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23일 화요일

도시농부 막걸리에 취하다



-마시는 사람도, 텃밭에도 좋은 막걸리 담그기-

텃밭에서 열심히 일하다 보면 저절로 생각나는 것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막걸리다. 텃밭에서 갓 딴 야채로 부친 전과 막걸리 한잔만 있으면 육첩반상도 그다지 부럽지 않다. 마침 전통술 모임에서 막걸리를 담는 방법을 배우신 분이 계셔 사무실에서 함께 막걸리를 담갔다. 술을 담는 과정에서 텃밭에 뿌려줄 부산물(누룩 씻은 물, 쌀뜨물 등)도 많이 나오고, 중간중간 발효되는 막걸리 맛도 볼 수 있는 것이 텃밭에서 함께 하면 사람에게도, 텃밭에도 좋아 보였다. 지금부터 막걸리를 담는 한 달간의 과정을 소개하려 한다.

준비물 1(먹걸리 16L기준) : 발효통, 쌀가루2kg, 누룩 1kg, 6L, 냄비, 대야, 주걱, 에어켑
 
1(9/7)
1) 술을 빚기 전 몸과 마음과 정갈하게 준비한다.
2) 용기를 뜨거운 물로 소독한다. 소독하지 않으면 산화되어 술이 시어질 위험이 있다.
3) 밑술을 담을 물 6L를 끓인다.
4) 쌀가루 2kg에 끓은 물을 넣고 잘 저어 범벅을 만든다. (범벅을 만드는 이유는 미생물들이 잘 번식할 수 있게 하려고, 범벅 이외에 떡을 부셔서 사용하기도 한다.)
5) 범벅을 잘 식힌 후 누룩 1kg를 넣고 잘 섞어준다.(누룩을 더 많이 넣으면 맛이 진하다.)
6) 20~25°C가 유지되고 좋은 미생물들이 서식하는 곳에 발효통을 두고 3일 동안 혐기발효를 시킨다.(혐기발효 :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미생물의 활동으로 생산물을 얻는 것)
 






준비물 2- 찹쌀 8kg, 삼베천, 찜기, 가스레인지, 대야, 발효통

2(9/10~11)
1) 찹쌀 8kg를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잘 씻어준다.(맑은 술을 얻기 위해)
2) 찹쌀을 하루 동안 물에 불린다.
2) 불린 찹쌀을 찜기에 삼베천을 깔고 찹쌀을 넣어 고두밥을 짓다. 고두밥이 잘 되려면 찹쌀을 두껍지 않게 깔고, 아래위가 골고루 익도록 중간중간 잘 섞어준다. (2~3kg기준 약 25~30분 소요)
3)식은 고두밥에 밑술을 넣어 알알 사이에 술이 잘 흡수될 수 있게 손으로 잘 주물러준다.
4)술이 다 흡수되면 약 3주정도 숙성시킨다.
 





준비물 3- 챗다리, 양파망, 술 넣을 병, 대야, 큰 채반, 통샥구, 깔때기

3(9/28)
1)양파망에 넣고 꽉 짜서 액체만 거른다.
2)술을 병이나 통에 넣고 냉장보관 한다.
3)남은 찌꺼기로 다시 발효를 시키면 또 술을 담을 수 있다.







술 빚은 이 : 이종범
사진/: 진실 


 

[텃밭영화] 다큐 ‘자연농’(Finalstraw) - 자연농, 실천하는 삶의 방식

도시농부 성현영
 
도시와 자연, 자연과 도시. 이 다큐멘터리 영화의 시작은 화면의 교차로 시작된다. 화려하게 치장되어 사람들로 북적북적한 백화점,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로 가득한 지하철. 그리고 바람소리와 풀 스치는 소리, 새소리와 벌레소리가 배경을 채워주는 땅과 하늘. 그리고 이 의도적인 장면 배치는 러닝타임이 끝날 때까지 계속된다. 그리고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확실하게 전해준다.
▲자연농을 실천하는 농부들

재생버튼을 누르기 직전까지도 나는 자연농에 관한 내용이라고 했으니 자연농을 실천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해주겠구나.’ 하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도시농부로 살겠다고 다짐한 후부터 자연농은 나에게 도시농부로서 할 수 있는 궁극의 농법! 필살기! 라는 묘한 우러러봄, 존경 같은 것이 있었던 거다. 자연농은 어떻게 시작해야 하지, 지금 내 텃밭에서 바로 실천할 수 있을까, 자연농이라는 건 어떤 범위까지의 개입이 인정되는 개념일까 등등 머릿속에 떠다니던 질문들도 많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대는 먼지가 되어 날아갔다. 자연농은 하나의 농법이라기 보다는 살아가는 방식에 가까웠다. 삶 전체를 아우르는 가치관.
내가 성인이 된 후 갖게 된 가치관은 역지사지이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라는 뜻이다. 나는 어떤 일을 하기 전, 내가 하기 싫은 건 남들도 하기 싫을 것이고, 내가 기분 나빠하는 언행은 남들도 언짢아 할 것이라는 걸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영화를 보며 자연농 역시 이와 비슷한 맥락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자연농을 실천하는 농부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사람 역시 다른 생명체들과 다름 없이 자연, 지구, 우주의 구성원 중 하나일 뿐이고 그에 맞춰 조화롭게 살아가야 한다고. 내가 속한 곳의 기후와 토양을 알고 이에 맞춰 이것들을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농사를 지어야 한다고. 하지만 관행농은 자연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고 그저 인간에게 편한 방식대로 농사를 행해왔다. 화학비료와 농약을 계속해서 쓰면서. 도시에서의 편안한 삶도 사실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사는 삶과는 거리가 있다. 인간의 이러한 생활 방식은 환경오염과 기후변화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리고 이 결과는 인간의 생존에 치명적인 위협이 되어 돌아왔다. 지구의 입장에서, 자연이 싫어하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행동해온 결과인 것이다.

▲다큐를 제작한 강희수, 패트릭 라이든 부부

, 이제 자연농을 어떻게든 조금씩 실천해야겠다. 어렵지 않겠어.’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는 영화의 중반부를 지나면 평화로운 들녘의 풍경이 잔잔한 음악과 함께 펼쳐진다. 그리고 내 마음을 읽은 듯한 농부의 말이 들려왔다. 세상이 흘러가는 것은 나 혼자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다. 경제의 흐름도, 사회의 흐름도. 하지만 이를 문제의식을 갖고 지켜본다고 해서, 비판의식만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것이 변하지는 않는다. 일단 실천하는 것이 방법이다. 작게 시작하는 것이 좋다. 내가 자연농의 삶을 산다면 우선 내 삶의 질이 향상될 것이고, 내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이 될 수 있고, 그렇게 한 발 한 발 나아가다 보면 무언가 바뀌게 될 것이라고. 그리고 그 커다란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고. 그래서 나는 영화의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걸 보며 바로 옷을 갈아입고 내 작은 텃밭으로 향했다.

▲자연농 인터넷 홈페이지(finalstraw.org)

다큐 자연농을 보고 나면, 나와 같은 도시농부라면 누구든지 어서 밭에 가고싶어서 몸이 들썩들썩하는 기분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연농에 관해 더 공부하고 싶은 마음 역시 커질 것이다. 이를 눈치챈 것인지, 엔딩크레딧의 마지막에는 인터넷 홈페이지 주소가 자막으로 보여진다. finalstraw.org 로 접속하면 이 다큐멘터리 영화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자연농에 관한 자료들을 어디서 얻을 수 있는지 알 수 있고 새로운 소식들도 접할 수 있다. 오랜만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영화를 봤다. 이미 자연농을 실천하고 있는 농부들에게는 공감과 되새김의 의미로, 자연농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관점을 열어주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텃밭, 접시에 담다] 버리는 고구마 잎·줄기가 피클로~!



요리사 선봉순
/사진 진실


 
10월이다. 길어지는 고구마 순으로 고구마순 볶음은 만들어 먹어봤다. 더 이상의 볶음은 지겹고, 남은 잎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한창 고구마를 수확철인 이때에 간편하게 고구마순과 잎으로 피클을 만드는 방법을 공유하려 한다.


<재료> 고구마 줄기와 잎 500g, 식초, 설탕, 간장, , 빨간고추




고구마 잎과 줄기를 씻어 둘을 분리하고, 고구마 줄기 껍질을 벗긴다.
종이컵으로 물 2컵과 식초 0.8, 설탕 0.8, 간장 0.8컵을 넣고 잘 저으면서 팔팔 끓인다.
간을 보면서 기호에 맞게 달콤한 맛은 설탕, 새콤한 맛은 식초, 짠맛을 원하면 간장을 추가한다.
고구마줄기와 잎에 끊인 물을 부어준 후 푹 잠기도록 눌러주면 고구마에서 물이 나온다.
나온 물을 분리하여 다시 끓이고 고구마에 넣어준다.
빨간 고추를 고명으로 올려준다.
 
추가tip! 고구마 잎과 줄기를 삶아서 된장, 식초, 설탕, 매운고추, 마늘, 매실액을 양념으로 하면 맛있는 반찬 하나가 완성된다.
 
<고구마 줄기를 활용한 놀이>

-고구마 줄기를 길게 이어서 줄넘기를 한다.
-고구마 줄기로 멋진 목걸이와 팔찌를 만든다.
-우산, 동물 등 다양한 물체를 만들어 본다.
 
<고구마 줄기와 잎의 효능>

-비타민 A,C,E 고구마보다 잎과 줄기에 많다.
-철분의 흡수를 돕는 비타민 C가 많아서 빈혈에 좋다.
-칼슘 함량이 많아 체내의 나트륨배출을 촉진하여 혈압을 떨어뜨려 고혈압에 좋다.
-피부개선에 좋고, 뼈를 튼튼하게 해준다. 섬유질이 많아 변비에 효과가 있다.
 

2018년 10월 19일 금요일

인천 민관합동 도시농업 정책워크숍 개최, 10/31


추진개요
 
일 시 : 2018. 10. 31.() 10:00 ~ 16:00
 
장 소 : 미추홀타워 대회의실 15(연수구 갯벌로 12)
 
참석인원 : 50여명 내외
­ , 시의회, 농업기술센터, 구 담당자 등
­ 도시농업단체, 도시농업지원센터 및 전문인력 양성기관 관계자 등
 
주요내용
­ 정책공유 및 사례발표
천시 도시농업현황 및 향후 추진계획, 시 농업기술센터미추홀구 도시농업 사업현황
­ 강사특강 : 도시재생과 도시농업, 도시농업과 공동체 활성화
­ 종합토론 : 기타 도시농업활성화 추진관련 사항

세부 추진일정
시 간
교 육 내 용
비 고
10:00~10:20
20‘
교육등록(참석 서명부 기재)
 
10:20~10:30
10’
시정 홍보 동영상 시청
 
10:30~10:40
10’
개회식(참석자 소개 등)
도시농업팀장
10:40~11:00
10’
인사말씀
김준식 인천광역시의원
이상범 일자리경제본부장
김충기 도시농업시민협의회장
1
60’
인천시 도시농업 현황
농축산유통과
11:00~12:00
20’
인천시 도시농업 현황과 계획
한태호
농축산유통과장
20’
시 농업기술센터 도시농업 사업 현황
이 섭
농업기술센터 농촌자원과장
20’
미추홀구 도시농업 사업현황
김병희
미추홀구 공원녹지과장
12:00~13:00
60’
중식
 
2
100’
인천시 도시농업을 꿈꾼다
인천도시농업시민협의회
13:00~14:50
40’
기조발제 : 도시농업정책을 위한 제언
- 김진덕 대표(전국도시농업시민협의회)
 
30’
특강 1. 도시재생과 도시농업
- 송창식 연구원
(안산산업경제혁신센터 책임연구원/
도시 및 공공정책학 박사)
 
30’
특강 2. 도시농업과 공동체 활성화
- 김인호 교수
(신구대학교 환경조경과 교수/
신구대학식물원 원장)
 
14:50~15:00
10’
휴식
 
15:00~15:30
30’
질의응답
인천도시농업시민협의회
15:30~16:00
30’
마무리 및 폐회
농축산유통과

참가신청하기 https://goo.gl/forms/ZwoCVkbSZhorD0ek2



2018년 10월 12일 금요일

[인터뷰]지속가능한 농업, 지속가능한 지구, 자연농에서 그 길을 찾다

-자연농 최성현 농부를 만나다-

진실 


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어느 오후 홍천에 푸르른 논밭 속에서 최성현 농부님을 만났다. 논밭 주변엔 크고 작은 나무들이 자리하고, 논에는 해피힐(자연농의 시작을 연 후쿠오카 마사노부가 만든 품종), 붉은메 등 5가지 종류의 벼들이, 밭에는 다양한 종류의 야채와 야생화, 야생초가 조화롭게 자라고 있었다. 자연농을 공부하는 지구학교를 진행하고 휴식의 공간으로 보이는 오두막에는 가짓수가 몇 개 되지 않는 농기구들이 가지런히 걸려있었다. 자칫 허전해 보이는 공간들 속을 가득 채운 것은 그 무엇도 아닌 자연이었다. 자연을 듬뿍 느끼며 인터뷰를 진행했다.

 

      ▲자연농으로 기르는 5종류의 벼


Q.철학 공부를 하시다가 짚 한 오라기의 혁명이라는 책을 만난 뒤 지금까지 자연농으로 살아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자연농의 무엇이 인생을 바꾼 건가요?

우리는 인간이 확인 한 행성 중 유일하게 생명체가 사는 지구에 산다. 지구에는 크게 식물, 동물, 미생물이 산다. 인간은 동물 중 포유류로 숲과 숲이 길러주는 것들을 먹고 살아간다. 이러한 관계를 비유적으로 표현하면 유한한 지구는 한 그루의 나무라 할 수 있다. 모든 동물들은 이 나무를 뜯어먹으면 산다. 그중 인간은 나무에 해가 될 만큼 과도하게 뜯어먹는 유일한 동물이다. 16000년 전에 시작된 농업은 숲을 없애고 과수원과 논, 밭을 만들었다. 이로 인한 생산량 증가는 인구증가로 이어져 더 많은 숲을 파괴시켰다. 그 결과 현재 지구면적의 1/3이 사막이 됐다. 농업의 역사는 파괴의 역사였다. 지금이라도 농업은 더 이상 숲을 해치지 않는 길을 가야 한다. 그렇다고 수렵·채취하던 시절로 돌아가기에는 인구수가 많고, 지구를 파괴하는 농업도 지속할 수 없다. 이도저도 할 수 없는 사이에서 찾은 해답이 바로 자연농이다.


Q.도시농부들도 무비닐, 무화학비료, 무농약을 원칙으로 친환경 농업을 실천하려고 노력합니 다. 대신 자연농약을 쓰고, 유기농퇴비나 폐기물로 퇴비를 직접 만들어서 사용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무경운으로 한 발 더 나아갔으면 좋겠다. 땅을 갈면 맨땅이 노출되어 비와 바람에 의해 흙이 유실되며 빗물은 하천을, 바람은 공기를 오염시킨다. 그리고 경운한 땅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딱딱해진다. 동시에 겉흙이 가진 거름이 유실되면서 끊임없이 외부에서 퇴비와 비료를 넣을 수밖에 없게 만든다. 퇴비 만들기같이 지역에서 자원 순환을 실천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자기 논밭 안에서의 에너지 자립이 필요하다. 병충해 문제도 자연농약의 세계를 넘어서서 벌레와 싸우거나 죽이는 방식이 아니라 생태계를 살리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맨땅이 보이지 않고 풀로 멀칭된 밭 

Q.무경운에 자연농약, 퇴비나 비료까지 투입하지 않으면 이에 대한 대책이 있나요?
 
자연농에서는 땅은 사람이 아니라 자연이 간다. 병충해도 자연이 해결해주고, 비료도 자연이 준다. 여기서 풀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람이 만든 거름이 화학비료라면 하늘이 만드는 거름이 풀이다. 지구의 풍요로움은 풀로부터 온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풀을 뽑지 않고 베어서 그 자리에 펴 놓는다. 풀은 흙을 덮어 물과 바람을 막아주고 썩어서 거름이 된다. 자기 논밭에서 나는 풀을 알뜰하게 받으면 외부에서 가져오지 않아도 해마다 땅이 좋아진다. 풀을 벨 때는 한꺼번에 베지 않고 건너뛰어서 벤다. 미생물들에겐 그 공간이 하나의 세계이므로 그 세계를 최대한 해치지 않는 방법을 택한다. 이처럼 생태계와 먹이사슬을 해치지 않으면 그곳에 사는 미생물과 동물들이 땅을 가는 역할을 해주고, 하나의 곤충이나 균이 대규모로 발생해서 큰 피해를 일으키지 않는다. 자연농에는 해충 자체가 없다. 해충이니 익충이니 하는 것은 철저한 인간의 관점일 뿐이다. 자연농에서는 벌레와 싸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병충해가 생기면 잘 듣는 농약을 찾아 뛰어다니는 것이 아니라 명상을 하거나 자연을 오래 관찰하는데서 답을 찾는 것이 좋다. 큰 틀에서 어떻게 함께 할 것인지 생각한다. 자연과 싸우지 않는 길을 찾는다. 싸움은 이쪽도 피해를 입힌다.
 
Q.자연농은 초기에 오염된 땅이 살아날 때까지 생산이 어렵다고 들었습니다. 땅이 살아날 때까지 인내하며 살아야 하나요?
 
이는 자신의 처지와 철학에 따라 다르다. 철학적으로 자신의 삶을 지구중심, 자연중심으로 바꾸고 어떠한 고난이 와도 이 길을 가고, 주어지는 대로 받아들이면서 살겠다는 의지가 있으면 인내할 수 있다. 3년 정도가 지나면 조금씩 좋아진다는 것이 선배들의 경험을 통해 입증됐기에 이를 신뢰하면서 기다릴 수 있다. 만약 첫 해부터 좋은 수확량을 바란다면 많은 양의 퇴비를 넣고 한 차례 깊이 갈고 시작하는 길도 있다.
 
Q.사람의 인위적인 개입은 아니지만 자연의 순환을 관찰하고 적용하는 개입, 사이짓기, 혼작, 등 자연농의 농사 방법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숲밭을 만드는 것이다. 앞으로의 농업은 숲밭이 되어야 한다. 숲의 복원이 미래의 희망이다. 누구나 자신이 소유한 농지에 숲을 복원해야 한다. 숲 안에 논밭, 과수원, 목장, 사육장이 결합된 형태이다. 여러 형태가 있다. 그 중 하나는 많은 양이 필요한 주곡이나 잡곡류, 고구마, 감자를 기르는 숲밭이다. 다른 하나는 식용 가능한 야생초와의 결합이다. 대부분의 야생초는 여러해살이 풀로 한번 심으면 반영구적이다. 의외로 수확기간도 길고 거름 없이도 잘 자란다. 할 일이 거의 없다. 야생의 숲과 거의 비슷한 세계다.
 


Q.현재 자연농이 갖는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자연농은 아무래도 기계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큰 규모로 농사짓기가 힘들다. 이것이 자연농의 가장 큰 한계라고 할 수 있다. 부부노동력으로 2~3000, 과수원까지 병행하면 5000평정도 가능하다. 현재 자연농의 역사는 50년 정도 됐다. 나는 2세대이고 3세대는 더 많은 사람들이 시작하고 있다. 그 안에서 새로운 방식이 시도되고 도전하고 있으니 이후에는 더 많은 면적이 가능케 될 것이라 예상한다. 아직까지 자연농으로 전업농부가 되기 어렵다. 현재 홍천에 귀농한 분들도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다. 농사는 식구들이 자급자족 할 수 있는 정도이고 생활비는 다른 일을 통해 벌고 있다. 
Q.단번에 자연농을 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현실적으로 단계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자연농은 농법이 아닌 우리가 지구에서 어떻게 살아야하는지에 대한 즉 삶의 방식의 문제이다. 이러한 철학을 이해하지 못하면 자연농을 논할 수도 실천할 수도 없다. 지구를 생각한다면 자연농 밖에 방법이 없다. 올해 전 세계를 강타한 무더위와 미세먼지, 여러 자연재해를 떠올렸을 때 우리가 정말 제대로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Q.이루고자 하는 목표나 이상향이 있으신가요?
 
동식물의 세계를 보고 있으면 그들은 매우 뛰어난 복지 속에 사는 것 같다. 인간을 뺀 모든 동식물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마음 편히 산다. 그들은 인간처럼 불안한 사회를 만들지 않는다. 크게는 한 나라 안에서 보편복지가 실현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작게는 몇 농가, 혹은 마을 규모에서라도 생존의 걱정이 없는 세계를 만들어가 보고 싶다.
 
Q.마지막으로 도시농부에게 하고픈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자연농의 제1원칙은 무경운이다. 도시 안에 하고 있으니 생태계와 생명의 고리를 건강하게 하기는 어렵지만 스터디를 통해 전 지구에서 가장 이상적인 농업이 무엇인지 탐구하길 바란다. 도시농업은 소규모이기 때문에 더 쉽게 시작할 수 있다. 자연농을 통해 자연과 싸우지 않고 기쁨을 얻는 체험을 해보길 권한다. 다른 단체에서도 많이 견학을 오지만 경운이 주는 이로움을 포기하기 어렵다. 현대농업의 기술은 작물을 훨씬 더 빨리 크게 키우기 때문에 이와 비교하다보면 자연농은 보잘 것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제는 자연농도 철학적으로 농법으로도 정리된 책들(자연농법, 자연농 교실, 짚 한 오라기의 혁명 등)이 많다. 이 책들은 무경운으로 논과 밭에 씨앗을 심는 법부터 수확까지 세밀하고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관심만 있으면 책을 통해서도 적용이 가능하니 참고하길 바란다.

 

두 세 시간을 시간 가는지 모르고 이야기를 나눴다. 자그마한 텃밭에 무언가를 채우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지구를 위해, 인간을 위해, 나를 위해 이제는 거대한 자본과 시스템이 아닌 짚 한오라기의 혁명, 자연으로의 혁명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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