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자농의 파종에서 채종까지
배추와 관련된 기록은 고려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 까지 실로 흥미로운 기록과 뒷이야기 등이 많이 소개되어 있다. 해외여행을 가서라도 김치를 그리워하는 한민족이며 우리나라 채소 소비량이 외국보다 높은 이유도 김치의 재료인 배추와 무 그리고 양념으로 들어가는 고춧가루, 마늘, 갓, 쪽파, 양파 등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먹는 배추김치는 전통시대의 선조들이 먹었던 배추와 다르다는 것을 알고계신 독자분이 많이 있지는 않을 듯하다. 노란속이 있는 김장배추는 조선 말기에 중국에서 유입된 호배추가 개량보급된 것이며, 우리 조선배추는 포기(결구)가 없고 파란 잎이 있는 뿌리배추이다. 조선배추는 저장성이 좋아 냉장고가 일반적으로 보급되지 않았던 1970년대까지 조선배추로 한겨울 김장을 하여 늦봄까지 김치를 먹고, 배추뿌리도 다양하게 요리하여 먹었던 일상의 음식재료가 이제는 옛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우리의 토종작물의 종의 다양성이 품종 단일화 개량 사업으로 멸종되어 가고 있다. 우리나라 전통식자재 원료인 다양한 토종작물 역시 이 땅에서 살아져 가고 있다. 전통음식의 복원은 당시 원재료인 토종작물로 재평가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 해 본다.
1. 원산지와 배추이야기 : 십자화과/ 중국/ 씨앗수명 : 5년
가. 배추의 원조 : 애기장대
배추는 애기장대라는 식물체(모양과 크기가 꽃다지와 유사)와 약 1700만 년 전에 분화되었으며, 약 1500만 년 전에 한 세포내에 동일한 염색체를 3쌍이나 갖는 6배체 식물이 되었다. 배추와 같은 조상에서 분화된 애기장대는 아직도 꽃다지와 비슷한 야생의 작은 잡초로 머문 반면, 배추 유전체는 6배체가 된 후 1500만년 동안 안정적인 이배체 구조로 변화하였고 애기장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식물체로 진화하여 우리의 식단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중요한 채소가 되었다.
나. 배추의 조상 : 유채, 순무
배추의 조상은 지중해 연안의 잡초성 유채였으며, 2000년 전에 지중해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중국으로 유입되었다. 이후 7세기경 중국 북부지방의 순무와 남부지방의 숭이가 자연교잡이 되면서 배추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16세기에 이르러 조선배추와 같은 반결구 배추가 탄생하고 18세기에 오늘날과 같은 노란속이 차는 결구배추가 탄생하였다. 배추과 식물의 배수체 연구뿌리는 한국 농업육종의 시조인 우장춘 박사로 자연상태에서 배추와 양배추가 교잡되어 유채라는 새로운 종이 합성되었음을 밝혀낸 ‘종의 합성’ 이론(1935년)은 아직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업적이다.
다. 고려와 조선시대의 배추
우리나라에서 배추에 대한 기록이 최초로 나타나기는 고려시대이다. 고려 고종때에 편찬(1237년)된 향약구급방 기록에 의하면 배추를 숭(菘:배추)이라 기록하였으며, 배추를 약재로 13세기경 재배하였음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에 이르러 중국에서 숭채(배추)의 씨앗을 무역품으로 수입하여 재배하였다는 기록이 훈몽자회(1527년)에 기록되어 있고, 실학자 박제가는 북학의(1778년)라는 책에 ‘배추는 북경에서 종자를 가져다 심어야 좋은 품종이 생산되고, 농가에서 채종한 종자를 계속 심으면 순무가 나온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로 미루어 배추의 조상이 순무임을 알 수 있고, 당시 조선의 배추씨앗이 고정화가 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라. 배추라는 말의 처음 사용 : 허균의 한정록(1610년)
허균이 집필한 한정록 치농편에서 숭채와 함께 처음으로 배추라는 기록이 나타났으며, 정약용선생의 어휘록 ‘죽란물명고발’이란 책에서 숭채를 조선에서는 배초라고 하고 이것이 백채의 와전이다. 라는 기록이 있다.
마. 반결구 조선배추 이야기 : 개성배추와 서울배추
현재 우리가 토종(조선,뿌리)배추라고 알고 있는 모습의 배추는 중국에서 도입된 반결구배추가 토착화되면서 탄생한 것으로 그 원조는 북한의 개성지역에서 재배한 개성배추이다. 개성배추는 1800년대 도입된 것으로 추정되며, 채소재배기술이 가장 앞선 개성을 중심으로 재배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1900년대에 개성에서 배추를 많이 재배하던 서울(한양)지방으로 옮겨지면서 개량된 서울(경종)배추가 탄생하게 된다. 이로서 우리나라 토종배추는 중부 이북의 개성배추와 서울배추가 쌍벽을 이루면서 보급이 확대되었다. 이후 우장춘박사 등을 중심으로 중국으로부터 결구형 호배추를 도입하여 형질을 개량한 결구형 배추 보급이 보편화 되면서 점차 우리의 조선배추는 식탁에서 자리를 내어주게 되었다.
2. 2018년 유행하는 토종배추 살펴보기(토종씨드림 자료 제공)
가. 토종의 범위
토종은 기후와 토양에 적응된 것으로 보통 한 세대 이상을 가리키나, 식물의 경우는 30년 이상 재배되어 특성이 고정된 씨앗의 경우 토종의 범주에 넣는다.
나. 토종배추
한반도의 토종배추를 조선배추라고 하는데 지금 먹는 김장배추와 달리 뿌리가 굵은 반결구형 배추로 뿌리배추라고도 부른다. 80대 이상 어르신들은 배추 고갱이를 먹었던 추억이 있어 조선배추는 뿌리배추라는 인식이 있다. 조선배추로는 서울배추, 개성배추, 의성배추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의성배추와 서울배추는 봄과 가을에 먹는 얼갈이형 배추로 정착했다. 요즘 김장으로 사용되는 속이 꽉 찬 배추는 일명 ‘호(胡)배추’로 중국에서 들어온 배추다. 일제 강점기부터 호배추가 인기를 얻기 시작했는데, 이후 50년대 말부터 호배추를 개량하기 시작하여 전문 육종가에 의해서 계속 개량 육종되어 현재의 속이 노랑배추가 정착하였다.
토종씨드림이 제주 무릉리와 구억리에서 수집한 배추는 60-70년대에 개량된 배추로, 그 때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농가에서는 배추씨앗을 받아서 심었다. 30년 이상 재배되어 고정된 배추이므로 ‘토종배추’로 분류해 토종배추의 결구품종으로 2009년 이후 전국적으로 퍼트려왔다.
결구배추에 익숙한 사람들은 조선배추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조선배추의 수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결구형을 찾는 사람이 많다. 길들이기 나름이라는 말이 있듯이 재배가 용이하다는 점 등 많은 좋은 점 있는 조선배추가 다시 밥상에 오르기를 기원한다.
다. 토종배추의 종류
1) 구억배추
속이 차는 결구형이지만 종자회사의 배추처럼 꽉 차지는 않는다. 잎 길이가 길고 파란 겉잎이 많은 편이다. 장미포형으로 속이 찬다. 결구형은 초기 성장 때 물이 많이 필요한데 가물고 물이 적으면 겉잎이 매우 질기게 되며, 속이 차지 않는다.
2) 청방배추
속이 차는 결구형으로 중국으로부터 들어온 호배추가 한반도에 정착했다. 구억배추보다 통이 작고 겉잎이 연한 편이다.
3) 뿌리배추
전통적인 재래배추로 반결구형 배추이며 키가 크고 겉잎이 푸르고 속노랑이 매우 적다. 뿌리가 순무처럼 커서 배추고갱이를 간식으로 먹거나 김장으로 담가 먹기도 한다.
4) 조선배추
의성배추. 개성배추 등으로 뿌리배추와 비슷하나 고갱이가 작고, 이른 봄과 김장 전 배추로 솎아 먹는다. 김장용 배추로도 가능하며, 묵을수록 아삭하며 맛이 난다.
구억배추 |
의성배추 |
구억배추 절이기 |
청방배추 |
3. 파종과 수확시기
가. 구억배추와 청방배추 : 결구형
8월 중순에 포트 모종을 해서 8월말과 9월 초순에 밭에 옮겨 심는다. 한창 더울 때 파종과 재배를 하므로 벌레 등의 피해가 크다. 초기 성장에 물이 많이 필요하다. 중부지방은 11월 중순부터, 남부지방에서는 12월 10일까지 수확한다. 배추모종 작업을 완료하고 바닥에 부직포를 깔고 포트를 위치 할 때 활대와 한랭사로 바닥전체를 완전히 덮어 빈틈이 없도록 해주면 벌레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나. 뿌리배추와 조선배추 : 반결구형
반결구형이므로 9월 초중순에 밭에 직접 씨앗을 뿌려서 11월 중순부터 12월 10일까지 김장용으로 수확한다. 김장용이 아닌 이듬해 초봄의 봄배추로 이용하고자 하면 10월 초순에 뿌려서 밭에 놔두었다가 이른 봄에 싹이 오르면 수확해서 먹기도 한다.
4. 채종을 위한 수확 (배추, 무, 갓, 유채)
채종만을 목적으로 하면 9월 중하순 또는 10월 초순에 파종해서 겨울을 지낸 뒤 봄에 꽃대가 올라오고 꽃이 피고나면 5월~6월에 씨앗을 채종한다. 또는 김장배추로 사용하려고 파종한 결구배추 중 속이 차지 않은 것을 밭에 남겨두고 월동시킨 뒤 봄에 꽃대를 올리면 채종을 한다. 배추 등 십자화과 작물의 씨앗 채종시 주의사항은 고투리가 익으면 자연히 벌어지고 씨앗이 바닥으로 떨어져 채종에 실패하기도 한다. 배추씨 꼬투리가 일부 누렿게 변색하고 한 두 개의 고투리가 터질 무렵 수확하여 후숙 시킨 후 씨앗을 털어낸다
교잡이 우려되거나 순계를 얻으려면 특성이 그대로 발현된 건강한 배추를 골라 저장했다가 봄에 잎을 손으로 떼어내고 고갱이를 남겨둔 것을 4월 밭에 다시 심고 꽃대를 올려 씨앗을 받는다. 유의할 점은 십자화과는 교잡이 잘 되므로 1작물 1품종으로 한다. 만약 다품종인 경우나 갓이나 유채 여러 품종의 배추가 있는 밭에서는 나비와 벌, 파리 등이 옮겨 다닐 수 없는 먼 거리에 격리시켜 심어서 채종한다. 일반인이 채종한 씨앗은 교잡이 되었을 가능성이 크므로 토종배추 대량 재배를 염두에 둔다면 몇 년 동안 반복해서 좋은 배추를 골라 씨를 받은 다음 재배하고 판매할 것을 권한다.
5. 배추보관 방법
배추는 영하 8도 이상이 되면 생장점까지 얼게 되므로 영하 8도 이상이 지속되는 지역에서는 밭에 지푸라기와 같은 보온재를 덮어두거나, 뿌리째 캐어 0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곳에 보관한다. 전통적으로는 땅을 1자(30cm) 이상 판 움에 짚을 깔고 묻어두거나 광(창고)에 넣어 보온재로 덮어두었다. 아파트에 보관할 때는 박스에 넣고 신문지로 쌓아 베란다에 보관한다.
6. 씨앗 갈무리
5월~6월에 꽃대를 올려 씨앗이 맺히고 줄기와 꼬투리가 절반 이상 노랗게 익으면 줄기를 낫으로 베어 널따란 그릇이나 천막에 널어 말린다. 잘 말려진 꼬투리는 저절로 씨앗이 터져 나온다. 갈무리된 씨앗은 습이 차지 않는 용기나 신문지, 봉지 등에 담아 보관한다. 자외선을 피해 서늘한 상온에서 보관된 씨앗은 3-4년 정도 유효하고 해가 묵을수록 발아율이 떨어진다.
월동한 배추와 꽃대 |
수확하여 후숙 시킨다. |
잘 마른 후 씨를 채종한다. |
7. 토종배추 김장 및 요리
가. 구억배추로 김장하기
소금 절이기 |
절임배추 |
김장배추 |
나. 토종배추로 여러 가지 음식 해 먹기
밥상에 김치는 빠질 수 없다. |
구억배추 묵은지 삼겹살 구이 |
김치 볶음밥 |
우거지 보쌈 |
배추잎 만두 |
우거지 잡채 |
우거지 된장 나물 |
8. 토종배추 모종 및 토종가을 씨앗 나눔 행사 안내
가. 일시 : 2018. 8. 25 14:00~17:00
나. 장소 : 인천농업기술센터 대강당 (인천 부평구 열우물로 8)
다. 행사 내용
- 토종 관련 강좌
- 토종배추 모종 나눔(1인당 21개) (희망자 추가 가능)
- 가을 토종작물 씨앗 나눔 (토종 배추, 갓 등 10여 품종)
- 도시농부 생태경작 채소 교역
- 토종 상담소 운영
라. 참가비
- 10,000원 ((사)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회원 5천원)
※ 참가비는 밭 임대료와 모종 재료비등
토종씨앗보급을 위한 일에 사용합니다.
9. 구억배추 씨앗 나눔
→ 회원가입 후 소자농에게 문자를 보내세요.
→ 인천 서구 경서동에서 소자농이 재배하여 채종한 씨앗입니다.
토종배추좀살수없을가요김장해서먹고싶어요연락좀주세요01068573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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