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바꾼 일상, 비대면
올해 초 중국에서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가 뉴스로 나올 당시만 하더라도 지금의 상황을 예상했던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2월 초 회원총회를 준비하던 당시 우리나라에도 감염자가 20여명 단위로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에게 불안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총회참석을 많이 못하고 여러 행사들도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이때만해도 잠시 위험이 지나가길 기다리는 수준으로 생각하겠던 것이 일반적이다. 추위가 사라지고 따뜻한 계절이 오면 위험도 사라지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2월달에 많은 단체들이 총회를 잠시 미뤄두고 있다가 결국엔 온라인총회라는 것을 하기 시작했다. 여행도 미루고 중요행사 잠시 미루는 것을 생각했는데 갑자기 확진자가 특정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겉잡을 수 없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2월에 잠시 기다리자는 기약은 어느덧 8개월이 지나도록 지속되고 있다. 3월 학교의 개학이 미루어지고, 자연스레 공동체텃밭을 시작하는 행사와 모임들도 공식적으로 치루지 못하고 텃밭이 시작되었다. 학교텃밭은 당연히 기약을 못하는 상황이되었다. 어린이집 유치원 텃밭수업을 운영하던 협동조합은 올 한해 거의 개점휴업상태가 되어버렸다.
전체가 멈추고 함께 노력한 결과 그래도 다시 일상을 시작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지만, 2차 확산이 다시 모두를 움츠리게하고 있다. 이제 코로나 우울증이라는 표현이 심심치않게 나오고 있다. 2주간의 격리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 모임, 바깥활동이 제한적이 되는 새로운 일상을 이야기하면서 이로인한 우울증이 우려되는 수준이다.
텃밭활동도 비대면이 가능한가?
이렇게 되자 대규모로 준비된 도시농업박람회 등이 취소가 되거나 비대면(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상황까지 낳게되었다. 심지어 학교텃밭수업도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렇게까지 가게되니 텃밭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하게된다. 학교텃밭은 왜 하는 것이며, 공동체텃밭은 어떤 의미일까?
흔히 말하는 '새로운 일상'의 핵심은 비대면(언택트Untact 컨택트의 반대말로 생긴 신조어)이다. 학교에 가지 않고 온라인학습을 하며 조회와 종례는 화상채팅으로 대신한다. 총회같은 큰 회의부터 작은 회의 심지어 강의도 화상으로 하는 것이 너무나 일상화되어가고 있다.
그러면 텃밭은 비대면이 가능할까? 텃밭수업을 비대면으로하는 것은 교육적인가? 질문을 하게 된다. 먼저 공동체텃밭을 보면 당연히 비대면 공동체텃밭은 성립되지 않는다. 올해도 공동체텃밭은 도시농부들의 발길로 여전히 활발히 농사를 짓고 소소하게 만남을 이어가며 활기차게 움직이고 있다. 오히려 외부활동이 제한된 지금의 일상에서 텃밭은 그야말로 숨통을 틔울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 되었다. 텃밭이라도 없었으면 어찌했으랴?
학교텃밭에서 텃밭수업을 비대면(온라인)으로 하는 것이 실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것이 텃밭의 가치가 발휘되는 방법인지는 부정적이다. 흙을 만지고 씨앗을 심어보고, 작물을 가꾸고 냄새맡고 맛보고 돌보는 활동들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텃밭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화면으로 보는 자연은 한계가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인원을 최소화하여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오히려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더 신경쓸 수 있어 교육적으로는 더 좋아졌다.
새로운 일상이 텃밭의 소중함을 일깨우다.
워낙 유튜브와 같은 영상컨텐츠에 친화적인 시대이지만 그럴수록 영상미디어중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텃밭은 어찌보면 이에 대한 대안적인 활동이다. 밖으로 나와 실제의 생명과 교감하고 직접 대면하여 이웃을 만나고 자연을 만나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라고 말하지 않던가.
그래서 오히려 비대면이라고 하는 새로운 일상을 이야기하는 이 시대에 텃밭은 공동체텃밭, 학교텃밭은 더 필요한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개발과 성장을 위해 생태계를 파괴하면서 생겨난 이런 큰 재앙은 인간과 자연을 분리하고, 한편으로는 자연을 지배하려고 하면서 생기는 문제인데 그 해답을 찾는 것이 또다시 분리하고 접촉하지 않는 것으로 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도시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자연과 교감하게 하는 필수가 텃밭이 되길 기대한다. 산을 찾아가고 캠핑을 하는 것도 좋지만, 자연을 돌보는 더 적극적인 활동이 가져오는 생태, 생명에 대한 의식의 변화가 더 클 수 있다. 최근 이른 코로나블루라고 불리우는 우울증의 치료방법으로 텃밭을 이야기하고 있다. 단순히 치유농업의 측면이 아닌 사회적인 역할로 농업을 바라 볼 수도 있다.
비대면이라는 새로운 일상에서 우리는 텃밭으로 위안과 위로를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