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오전. 커다란 두 그루의 나무가 입구임을 알려주는 조용한 도시텃밭에는 새소리가 한가롭게 들려왔다. 여기가 서울인가? 싶을 정도로 넓은 도시텃밭이 펼쳐져 있었다. 초록초록 채소들이 빼곡한 밭마다 경작하는 사람들이 어느 단체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팻말들이 세워져 있다. 학교, 지역아동센터, 마을공동체 등 다양한 단체들과 함께 개인분양텃밭들도 조화롭게 일구어져 있었다.
안내를 받아 ‘생태순환농업공원(강동퇴비공원)’의 상징같은 돔하우스를 둘러보았다. 코로나로 인해 프로그램 운영은 하지 못하였지만 작은규모로 모든 활동이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 동애등애와 지렁이의 활약으로 순환되는 과정이 한눈에 들어왔다. 텃밭에서 나오는 부산물들, 음식물 쓰레기 등이 동애등애와 지렁이사육장을 거치면서 다시 밭으로 가고, 모종을 키우는 양분이 되고 있었다. 외부투입제 없이 퇴비공원자체의 순환이 이루어 진다고 한다. 곤충을 사육하는 팀들의 부산물들도 함께 퇴비간으로 모아 순환시키는 곳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곤충사육장으로 향했다. 컨테이너 여러 채 가 줄지어 서 있다. 새로운 곤충 담당 선생님이 맞이하며 설명해 주신다. 가장 먼저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곤충 전시장. 초록색으로 단장 된 컨테이너 안에는 여러 곤충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충분한 볼거리가 되어주는 공간이었다. 아이들 체험과 다양하게 연관지을 수 있을듯 하다.
다음 컨테이너는 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곤충관련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었다. 교육도 이루어지고 간략하게 작품전시도 되어 있다. 애완곤충, 식용곤충, 달팽이 등이 사육되어지는 곳과 연관지어 운영되고 있으며 교육이후에 관리인력으로 활동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되기도 한단다. 시니어클럽에 위탁하여 운영하고 있어서 좋은 일자리도 만들고 그분들을 통해서 더욱 활발하고 전문적으로 운영이 가능할 수 있는 구조를 이루고 있다. 이후에는 체험 뿐만이 아니라 식용곤충사육으로 제품생산 판매까지 할 수 있도록 천천히 준비해 가고 있다고 한다. 온도, 습도를 맞추어주고 시기별로 분리해 주고 예민하게 보살펴 주어야 하는 과정들이 쉬워보이지는 않았지만 전문인력이 관리하고 있어서 안정적으로 사육이 되고 있었다.
사육장 옆에는 시니어클럽 회원분들이 텃밭을 관리하고 계셨다. 그 탐스러운 텃밭의 작물들은 모두 곤충 사료용이라고 한다. 곤충의 부산물로 만들어진 퇴비를 활용한 작물이 다시 곤충의 먹이로 돌아가는 작지만 충분히 가치있게 순환이 이루어지는 현장이었다.
곤충사육장을 지나니 멋진 농막까지 갖춘 넓은 텃밭들이 줄지어 눈에 들어왔다. 수도시설과 테이블까지 갖춘 정원형 텃밭이었다. 가족들의 별장으로도 손색이 없는 구조로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추첨되어진 분양자들이 누릴 수 있는 텃밭이었다. 욕심이 나는 텃밭이긴 하지만 너무도 개인적인 공간으로 울타리지워져 있는 구조가 조금 아쉬움으로 남았다. 농막들을 모이도록 하고 밭이 넓게 퍼지는 형식으로 디자인 한다면 훨씬 소통이 잘 되고 관계가 잘 형성될 수 있는 곳이 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텃밭체험공간으로 향했다. 놀이터와 함께 엄청난 규모의 하우스들이 줄지어 있었다. 주변의 친환경농가들이 하우스 작물을 경작하며 체험이후 잉여 농산물을 친환경매장에 판매해 수익을 창출하는 형식으로 운영되는 곳 이었다. 다양한 체험을 전문인력의 지도로 진행하고 경작관리는 지역농민이 함께하고 있었다.
강동퇴비공원은 위탁운영을 하여 전문관리인력이 분업형식으로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또한 지역농민과 함께 함으로 지역에 건강한 먹거리를 보급하고 아이들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했다.
넓은 텃밭을 돌아보느라 시간이 지체되어 서둘러 다음 견학지 파믹스센터로 향했다. 강동퇴비공원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른 곳이었다. 높이 솟은 아파트 단지를 정면으로 두고 깔끔하게 형성되어 있었다. 가든형으로 조성된 파믹스센터는 분양형식이 아니라 체험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곳이라고 한다. 경작과정, 수확과정, 수확물활용 등 모든 과정을 체험프로그램으로 운영하여 단체나 개인의 소유가 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곳에도 작은 전시관이 있었다. 도시농업역사관이라는 이름으로 전시되어 있는데 활동가가 배치되어 설명을 들으면 충분히 도시농업의 발자취를 읽을 수 있는 곳이었다.
옆에는 스마트팜이 함께 조성되어 있다. 농업의 과거를 본 후에 미래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아직 검증이 되지 않은 스마트팜의 운영을 통해 가치를 확인해 봄에 의미를 두고 있다고 한다.
위쪽으로 울타리 너머에는 토종텃밭이 있었다. 활동가분들이 관리하고 채종을 하는 곳이라고 한다. 토종씨앗으로 전시도 하고 대여도 하면서 100종 내외의 씨앗을 보급하고 있다고 한다. 옆에는 양봉을 했었지만 체험위주로 운영이 되다보니 위험성으로 인해 옮겨졌다고 한다.
파믹스센터 안으로 들어가니 시끌벅적 요리활동이 한창이었다. 토종요리체험활동이었다.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이 예정되어 있었으며 신청하여 함께 할 수 있도록 열려있는 느낌이었다.
파믹스 센터는 방문하는 사람들의 휴식공간, 볼거리, 체험공간, 교육공간이 잘 조성된 건물이었다. 강동구 도시농업부문 대상을 여러번 수상한 곳 답게 방문하고 싶은, 머물고 싶은 따뜻한 분위기였다. 도시농업의 텃밭경작활동을 통해 창출하는 다원적인 가치가 구현되기에는 단편적인 체험위주의 프로그램 운영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잘 갖추어진 공간의 활기찬 에너지로 그 가능성이 커 보이는 곳이었다.
강동퇴비공원에서는 인력운영과 지역연계가, 파믹스가든에서는 공간의 힘이 두드러지게 느껴졌다. 두 곳의 장점들이 인천도시농업활성화에 잘 결합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지는 시간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찬 바람이 마구 불어댄다. 강동구 텃밭들의 통통한 배추들을 보며 내 밭의 부실한 배추생각에 미안한 생각이…. 부산물들을 좀 더 잘 순환시키며 날이 더 추워지기 전에 살뜰히 돌보아야 겠다.
정리 : 전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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