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를 든 소방관
건강한 나무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에서 진행한 월례강좌 웹자보를 보고 단체를 찾아 온 사람이 있었다. 현재 소방관인데 농사를 소방관들과 짓고 있다면서 찾아 온 이 분은 단체 회원이 되었고, 대표님께 거의 매일같이 전화를 하며 다양한 조언을 구했다. 어디서 저런 열정이 나오는 것일까? 추진력 짱!으로 보이는 유형민 회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 현재 직업이 소방관이신데 어디에서 근무하시고 소방관으로 근무하신 지 몇 년 되셨나요?
A. 1984년에 인천지역의 소방관으로 임용되어 현재까지 줄 곳 인천에서 만 근무했습니다.
현재 근무지는 인천국제공항과 을왕리해수욕장 그리고 무의도, 북도 등 섬이 있는 영종도 인천공항소방서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Q. 농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나요?
A. 소방관은 재난현장의 끔직한 장면과 예측 불가능한 위험 속에서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일을 하다보니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라고 이야기 합니다. 저도 심리적 불안감을 가지고 살아가다가 10여년 전 자연스럽게 주말농부가 되어 도시농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농업이 주는 치료적 요소 등이 저의 성격과 잘 어우러져 지금까지 농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퇴직 후에는 전업 도시농부가 될 생각이고 지금의 경험을 토대로 도시농업 전문가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Q. 혼자 농사짓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소방관분들과 함께, 그것도 수익용 농사를 짓게 되었나요?
A. 30여년 친하게 지낸 동료들이 텃밭 농사를 하고 있어 5~6년 전 300평의 농지를 임대하여 같이 주말농사를 재미삼아 하게 된 것이 처음 시작이었습니다. 소자농(소방관의 자연농장)이란 이름은 올해 정한 것이고 전에는 소방관의 주말농장이라 이름으로 농사를 하였습니다.
농지를 확대하다 보니 경운기, 씨앗, 농자재 비용이 제법 들어가면서 영농자금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잉여작물 판매의 필요성이 절실해 진 것이지요. 관행농의 작물이 농사의 노력에 비하여 너무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는 것을 보고 참 안타깝기도 하더라구요.
지금은 돈 없는 서민들도 저렴한 가격으로 친환경 작물을 먹도록 해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직거래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Q. 지금까지 농사지은 작물은 어떤 것들이 있으며 매년 다른 작물들을 판매하고 계시는 건가요?
A. 소자농의 농지는 밭주인들이 방치한 황무지를 개간하여 무농약으로 농사 활동을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지금까지 재배한 작물은 감자, 고구마, 울금, 수수, 콩(백태, 서리태,강낭콩, 땅콩), 옥수수, 배추 등이며 최근에는 씨드림을 통하여 토종종자를 나눔 받아 토종배추, 무, 밀 등을 재배하고 채종하고 있습니다.
매년 농지를 늘려 첫 농지에 적합한 작물을 재배하고 매년 판매하는 작물은 그때그때 다르지만 감자와 배추, 수수는 2~3년째 판매하고 있습니다.
Q. 토종배추도 이번에 재배하셨던데 개량배추가 아니라 토종을 재배한 이유가 있나요? 토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시나요?
A. 농부가 자기 씨앗을 매년 유지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인데 농업시장이 자본화되면서 종자, 비료, 농약 등 농자재 시장이 경제논리에 고착되어, 관행농부들은 농사비용이 증가하는 반면 소득은 줄고 있습니다. 그로 인하여 부를 챙기는 것은 농사관련회사, 특히 외국 자본의 종묘사들인데 이들은 씨앗을 독점하여 농부들은 자기 씨앗을 채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도소매 시장도 개량되어 표준화, 획일화된 상품으로서의 작물을 선호하지 토종작물은 판매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토종씨앗으로 배추를 재배하여 주변에 맛을 보게 하자는 생각으로 구억배추를 재배하였습니다.
구억배추를 재배해 보니 작물의 형태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교잡 현상은 생명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근언이 되는 것으로 자연그대로를 섭취하는 재료가 되는 것입니다.
구억배추를 절여 일반 판매업체와 인천의 사회단체에 납품을 하였는데, 서로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판매업체 측에서는 표준화, 획일화 되지 못하고 결구능력이 떨어지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단체에서는 회원들에게 맛의 평가와 토종의 중요성을 교육시키는 등 기대이상의 역할을 해줌으로 로컬푸드의 운영 방향에 힌트를 얻는 성과도 있었습니다.
Q. 소자농 만의 브랜드 자부심이 있다면?
A. 소자농은 약 30여년 인천지역에서 크고 작은 재난상황에 생명을 지키는 일을 하고 있는 소방관들입니다. 이런 생명존중과 어려움을 함께하는 소방정신이 농업을 통하여 생명을 지키는 일을 이어나가는 것입니다.
Q. 앞으로 소자농에서는 또는 소방관 겸 농부 유형민의 꿈, 비전은 어떻게 되나요?
A.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에서 강사활동을 하는 것 입니다.
Q. 마지막으로 유형민에게 농업이란?
A. 시민을 감동시키는 소방의 사명과 같은 일이다. 지향하는 가치체계가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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