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10일 화요일

‘퍼머컬처’ 낯설은 듯 낯설지 않은….

[농, 살림을 디자인하다]라는 책을 읽고 나니, 퍼머컬처라는 개념을 조금은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책은 퍼머컬처를 공부하는 전문적인 책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농업, 농촌의 현실과 함께 퍼머컬처의 기능을 맞물려 소개하고 있다.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책읽기 모임 '주경야독'에서 읽은 2월의 책을 읽고 이런저런 생각들을 적어본다.


도시농업활동을 하면서 단순한 농사가 아니라 농업과 관련한 여러가지들을 접하게 된다. 직접 농사 지어 먹으려고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유기농업(친환경농사)을 하고 싶어한다. 당연히 기존 화학농법이 아닌 다른 농법을 찾기 마련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유기농업은 대부분이 인증을 기준으로 생각하게 된다. 친환경농산물 인증을 받아야 유기농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이효리가 자신이 기른 콩을 유기농이라고 표기했다가 논란이 된 일을 돌이켜보면 너무 협소하게 유기농을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된다. 하지만 다양한 농법을 인정할 필요가 있으며 인증마크만이 안전하고 건강한 농산물이라고 할 수도 없다.


농사를 지으려면 트랙터, 경운기가 있어야 한다. 특히 넓은 땅을 농사짓는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풀을 일일이 매어줄 수 없으니 제초제를 쓰거나 벌레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살충제를 쓴다. 엄청난 규모에 줄 퇴비는 엄두를 내지 못해 사서 쓰게 되었고, 퇴비 만으로 부족한 양분은 화학비료를 쓰면 해결된다. 그러다보니 인건비는 줄어들었지만 투입해야할 것들은 많아졌다. 비싼 트랙터값을 유지하려면 더 넓게 농사를 지어야 하고, 연료도 계속 들어가 한다. 땅에 양분은 이제 모두 외부에서 비용을 들여 쓰는 것이 당연시 되었다.


퍼머컬처는 이렇게 끊임없이 투입하는 농사가 아니라 농장 자체를 지속가능한 생태계로 조성하여 운영하는 방법에 대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 거주하는 집 0지구부터 멀리있는 4지구까지 어떻게 효율적인 체계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디자인이다. 다양한 적정기술과 순환하는 방식의 에너지사용, 자연과 가까운 농사법, 효율적이면서 보기에도 좋은 텃밭디자인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 설계된다.


그런데, 사실 우리나라에 지금의 관행농법이라고 불리우는 형태의 농사가 들어오기 전에 농촌은 마을과 농사짓는 형태가 퍼머컬처의 원리와 다르지 않았다. [4천년의 농부]에서 킹박사가 소개한 동아시아의 농법이 지금의 유기농업의 원류이라 하고 있다.


나는 어린시절을 시골에서 지내면서 농촌의 변화과정을 거의 모두 접했다. 어릴적 모내기철이면 동네사람들이 모두 나와 손모내기를 하였다. 보를 치는 것부터 모내기를 할때까지 마을사람들이 모두 협동하지 않으면 안되었기에 품앗이는 꼭 필요했다. 벼베기도 마찬가지였다. 소로 논,밭을 갈던 아버지의 모습도 생생하다. 우리동네 경운기는 한 대 뿐이었다. 뒷간은 아궁이에서 나온 재가 쌓여있었고, 집마다 1~2마리 키우는 소 외양간에는 두엄이 쌓여있었다. 이런 것들이 퇴비가 되어 농사를 지었다.


논이며 밭에 농약을 치기 시작한 것은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의 일인데 우리는 그런 농사를 관행농업이라고 부른다. 4천년간 우리가 농사지었던 방식은 이제 잊어진 것일까? 100년도 안 된 농사방법을 관행이라 부르고 그 전 것은 구닥다리 전통으로 여겨질 뿐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쉽게 투입하고 쉽게 생산되어 생산량이 많아졌다고 하지만, 작게 농사짓고 사는 소농들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지금의 시스템에서 가장 이득을 보는 쪽은 어디일까? 농민일까, 도시민일까? 이런 방식의 농사는 농민에게도 도시민에게도 이득될게 없다. 인구는 많아지고 이 많은 인구의 식량을 공급한다는 명목으로 이득을 챙기고 있는 초국적자본일 것이다.




2015년 2월 주경야독 책모임에서 이책으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왔던 한결같은 이야기는 책의 흐름이 매끄럽지 못하고 나열식의 내용같다는 것이었다. 1부에서 농업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농업의 중요성과 우리농업의 위기, 유기농업, 로컬푸드, 도시농업 등이다. 2부에서 퍼머컬처를 다루면서도 다양한 사례를 중심으로 이야기한다. 3부는 주로 농촌의 마을만들기 사례를 통해 농촌살림을 이야기한다. 국내 다양한 사례를 통해 방법과 의미를 다양하게 접할 수 있다. 이렇게 어찌보면 어울리지 않는 주제들이 모여있는 책 같기도 하다.


이 책의 저자는 환경운동을 하다가 농업에 관심을 갖게되어 생태귀농학교를 들으면서 삶의 방향이 바뀌었다. 퍼머컬처를 알게되어 호주로 퍼머컬처 디자인학교를 다녀오고, 농촌마을컨설팅 회사인 사회적기업 이장을 만들어 농촌컨설팅 활동을 한다. 지금은 완주 커뮤니티비지니스센터에서 일을 하고 있다. 나는 환경운동에서 시작한 농업에 대한 관심이 지금의 저자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환경의 문제에 중요하면서 근본적인 농사야 말로 이를 풀기 위해 기본이 되어야 하고, 농사가 얼마나 지속가능한 형태로 유지되느냐도 중요하고, 농업의 중요성은 우리농촌의 문제와 직결된다. 농촌사회가 유지되는 것 자체가 필요한 시기이다. 그러려면 자체의 동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외부의 요인도 중요하지만 내부의 의지와 동력이 있어야 지속가능할 것이다.



단순한 하드웨어로써 농장의 디자인을 넘어 사회시스템이 함께 바뀌어야 한다. 다시 공동체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기술적인 문제들은 이미 정보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 것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는 의지의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모여있는 공동체는 다양한 이해관계와 욕구들로 복잡하게 얽혀있다. 공동체가 가능할까? 우리들만의 공동체가 아니라 열려있고 확장성이 있게 해야하는 것이 아닐까? 농촌기반 공동체와 달리 도시기반 공동체가 가능할까, 어떻게 해야할까? 수 많은 질문 속에서 주경야독 모임은 많은 생각과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하지만 이렇게 모여서 이야기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주경야독모임 장소 - 카페, 낙타사막에 전시된 올해 읽을 책들

* 참고- 주경야독 다음 책은 [펭귄과 리바이어던]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