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9일 월요일

[텃밭에서 읽다]내가 치킨을 선택했을까? 치킨이 날 선택했을까?

<대한민국치킨전> 2014, 정은정, 따비

‘텃밭에서 읽다’라는 코너에 여러 책을 소개했지만 이 책은 다르다. <대한민국치킨전>에 대한 뉴스레터 편집팀원들의 반응이 다르다. 그동안의 다른 책들에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던 편집팀원들이 관심을 보였다.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치킨’에 대해 다루는 것이어서 흥미로울 것이라고 여겼다. 그도 그럴 것이 거리에 나가서 몇 발자국만 옮기면 치킨을 만나게 된다. 필자의 집 근처 전철역 앞엔 치킨 전문점만 5군데가 있다. 필자의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에는 작은 전단지 20개를 꽂아 두는 광고판이 있다. 11개의 음식점 광고가 눈에 뛴다. 그 중 5개는 치킨 전단지다. 우리나라는 ‘치킨공화국’이다. 우리나라엔 치킨점이 35,000곳에서 50,000곳 정도가 있다.

이상한 나라의 치킨

몇 달전 인천 월미도에 중국 관광객이 몰려와 치맥파티를 열었다. 4500명이 몰려들어 한꺼번에 치킨과 맥주를 손에 들었다. 언론은 이색적인 광경을 시청자들에게 소개하며, 경제효과 운운하며 들떠 있었다. 저자는 치맥을 중국에 소개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한창 인기 있던 “2014년 2월, 전라도의 한 양계 농민이 조류독감의 여파로 삶을 포기했다”고 전한다. 그 당시 육계 대기업들의 주가는 치솟았고, 주식 전문가들도 해당 주식에 투자할 것을 권유했다고 한다. 사람과 닭은 죽는데, 닭회사는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올랐다. <대한민국치킨전>은 이 이상한 나라의 치킨을 둘러싼 이야기를 추적한다.
 

이 책은 치킨이 어떻게 우리의 기억, 문화, 식생활에 스며들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필자가 보기에 이 책은 대한민국 치킨의 계보와 생산, 유통, 소비의 전과정을 자세히 그리는 유일한 책이다. 치킨의 고향에서조차 특별한 날에만 먹을 수 있었던 이 음식은 일상의 식사로 옮겨진다. 그 와중에 치킨은 움직이는 보이는(?) 손에 의해 집단의 추억이 되었고, 세계화의 세례로 인해 치킨 복음(볶음이 아니다)이 전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오랜시간 동안 특별식이었던 이유는 대량의 기름을 마련하기가 예나 지금이나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닭이 기름에 퐁당 뛰어들어 치킨이 되려면 상당한 양의 기름이 필요하다. 요즘처럼 1인 1닭, 1인 1닭다리가 되려면 많은 양의 닭을 잡아야 한다. 닭을 잡으면 달걀을 얻을 수 없다. 집에서 몇 마리 기껏해야 몇십마리 닭을 키우던 예전에는 달걀을 낳을 수 없는 노계만이 특별식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공장식 육계장은 이와 같은 한계를 뛰어넘었다. 드넓은 평야에 유전자 조작(GMO) 콩을 키우는 곡물메이저가 있어 수많은 닭이 빠져들 기름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이제 대한민국에서 닭은 넘쳐난다. 필자도 한국 사람들이 유독 치킨을 좋아하기 때문에 치킨점이 많은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님을 저자 정은정씨는 말한다. 닭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넘쳐나는 닭이 있어 그만큼 치킨점도 많이 생겼다는 것이다. 치킨은 음식의 산업화를 잘 보여주는 대표 사례인 것이다.
 

단맛에 빠지고, 기름맛에 빠진 사람들

(사진 : Helge Höpfner)
필자는 가끔 후라이드 치킨의 튀김옷을 벗겨내어 먹는다. 실컷 먹다가 내 뱃살을 바라보며 마지막 몇 마리는 기름덩어리 겉옷을 떼어내는 것이다. 치킨 입장에서 이는 정말로 무식한 짓이다. 책의 저자는 실험을 했다. 브랜드를 가린 여러 종류의 치킨을 사람들에게 맛보게 했다. 사람들은 맛을 묘사한다. 바삭바삭하다. 조미료 맛이 좀 강하다. 밍밍하다. 이를 듣던 저자는 그들에게 말한다. “그런데 아무도 닭 맛에 대해서는 이야기 안 하네요?” 모두들 어안이 벙벙했을 것이다. 치킨 맛은 이 껍질에 달려있다. 튀김옷을 벗겨낸 후 먹은 필자에게 닭의 속살은 촉촉하거나 퍽퍽한 맛 중 하나일 뿐이었다. 각종 양념과 바삭함이 치킨 맛의 모든 것이다. 필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름맛에 빠진 것이다. 각종 과자와 튀김 음식은 맛있다. 하지만 그것은 기름 덕분이다. “튀김은 신발을 튀겨도 맛있다”는 말이 이를 대변한다. 얼마전 지상파 다큐멘터리에서 설탕 맛의 유해성에 대해 조명했다. 예전의 짜장면 보다 요즘의 짜장면에 설탕이 훨씬 더 많이 들어간다고 한다. 필자 어린 시절, 아버지는 명절 인사로 설탕을 주고 받으셨다. 귀한 물건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넘쳐난다. 대량생산으로 국경을 넘어온 설탕이 우리 식탁에 침투한 것이다. 단맛에 빠지고, 기름맛에 빠질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의 원조경제정책 덕분이다.

콩닭을 기르고 튀기는 사람들

우리의 음식은 한국전쟁을 거치며 큰 변화를 겪는다. 미국의 원조로 들어온 밀가루와 설탕이 큰 충격을 주었다. 이는 잘 알려져 있다. 여기에 콩도 큰 변화를 불러왔다. 미국산 대두는 ‘식용유’로 우리의 일상에 파고들었다. 기껏해야 명절날에 돼지비계로 전이나 부쳐 먹던 식생활이 확 바뀌었다.
 
그 콩이 ‘식용유’로 바뀌면서 식생활은 혁명 수준으로 변화했다. 콩은 기름이었고 사료였다. 콩으로 닭을 키웠고, 그 닭을 콩기름으로 튀겨 먹었으니 식용유가 곧 치킨이다.(251쪽)
 
미국의 잉여농산물이 우리의 식탁을 폭격하여 음식지형을 바꾸어 놓았다. “라면과 과자 없는 한국”은 상상할 수 없게 되었다. 거기에 치킨까지.
 
세계 식량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초국적 곡물복합체 즉 곡물메이저들은 식용류의 원료로 지방 함유량이 적은 콩을 주목했다. 대두는 지방이 18~20퍼센트인 반면, 카놀라는 40~45퍼센트, 깨는 52퍼센트나 된다. 이전에 식용유는 팜, 코코넛, 카놀라, 올리브 등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주판알을 튕기던 곡물메이저들은 콩을 식용유의 원료로 선택했다. 마가린을 만들고, 콩으로 기름을 짜고 남은 대두박은 동물 사료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콩은 1타 3피의 작물”이다. 기름을 짜낸 탈지 대두분은 우리가 직접 먹기도 한다. 두유, 고추장, 된장에도 쓰인다. “단백질이 필요한 웬만한 식품산업에는 반드시 탈지 대두분이 필요하다.” 곡물메이저들의 이윤창출을 위해 우리는 콩으로 만든 후라이드치킨을, 콩닭을 먹게 되었다. 곡물메이저가 생산하는 콩은 대부분 GMO 콩이라는 사실도 기억해야 할 일이다.
 
식용유 대량생산과 더불어 닭을 대량으로 키워내어야 후라이드치킨을 국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이것도 기업 덕분이다. 우리나라 양계 농가의 90퍼센트 이상이 ‘계약농가’이다. 육계기업에게 전량을 납품한다. 이 육계기업의 50퍼센트를 하림과 그 계열사가 소유하고 있다. 육계의 기업계열화는 1980년대 중반부터 정부 주도로 이루어졌다. 어린시절, 어머니와 함께 간 시장엔 살아 있는 닭을 바로 잡아서 팔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광경을 볼 수 없다. 모두 불법이기 때문이다. 닭을 도축하는 도계장은 대형사업장만 남았다. 축산을 현대화하고 대형화, 국제경쟁력 등을 정부의 투자와 제도적인 뒷받침은 몇몇 기업에게 수혜로 돌아갔다. 이로 인해 축산 재벌이 탄생했다. 시장을 움직이는 큰손을 낳았다. 직접 닭을 키우는 양계 농민은 육계기업의 하청노동자 신세가 되었다. 5만~10만 마리 이상의 닭을 키우는 양계장도 농민 스스로 지어야하고 사료값, 예방접종, 질병에 의한 위험도 모두 농가의 책임이다. 육계기업은 그저 병아리만을 제공하고 마리당 400원의 사육 보수를 준다. 농가들에 따르면 턱없이 부족한 가격이라 부담을 안고서 사육수를 늘려간다. 그것도 계약농가들에게 순위를매겨 하위 등급의 농가들에겐 원래의 수매가격을 후려친다. 농가는 1.8킬로그램을 넘기지 않는 치킨용 닭을 이렇게 기른다. 치킨시장이 육계산업을 주도한다.
 
(사진 : Xcx)
이런 닭을 기름에 튀기고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치킨점을 차릴려면 비용은 얼마나 들까? 유명 브랜드의 프렌차이즈 치킨점을 가지려면 3억~4억 원 정도의 돈이 있어야 한다. 이런 비용이 없는 예비 창업자들은 치킨학원을 찾는다. 개인점을 내려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점도 밑간한(염지한) 닭과 소스, 파우더를 이런 치킨학원으로부터 비용을 치루어 공급 받는다. 개인점도 프렌차이즈와 별반 다를게 없다. 프렌차이즈 본사는 염지 닭과 식용유, 맥주, 각종 부자재를 독점 공급하여 이윤을 남긴다. 점포의 개별 홍보와 배달비용, 피자 등 대체 품목과의 경쟁, 포화상태인데도 늘어만 가는 치킨점의 수. 모든 것은 점주가 감당해야할 몫이다. 양계농민이나 치킨점 사정님이나 하청노동자와 다를바 없다. 생존이 시급한 그들은 시장을 장악한 그들에게 덤빌 무기가 없다.
 
기업 중심 수직계열화의 가장 대표적인 형태가 ‘프랜차이즈’ 산업이다. 프랜차이즈로 닭이 길러지고 그 닭으로 프랜차이즈 치킨점에서 오늘도 닭을 튀기고 있다. 한 마리의 치킨이 결코 가볍지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288쪽)

음식 산업화의 대표적 사례가 바로 치킨이다. 산업화의 장점은 물건을 대량생산하여 싼값에 소비자들에게 공급하는 것이다. 예전엔 명절이나 특별한 날에만 맛볼 수 있었던 음식을 언제, 어디서든 맛볼 수 있다. 산업화는 우리에게 풍요로움을 가져다 주었다. 우리나라엔 평균 1가구에 1대 이상의 자동차가 있다. 이동의 자유가 생겼다. 거기에 세계보건기구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미세먼지도 떠안게 되었다. 우리는 동네 치킨점, 편의점, 아니면 배달앱을 통해서 쉽게 치킨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미세먼지와 같이 보이지는 않으나 결코 벗어날 수 없는 감옥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