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21일 목요일

[활동소식] 철원에서 만난 도시농부, 농촌농부의 1박2일

1박2일 도농교류워크샵을 다녀오다


지난 6월 16일 토요일 철원군농민회와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는 협약식을 가졌다. ‘철원군농민회와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의 도농교류와 상호협력을 위한 협약’을 갖고 앞으로 도농상생을 위한 활동에 있어서 양 단체가 서로의 인적 물적 자원을 활용하고 다양하고 정기적인 교류사업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는 6월 16일 ~ 17일 1박2일의 도농교류워크샵을 철원으로 다녀왔다. 30여명의 도시민들이 가까지 않은 거리를 이동해 농민들을 만나고 함께 일손도 돕고 서로를 이해하는 자리를 위해 매년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가 만든 자리이다.

아침에 인천에서 출발해 점심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오자마자 체험농장과 함께 식당을 운영하는 농민회 회원의 집에서 점심식사를 하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식사후 이어진 자리에서 협약식을 진행했다. 이번 협약식은 2013년 이후 꾸준하게 일년에 한 두 차례 교류해오던 두 단체가 조금더 발전된 논의를 시작하기 위해 준비된 것이다. 양 단체의 대표가 함께 협약서를 읽고 서명하는 것을 끝이났지만 이후 발전적인 관계를 함께 모색하겠다는 시작점이 되었다는 의미가 있다.




이어진 행사는 “도농상생의 논”을 방문하여 현판식(?)을 갖는 행사로 차로 10분정도 이동하여 다시 5분정도 걸어 민통선과 접한 논으로 향했다. 2016년에 한차례 진행했던 직거래 이벤트에 이어 작년부터 분기별로 철원군 농민회와 직거래를 하고 있다. 특히 철원 오대쌀은 회원들에게 인기라 주로 주곡을 중심으로 거래량이 아주 많지는 않지만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는 아예 시작부터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에 직거래할 논을 정하기로 하고 논을 방문한 것이다.





숙소에 짐을 푼 후 4곳의 농가로 일손을 돕기 위해 채비를 했다. 본격적인 여름날씨가 한창이라 농민들도 한참 더울 때는 일손을 놓고 쉬는 시간을 갖는다. 오후4시까지 여름에 들에서 일을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 오히려 새벽이나 해질녘에 일을 한다. 우리는 저녁에 일정을 고려해 이번에는 3시~7시까지 일하기로 했다.

선거를 치르느라 손 놔두었던 아로니아밭 김매기 작업부터 콩심기, 취나물 수확하기, 논에 피 뽑기작업 등 각 조마다 일거리가 주어졌다. 잠깐하는 일인데도 이리 힘든데 매일하는 농작업에 농민들의 수고로움을 알게 된다. 무엇보다 함께 일하면서 나누는 대화에서 서로를 조금씩 알게 된다. 처음에는 ‘우리가 큰 도움이 될까?’ 의문을 가졌지만 사람 손이 무섭다고 어설픈 일 손이지만 여럿이 하니 큰 도움이 된다. 사실 누를 끼치지 않을까하는 걱정도 했다.






오후 시간이 일손돕기 시간이었다면 저녁시간은 농업농촌에 대해 이해하고 교류하는 시간이다. 특별히 저녁식사를 농민회 회원농가에서 직접 대접하겠다고 해서 숙소로 직접 음식을 챙겨오셨다. 직접 기른 토종닭으로 만든 백숙과 닭볶음탕 그리고 갖가지 나물반찬과 짱아찌 등으로 50인분을 준비해주셨다. 오후내 준비했을 것 같아 너무도 고맙고 미안했다. 지난번 농활준비차 왔던 출장 때 무심코 한 번 뱉은 말씀을 지키신 것이다.


식사를 마치고 농민회 회장님의 강의가 있었다. “농업농촌의 현실과 미래”라는 주제로 많은 이야기를 알기 쉽게 풀어갔다. 무엇보다 농업에 대한 인식과 관점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였고 이와 함께 농촌사회가 처한 현실에 대해서도 작게나마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농민회가 이런 상황에서 농업과 농촌을 지키고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것도 참여자들에게 인식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오후11시까지 교류의 시간이 이어졌다. 다양한 게임과 공동체놀이를 통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특히 작업조별로 준비한 율동공연은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큰 기대 안 한 공연에 각 조별로 열띤 준비가 있었고 막걸리 한박스가 걸린 공연에서 짱구네 조가 승리하였다. 농민회장님과 몇몇 참여자들은 2시가 가깝도록 대화가 이어졌고. 전체 인원에 비해 넓지않은 숙소에서 다들 곯아떨어져 잠이 들었다.








이튿날 일정은 평화기행이다. 철원은 대표적인 접경지역중 하나로 군부대가 밀집되어 있고 철원평야의 대부분이 민간인통제구역안에 넓게 펼쳐져있다. 제2땅굴이 발견된 지역이고 백마고지와 노동당사가 있는 곳이다. 고석정에서 표를 끊으면 민통선지역으로 들어가 전망대와 제2땅굴 등을 거치는 이른바 ‘안보광관’ 지역으로도 유명하다. 우리는 선택을 해야 했다. 한시간마다 한번씩 민통선으로 들어가 안보관광코스로 따라다닐 것인지 나름의 내용으로 우리만의 코스를 선택할 것인지. 결국 농민회 회장님의 안내와 설명으로 통제받지 않는 지역을 중심으로 ‘평화기행’을 하기로 했다.

전쟁 이전에는 38선 이북지역이었고 전쟁 이후에는 휴선전 이남지역이 된 철원은 분단으로 겪은 다양한 유산도 많다. 그 중 가장 처음 방문한 곳은 ‘승일교’. 한탄강이 가로지르는 철원을 잇기 위해 해방 이후 건설되던 다리가 반쪽만 완성된 체 전쟁을 맞게 된다. 전쟁 이후 이남 땅이 된 나머지 반쪽 다리를 남한이 완성한다. 다리를 잇는 것은 소통을 만들어 준다.




이어서 그 유명한 노동당사를 방문. 최근 노동당사 앞 주차장에서는 매주 토요일 DMZ마켓이 열려 사람들의 발길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발해를 꿈꾸며’ 뮤직비디오 촬영장소로 잘 알려진 노동당사는 해방이후 일제에 수탈되던 쌀이 오롯히 내몫이 되자 그 쌀을 조금씩 걷어 노동당사를 지었다. 당시 철원은 인근 주변지역을 통틀어 행정, 경제의 중심지였다. 철원평야를 중심으로 경제력이 있던 철원에 사람들이 함께 쓰는 공공건물과 광장을 만들었다. 전쟁때 신시가지의 중심지였던 이 곳이 폐허가 되었으나 노동당사는 외관형태가 그대로 보존되었다.



이어서 소이산으로 올랐다. 소이산 미군들이 사용하던 군대시설이 있던 곳인데 주민들의 끊질긴 요구에 의해 개방되었다. 생태탐방로와 함께 정상에 오르면 군부대시설을 그대로 이용해 공원식으로 꾸며놓았다. 정상의 전망대에서는 백마고지, 북쪽 철책, 남쪽 GP, 김일성고지, 철원평야부터 평강고원으로 이어진 지평선도 볼 수 있다. 이날은 날이 흐려 아주 먼 곳까지 보이지 않았지만 금강산가는 철길, 월정리역, 원산으로 가는 3번 국도가 보였다.




철원은 반도의 중심에 있다. 서쪽으로 파주와 개성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고 동해안은 고성과 금강산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다. 철원은 서울에서 원산으로 이어지던 중심이다. 지금은 이 경계를 두루미들이 드나들고 있다. 민통선지역 사람이 드물고 넓은 평야에 먹을 것이 많아 겨울이면 두루미들이 이곳에 머문다. 우리가 주로 활동한 대마리는 민통선안에 정부가 조성한 마을이다. 백마고지아래 이마을은 지금은 ‘두루리평화마을’이라는 이름으로 농촌체험마을을 운영중이다.

남북평화 분위기에서 철원의 땅값이 올랐는지 많이 궁금해한다. 이미 저 넓은 철원평가의 70% 정도가 외지인의 소유라고 한다. 우리는 DMZ이 통일 이후에도 보존되길 바라지만 한편에서 철원과 같은 접경지역을 기회의 땅으로 바라본다. 부동산 기회의 땅. 개발 기회의 땅. 보존과 개발의 길. 외부인의 입장은 막연히 이대로 보존되길 바란다. 그럴려면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토지를 공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토지공개념없이 계획적인 보존과 관리가 어렵다. 그리고 그렇게 사유권이 제한되는데 대한 보상(꼭 돈이 아니라도)이 필요하다.

우리는 점심식사를 마치고 마지막 인사를 한 후 인천으로 향했다. 몇명의 소감을 듣는 시간을 가졌고 다들 힘들지만 행복한 표정으로 버스에서 내렸다. 막연함으로만 있었던 농촌, 농업, 농민 그리고 분단과 평화, 개인의 안식과 치유 등을 1박2일 동안 맛 보았던 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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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all.dosinong.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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