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그래~ 대학생들 텃밭만들기
날이 추워지고 첫눈이 내렸다. 11월에 비가 오히려 장마철 비보다 많이 오는 것 같다. 지난 11월 7일 토요일에도 비가 내렸다. 이날은 30여명의 대학생들에게 큰 의미가 있는 날이었다.
대학생 김장담그기 자원봉사활동이 있었던 날이다. 30여명의 대학생들이 9시부터 송림복지관에 모여 어르신들에게 드릴 김장을 담는 날이었다. 많은 자원봉사 활동 중에 11월이면 빼놓지 않고 하는 활동이 김장담그기 행사이다. 수확의 풍성함과 나눔의 기쁨 그리고 먹음직스러운 빨간 양념들이 어우러지면 행사분위기가 난다.
흔히 대학생 봉사하면 떠올리는 풍경이라 새로울 것이 없다. 벽화도 그리고 연탄도 나르고, 김장도 담그고... 하지만 이날 김장행사는 뭔가 달랐다. 8월 부터 이어진 과정의 마지막행사로 진행된 김장담그기행사는 대장정의 피날레였다.
이야기는 6월부터 시작된다.
티팟이라는 사회적기업에서 연락이 왔다. 송림동에서 만나기로 하고 약속을 잡았다.
인천의 동구는 구도심지역이 밀집되어 있는 대표적인 동네다. 송림동 달동네는 비어있는 집들이 경관상 좋지도 않고 위험하기까지 하다. 이렇게 방치된 공간에 지역주민들에게 텃밭을 만들어주겠다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했다.
대학생 자원봉사프로그램으로 현대제철에서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해피예스 대학생봉사단 전국 120여명이 4곳의 지역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게되는데 인천지역은 텃밭만들기로 기획한 것이다. 동구청과 협조하여 몇 곳의 폐가를 둘러보고 텃밭만들 장소를 알아보러 다니는 것을 시작으로 대학생과 함께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7월 초에 만들기로 예정되었던 일정이 메르스의 여파로 취소되었다. 대신 8월 오리엔테이션에서 간단한 교육과 활동을 하기로 하고 9월에 텃밭만들기를 진행하기로 했다. 주변의 벽들을 이용해 벽화도 그리고 경관도 좋게하기 위한 데크작업도 하기로 결정했다. 텅 비어있던 공간을 학생들의 힘으로 지역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8월에 오리엔테이션에서 간단하게 상자텃밭을 직접 만들어보는 실습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공간만들기에 들어갔다.
드디어 텃밭을 만드는 9월 5일. 이날도 비가 내려 과연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다행히 오전에 내리던 비가 잦아들어 활동을 진행할 수 있었고, 삭막했던 공간들이 하루만에 확 바뀌게 된다.
학생들은 텃밭을 만드는 팀, 데크를 만드는 팀, 벽화를 그리는 팀으로 나누어 하루만에 방치된 공간을 멋진 텃밭으로 만들었다.
이후에 작물관리는 가까운곳에 사는 학생들이 매주 관리를 하기로 했다. 자람도 보고, 물도 주고 방제도 해주기 위해 매주 일요일 오전에 모니터링을 하는 역할도 한다.
9월 말 텃밭 사진
10월 초 사진
10월말 가족들과 잠깐 들렀던 텃밭 모습
그리고, 11월 7일 조금 이르긴 하지만 텃밭의 작물들을 수확하고 김장담는 것 까지 하는 행사를 진행하게 된다. 이날도 비가 왔지만 옆에 복지관의 장소를 대여해 진행했다. 9월에 직접 모종을 심고 씨를 뿌렸던 작물들이 이렇게 잘 자랐다.
기업의 사회적공헌이 중요시되는 때이다. 겉으로 실적과 성과가 잘 보이는 활동도 있을 것이고 더디지만 뜻깊은 활동을 지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대학생 봉사단을 꾸려서 하게되면 학생들에게는 큰 경험이 되면서 의미있는 활동도 할 수 있다.
이번 해피예스 텃밭자원 봉사활동은 많은 것이 복합적으로 의미를 갖는다.
- 공동화된 구도심의 도시재생을 하는 측면에서 도시의 환경을 꾸미는 활동이다.
- 소외된 지역에 어려운 이웃에게 김장을 통해 따뜻함을 전하는 일이다.
- 버려진 공간을 새로 꾸며 지역주민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 텃밭을 통해 지역주민들이 여가와 소통의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 텃밭이 가진 경관적인 단점도 보완하여 주민들에게 친근한 공간이 되었다.
- 학생들은 직접 텃밭을 만들고 기르고 수확하는 경험을 얻었다.
- 직접기른 작물로 김장을 담는 기회를 얻었다.
- 이런 방법의 지역활성화와 자원봉사 프로그램이 가능하다는 사례를 만들었다.
- 대기업, 사회적기업, 비영리민간단체, 대학생들의 콜라보레이션!
도시농업은 많은 면에서 이런 활동이 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매력적이다.
그냥 김장이 아니라 직접 기른 채소로, 그냥 텃밭이 아니라 도시재생공간을 활용하는 텃밭, 만들고 끝이 아니라 가꾸고 돌보는 과정들이 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지역주민들과 관계, 소통하고 함께 만들어가는데에는 부족했던 것 같다. 내년부터 농사지을 주민들이 만들때부터 관심을 갖고 이후에는 지역에서 함께 가꾸는 공간이 되어야 의미가 지속된다. 주민들이 그 공간의 주인이 되어야할텐데 또다시 관리되는 공간으로 될까 걱정이다.
아마도 수많은 지역에서 비슷한 사례들이 많을 것이다.
시간이 얼마 지난 일인데 이제라도 이렇게 공유하겠다는 마음으로 글을 남기는 것은 훌륭하든 그렇지 않든, 성공한 사례이든 아니든 조금이라도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일들이 있었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삼겹살을 포기하고 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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