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4일 월요일

[텃밭에서 읽다] 허리를 굽혀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텃밭에서 읽다] 허리를 굽혀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욕망의 곤충학> 길버트 월드바우어, 출판사 한울림


이 책에는 우리가 모르거나 아예 관심 두지 않았던 것들의 이야기를 펼쳐 놓는다. 집에서도 길거리에서도 당연히 밭에서는 무척이나 많이 접하게 되지만 무시했던 존재들 즉, 곤충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흔하디흔한 곤충들에 대해 우리는 아는 게 거의 없음을 실감하게 된다.
 

가축은 보통 소, 말, 돼지, 닭을 이른다. 여기에 누에도 포함해야 한다고 이 책은 말한다. 누에는 철저히 인간의 손에 길들여져서 야생 상태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곤충이다. 그들의 누에고치는 인간들이 황홀하게 생각하던 비단의 원료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옷감에 물들일 염료도 곤충에서 얻었다. 깍지벌레는 염료를 생산하는 대표적인 곤충이다. 옷 위에 다는 장신구로도 이용했으니, 곤충이 사람 몸을 온통 휘감은 모습을 상상할 수도 있겠다.

곤충은 문명의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종이는 말벌집을 보고 만들게 되었으며, 잉크는 벌레혹으로부터 얻었다. 종이와 잉크가 문명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만큼, 문명은 곤충에게 크게 빚지고 있다. 곤충의 쓸모 있음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맛있고 영양가 있는 음식이 되기도 하고, 죽은 조직을 제거하고 소독까지하는 살아있는 치료제(구더기) 역할도 한다. 달콤함을 선사하는 벌꿀은 화상, 위궤양, 과민성 대장증후군에도 좋다! 식물이 만든 다양한 종류의 항생물질이 벌꿀에 응집되는 것이다. 여기에 오락거리로서 키워지는 귀뚜라미와 벼룩의 이야기도 다뤄진다. 벼룩 서커스라는 기상천외한 일도 실제로 있었음을 귀뜸해준다.
 
아마 저자는 마감에 쫓기지 않거나 책의 분량으로부터 자유로웠다면 더욱더 많은 곤충의 쓸모를 우리에게 알려주었을지도 모르겠다.

 

앞의 모든 사례들은 철저히 인간의 눈으로 본 작은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인간에게 쓸모 있는 것들의 이야기다. 왜 ‘욕망의 곤충학’이라고 이름 붙였는지 알것 같다. 철저히 인간의 욕구/욕망에 부합하는 곤충들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눈높이에서 본 곤충들. 인간은 자신에게 쓸모 있지 않은 것에는 관심이 없다. 연구자들이 지금까지 밝혀낸 곤충류는 95만 종 정도이며 아직 미확인된 종은 895만 종 정도 될 것으로 추정된다. 겨우 전체의 10% 정도만 인간에게 알려진 것이다. 곤충 연구자들이 없었더라면 아마 쓸모 있는 몇가지 종류의 곤충만 인간에게 알려졌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이 책이 의미 없지는 않을 터이다. 저자가 밝히듯이 거의 알려진 바가 없는 이 매혹적인 생명체 자체에 관심을 가지게 될 수 있다면 좋은 홍보 전략일 것이다. 쓸모 있는 것에서 존재 그 자체로 관심을 끄는 것으로 시선을 옮길 수만 있다면 말이다. 어떠한 생명이든 그런 존재이어야 하지 않을까. 요즘의 인간도 쓸모의 정도에 따라 등급이 매겨지곤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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