남동공공주말농장.
두번째는 더 많은 시민들에게 도시텃밭을 알리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마을에 텃밭이 생겨도 분양신청에서 떨어지게 되면 그 다음부터는 나와 상관없는 공간이 되어버린다. 미추홀구 어울림텃밭에는 울타리도 없으며 텃밭을 가로지르는 통로는 넓직하고, 승학산으로 이어지는 산책로까지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왠지 텃밭에 들어와 산책하거나 쉼터를 이용하기에 꺼려지는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공원을 이용하듯이 텃밭을 즐기지 못한다. 텃밭영화제는 텃밭의 문턱을 낮추는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영화를 보러온 이웃주민들에게 도시텃밭을 소개하는 자리가 되기도 한다. '텃밭에서 이런 행사도 하네~'라고 생각하면서 우리동네 텃밭이 있으니 더 좋은 것 같다라고 느낄 것이다.

각 구청에서 운영하는 공영텃밭은 이런 역할을 확대할 필요가 있지만 이런 시도들이 많지 않다. 텃밭은 분양하는 주말농장일 뿐이라는 인식이 시민들에게도 담당공무원들에게도 선입견으로 자리잡고 있다. 

작은 행사를 시작으로 이러한 시도들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
영화제를 텃밭에서도 하는게 아니라 텃밭에서는 영화제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도시에는 이런 텃밭이 더 필요하고, 우리는 이런 텃밭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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