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6월2일) 시흥으로 도시농업기초과정 교육을 하러갔는데 수강생중에 낯익는 이가 반갑게 인사를 해주었다. 과정에 반장을 맡고 있어 반장님으로 불리우는 전정수 월곶동네관리소 대표였다.
지난해 시흥시 도시농업평가회에서 사례발표를 했던 것이 인상깊었는데 몇개월만에 다시 만나게 되었다. 수업이 끝날 때 쯤 나더러 수업끝나고 텃밭에 가보자고 초대를 했다. 마침 시간이 좀 있고, 지난해 사례발표 때 궁금했던 것도 있어서 흥쾌히 따라 나섰다.
월곶은 인천의 소래포구 건너 편에 있는 월곶포구를 중심으로 형성된 마을이다. 이 마을 한가운데 넓은 텃밭이 운영되고 있었다. 이름하여 '바다향기 도시텃밭'이다.
마린월드라는 놀이동산이 있었던 자리를 시가 매입하여 현재는 문화시설용도로 되어있는 부지이다. 전정수 대표는 5년전 주민자치위원장시절 이곳에 텃밭을 조성했다. 흙을 1미터정도 성토하고 미리 디자인한 텃밭설계에 따라 텃밭을 조성했다. 주민들에게 분양하는 것 뿐만 아니라 경관작물을 위한 텃밭도 조성했다.
"7천평 정도되는 이 비싼 땅에 이렇게 농사짓고 있습니다. 2013년 이 땅을 어떻게 주민들과 활용하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도시건축가 김진애 당시 국회의원도 불러서 자문도 받고 했어요"
그리고 본인이 혈액암환자라는 사실을 말해줬다. 나름 잘나가던 때에는 동네일에 대해 전혀 생각이 없었는데 큰 병이 걸리고 얼마 못산다고 생각하니 그 때 동네를 위해 뭔가 할게 없을까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된 텃밭이 '바다향기 도시텃밭'이다. 텃밭을 조성한게 끝이 아니었다. 텃밭을 운영하다보니 동네주민들이 한 명 한 명 보이게되고 공동체가 보이게 되었다.
"단순한 텃밭이 아니라, 마을의 컨텐츠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자꾸 찾아올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그래서 가을에는 텃밭에서 축제도 하면 이제는 몇천명이 올 정도로 명물이 되었어요"
전정수대표는 텃밭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뿐 아니라 주변상가며 주민들과도 소통이 많다. 텃밭주인별로 특성과 이력에 대해 설명들으면서 횟집에서 운영하는 텃밭이 너무 잘 가꾸어져 놀라기도 했다. 텃밭은 계속 변하고 있다. 길가로 경관작물을 더 늘렸고 편히 쉴수 있는 잔디광장도 준비중이다. 한쪽에 토종닭과 토끼 우리는 아이들을 위한 시설로 지어지고 있다.
"한평에 1300백만원 하는 땅에 텃밭을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결국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될 것인데 저는 텃밭공원으로 만들었으면 합니다. 몇년간 텃밭을 운영하면서 아이들에게 산 교육이고, 어르신들에게 건강을 키우는 공간이고 주민들에게 소통의 공간이죠"
다양한 컨텐츠가 텃밭에서 나온다고 했다. 그의 끝도 없는 텃밭이야기는 도시농업이 정말 하고자하는 가치와 정확히 일치하는 이야기이다. 몇 년간의 노력으로 훌륭한 공간을 만들어왔다. 이를 위해 시장도 여러차례 찾아가고 끌어올 수 있는 자원도 그의 노력으로 끌고 왔지만 텃밭운영이 벅찬 것은 사실이다.
"댓가 없이 이렇게 미친것 처럼 일을 하는데, 사실 이렇게 끌고 오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반대도 많았다"
그의 머릿속은 아직도 수많은 아이디어가 많다. 물놀이장 터에 미꾸라지를 풀었듯이, 이제는 연꽃길도 만들고 사람들이 더 많이 텃밭에서 즐거움을 찾길 바란다. LED장미꽃밭을 만들었듯이 주변 문화의거리가 성공하여 텃밭과 이어지는 문화공간이 되었으면 하고 준비중이다.
시흥시는 이런 공동체텃밭에 친환경퇴비와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필요한 지원은 공간의 안정적인 사용과 주민들 스스로 가꿔나갈 수 있도록 행정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이 비싼땅을 텃밭으로 내버려두었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도시텃밭에 있는 정말 소중한 사람들을 볼수 있어야 한다.
전정수 대표는 농사기술자가 아니다. 그는 마을을 디자인하고 마을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기술자이다. 도시텃밭이 그의 무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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