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1일 화요일

도시농부와 지렁이를 사랑하는 남자와의 만남

도시농부와 지렁이를 사랑하는 남자와의 만남

건강한 나무



 일명 ‘지렁이 박사’라 불리는 남자가 있다. 이 남자는 국립환경연구원 폐기물자원과에서 박사로 일하다가 퇴임 후 지금은 고양시에 홀로 지렁이 과학관을 만들어 여전히 연구와 교육에 힘쓰고 있다. 그래서 여전히 박사라는 호칭이 어색하지 않은 ‘최훈근 박사님’을 만나러 고양시에 갔다. 토종여주 울타리 옆에 교육용 등으로 사육하고 있는 지렁이를 보여주시며 “이것봐요, 엄청 잘 자랐지요? 내일 어린이집에서 보내달라고 해서 포장을 준비하고 있어요.”라며 뿌듯해 하셨다.

 최 박사님은 과거 산업폐기물 처리 분야를 연구하다가 지렁이가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걸 알게 되면서부터 지렁이분야의 선구자가 되었다. 우리나라 지렁이 사육의 역사에서부터 지렁이 활용법등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나라도 더 알려주시려는 열정을 보며 지렁이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었다.

 전해주신 이야기를 다 담을 수 없어 몇 가지만 축약하였다. 지렁이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는 작년에 출판한 최훈근 박사님의 저서인 ‘흙속의 보물 지렁이’를 읽어보길 권한다.


Q. 박사님이 지렁이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A. 1990년도에 지렁이를 이용하여 슬러지를 줄이는 것이 국가가 인정하는 기술 법이 되었어요. 슬러지라고 하면 각종 음식물 쓰레기도 있지만 말똥 같은 가축분도 포함되어 있어요. 근데 지렁이는 이 모든 것을 먹어 치워요. 말똥이나 소똥은 냄새가 나서 법적으로 밭에 바로 버리는 것이 금지되어 있어요. 근데 지렁이가 슬러지들을 먹고 싼 똥은 밭이든 화분이든 막 뿌려도 상관없잖아요. 그렇게 지렁이가 일 년에 처리하는 폐기물의 양은 80만톤정도 되요. 그런 지렁이의 장점을 알게 된 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Q. 지렁이 분변토가 퇴비중에 으뜸이라고 하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죠?
A. 지렁이가 골고루 먹기 때문이에요. 음식물쓰레기부터 말똥까지 거의 다 먹고 싼 똥이니 각종 영양소가 다 들어있어서 좋은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지렁이 분변토보다 인분이 더 좋죠. 그러나 인분은 한 번 더 발효를 해야 작물이 먹을 수 있지만 지렁이 분변토는 바로 작물이 먹을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에 작물에 해가 없다는 거예요. 그리고 화학비료는 양분을 작물에게 주고 남은 잔재가 흙에 남아 좋지 않은 것인데 분변토는 양분은 작물에게 주고 남은 것은 흙의 모양으로 그대로 남아 있죠.


Q. 지렁이가 종류가 여러 가지인데 모든 지렁이의 분변토가 똑같이 좋은가요?
A. 그렇습니다. 지렁이가 일반적으로 사육장에서 키우는 것은 붉은 지렁이나 줄 지렁이 인데 애네들은 음식물쓰레기를 잘 먹고 성장이 속도가 빨라요. 밭에 있는 회색지렁이는 30cm정도 깊이까지 땅을 갈아주는 능력이 있죠. 그리고 2m정도 땅일 뒤집는 나이트크롤러라는 지렁이도 있어요. 다양한 지렁이가 있는데 모두 분변토는 좋은 거름입니다.




Q. 요즘 저희 단체에서 지렁이 관련 수업도 진행하고 가정용 지렁이 상자를 보급해 음식물 쓰레기절감에 활용하도록 교육도 하고 있는데요, 현재 지렁이 관련해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나요?
A. 1970년도에 우리나라에 지렁이 농장이 생겨났을 때 아마도 지렁이는 낚시용 미끼와 토룡탕용 식품으로 키워졌어요. 지금은 미끼만이 아니라 다양한 이유로 지렁이를 찾죠. 도시농부들은 지렁이가 밭을 갈아주며 분변토가 작물 자람을 좋게 하는 것에 대해 관심이 있을 것이고, 어린이 들은 지렁이의 생태적 역할과 자라는 모습 관찰 등을 통해 과학적 지식을 얻을 거예요. 또 어르신들은 토룡탕이 어떻게 건강에 좋은 지에 대해, 가정에서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에 대해 관심이 있다. 이렇게 그 집단이 원하는 내용을 가지고 나도 교육을 합니다.


Q. 지렁이가 참 좋은 역할을 많이 하는데 우리나라는 지렁이에 대한 연구 조사가 잘 되고 있나요?
A. 아직 잘 되어 있다고 보기 어려워요. 미국은 1950년부터 지렁이가 좋다고 연구하고 세계에 알리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1990년대부터 조금씩 시작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지렁이가 환경적으로 쓰레기 감소에 좋은 기능이 있어서 음식물 쓰레기와 관련된 부분은 환경부 관할이지만 지렁이를 키우는 그 자체는 자연재해가 와도 환경부에서 보상도 안 되는 거죠. 그래서 지렁이 사육을 축산법에 들어가게 함으로 인해 농림부 관할이 되었어요. 그 후에 보상과 설치 지원 등을 해야 하니 어디에서 어느 규모로 사육하는 지 정리하기 시작한 거죠. 이제 조금씩 법적으로 안정화되고 있는 단계입니다.


Q. 지렁이가 음식물 쓰레기를 감소시키는 역할이 있다고 해서 가정에서 많이 키우는데요, 특별히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A. 지렁이를 한정된 공간에서 키울 때 가장 실패하는 이유 중에 90%이상은 음식물 쓰레기를 너무 많이 준다는 거예요. 60kg인 사람이 하루에 10kg도 못 먹을 텐데 지렁이는 자기 몸무게만큼 먹는 대식가예요. 아무리 지렁이가 잘 먹는다고 해도 지렁이를 1kg 구매해놓고 2~3kg씩 집어넣으면 포화상태죠. 한 가지 이야기 드리면 지렁이는 이가 없어요. 그래서 음식이 부패하고 나서 그것을 흙과 함께 오물오물 먹어요. 그런데 음식물이 부패하는데 걸리는 시간 동안 가스와 열이 발생하는데 이걸 지렁이가 싫어해요.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에서 교육할 때 상자 안에 음식물을 군데군데 돌려가며 넣는다고 하는데 그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그런데 그것도 많이 넣으면 소용없다는 거죠. 넓은 땅이면 지렁이가 가스가 나오는 곳을 피해 있다가 다 썩으면 돌아와서 먹지만 가둬서 키우기 때문에 키우는 장소 밖으로 기어 나오거나 그냥 상자 안에서 죽는 거죠.
그리고 지렁이는 음식물 자체를 먹기 보다는 흙을 먹는 것이라, 그래서 음식물을 넣어주지 않아도 죽지 않고 살지만 마르면 죽어요. 차라리 물 빠짐이 있는 곳이라면 수분이 충분하도록 물을 흠뻑 주는 게 좋아요.


Q. 제가 지렁이를 키워보면 수분이 많은 수박같은 곳에 지렁이가 모여 있던데 이가 없는데 지렁이가 바로 수박을 먹나요?
A. 이가 없는 사람이 묵은 먹을 수 있는 것처럼 수분이 많은 것은 쪽쪽 빨아 먹는 거예요. 그래서 일부 지렁이는 썩은 음식만 먹는 줄 알지만 수분이 많은 채소에서 나오는 단맛을 좋아하죠. 그리고 지렁이가 빨리 먹게 하려면 갈아서 주는 것이 더 좋아요. 근데 집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그러기 쉽지 않죠.


Q. 지렁이 키우는데 신문지를 넣으라고 매뉴얼에 적혀 있어서 넣기는 했는데 신문지 잉크가 화학적이라서 괜찮은 지 걱정되었어요. 정말 괜찮은 건지 그렇다면 프린트 된 A4용지도 되는 건지 알고 싶습니다.
A. 잉크에 중금속이 많아 인체에 해가 된다고 해서 법적으로 지금은 친환경잉크라는 것을 사용하게 되어 있습니다. 친환경 잉크는 중금속이 전보다 1/10정도로 감소했죠. 지렁이는 중금속이 있는 곳에서 바로 죽거나 다른 곳으로 도망을 쳐요. 그런데 어느 정도 약한 범위에서는 죽지 않아요. 사람을 강하게 때려야 아프지 슬쩍 만진다고 아프지는 않은 것과 같죠. 그리고 나뭇잎이나 줄기나 모두 나무의 성분인 섬유소를 가지고 있죠. 종이도 마찬가지예요. 나무로 만들었잖아요. 자연적인 것이기 때문에 흐물흐물해지면 지렁이가 다 먹어요. 비료나 살충제가 독성이 강한거지 휴지, 신문같은 거는 괜찮아요. 그러나 시중에 판매되는 A4용지는 제 생각엔 안될 것 같아요. 싸게 막 찍어내는 박스종이나 휴지, 종이는 괜찮지만 비싼 A4용지 같은 경우에는 표백제와 형광물질이 들어가고 거기에 코팅까지 해서 독성이 강할 것 같네요.


Q. 지렁이 목욕물인 액비도 퇴비로 좋다고 하는데 액비와 분변토 중 어느 것이 더 좋나요?
A. 분변토보다 사실 액비가 더 좋아요. 쉽게 말해서 엑기스는 우러나온 거니까 농축되어 있고 더 안정된 상태인 거지. 외국에서는 분변토보다 액비를 더 비싸게 파는데 우리나라는 그걸 잘 몰라. 액비 만드는 법도 책에 다 썼으니까 보면 알거예요.


Q. 앞으로 포부나 계획이 무엇이나요?
A. 지금 지렁이 과학관을 운영하고 있지만 그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공간에서 지렁이에 관해 교육하고 보급하는 활동을 계속 꾸준히 할 겁니다. 도시농부들도 그런 교육의 자리가 있으면 함께 하면 좋겠어요.
최훈근 박사님을 만나 뵙고 나서 진정한 유기농은 역시 작물을 길러내는 것이 아니라 땅을 기르는 거라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땅속에 지렁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명이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하는 책무를 맡은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