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도시농부들은 언제 농사를 포기할까? 대략 3/2정도가 장마를 전후로 텃밭농사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단다. 장마는 그만큼 농사와 긴밀한 연관이 있다. 우리나라 평균 장마기간은 32일이라고 한다.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큰 비와 싸워야 하는 것이다.
사실은 장마 전에 이미 텃밭농사를 포기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는 풀 때문이다. 부지런히 자주 텃밭에 가지 않으면 6월 이후 텃밭에 풀들은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한 주만 못 가더라도 어느새 풀들이 작물을 뒤덮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풀은 원수가 되어버린다. 한 두번 풀매기를 미루다보면 이제 텃밭에 가기가 싫어진다.작물도 왕성하게 자라는 기간이라 수확도 많은 시기에 농사를 포기할 마음이 들게 된다.
그런데 이후 장마까지 오게되면 텃밭에 갈 틈이 더 없어지게 되고 결국 장마 이후에는 밭이 초토화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6월 풀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7월 장마와의 싸움에서 이겨내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7월 장마가 끝이나면 바로 휴가철이 피크인 시기가 오게된다. 7월 말 ~ 8월 초에 몰리는 우리나라 휴가계절이 사실 장마가 끝나고 더위가 가장 기승을 부리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텃밭은 오랜기간 소외되어 있게된다.
휴가지나 슬슬 텃밭에 나가보면 긴 장마에 흙은 여기저기 패어있고, 잎채소들은 꽃대가 올라온 상태로 녹아있고, 토마토는 사방으로 가지를 뻗어 도저히 지주대로 감당이 안되거나 땅을 기어다니기 일쑤다. 고추는 긴 장마 끝에 서서히 병들이 오기 시작한다. 그나마 들깨나 가지는 멀쩡할 수 있으나 사이사이 뻗은 바랭이들이 이제는 호미로는 도저히 해결이 안될 정도이다.
하지만 농사를 포기하기엔 아직 이르다. 가을 김장농사가 있기 때문이다. 8월 휴가이후 텃밭에 가면 심란한 마음을 잠시 긴호흡으로 진정시키고, 꽃대가 올라온 잎채소들을 정리한다. 그리고 장마에 쓸려내려간 두둑도 고랑을 다시 정비하면서 세워준다. 풀은 낫이나 예초기로 정리한다. 남아있는 풀뿌리는 밭을 다시 갈아주면서 정리한다. 그리고 밑거름을 다시 주고 김장농사를 준비하면 된다.
김장농사는 8월 말을 기준으로 세우면 된다. 배추모종을 이때 옮겨심고, 무, 쪽파등도 이때 같이 심으면 된다. 혹시 가을에도 잎채소를 먹고 싶다면 같이 파종하면 된다. 그리고 갓이나 알타리무 등은 9월 초에 심는 것이 좋다. 재배기간이 짧아 배추수확할 때 함께 수확하여 김장재료로 쓰려면 오히려 늦게 심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이때 도시농부들은 한 가지를 더 결정해야 하는데 고추, 토마토를 어떻게 할 것 인지이다. 작은 텃밭에서 배추를 심으려면 어느 정도 공간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고추, 토마토를 정리하고 배추를 심어야 양껏 배추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붉은 고추를 수확하려면 놔두는게 낫지만 장마 이후 병이 잘 오는 고추의 특성상 관리가 쉽지 않다. 물론 10월 말 서리가 내리기 전까지 계속해서 수확할 수 있는 고추, 토마토이다. 그런데도 많은 도시농부들은 장마 이후 고추와 토마토를 정리하고 배추를 심게 된다. 이때 뽑아낸 고추와 토마토에 열린 열매들을 모두 수확해 놓으면 가을 동안 풋고추는 적지 않게 냉장고 안에 넣고 풋고추를 적지 않게 먹을 수 있다. 파랗게 익지 않은 토마토는 장아찌를 담으면 별미가 된다.
학교텃밭도 마찬가지이다. 여름방학에 방치되기 쉬운 텃밭은 새학기 시작함과 동시에 가을 김장농사로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도시농부들이 가장 농심이 많이 생기는 때가 4월초인 반면, 가장 마음이 멀어지는 6~7월도 있다. 3월~5월초까지 계속 무언가 밭에 심기 시작하고 정작 수확이 많은 6~7월 관리에 실패해서 포기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하지만 우리에게 아직 가을농사가 남아있다.
8월부터 2라운드가 시작되니 아직 텃밭농사를 포기하기에는 이르다.
출처: 모두농 http://goo.gl/Ysqe8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