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5일 월요일

[도시농업 실천후기 공모 수상작] 텃밭에서 자라는 아이들

오늘은 오줌액비를 뿌려주기로 한 날입니다.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에게 미리 준비물로 열흘정도 숙성된 소변을 이야기 해 놓았지만 알차게 준비할 거라는 기대가 그리 크지는 않았습니다.

활동이 시작되고 준비물에 대해 이야기 하자 한 여자 친구가 가방에서 페트병을 꺼내서 전해줍니다. 아빠와 함께 준비했고 열흘 이상 지났다고.. 다른 친구들의 눈빛에 .. 나도 준비할걸..’ 하는 아쉬움이 비칩니다. 소변이라면 지저분한 것이라고, 퇴비가 되는 것은 냄새나는 것이라고 가까이 하지 않을 것 같던 아이들이 자신이 돌보고 있는 작은 텃밭의 작물을 위해서인 것을 이해하고는 거리낌 없이 만지고, 냄새 맡고, 정성스럽게 뿌려주는 것에 주저함이 없습니다.

처음 밑거름을 주고 밭을 만드는 것을 아이들과 함께 한 날이 떠오릅니다. 냄새가 난다며 멀리서 다가오지 않던 아이들, 손에 흙이 묻을까 장갑만 찾던 아이들이었습니다. 하지만, 맨손으로 흙을 만지며 괜찮으니 해보자고 격려하는 제 이야기에 한 명, 두 명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어느새 거의 모든 아이들이 흙을 맨손으로 만지고 있었고 얼굴표정은 점점 밝아집니다. 흙을 뒤적일수록 퍼지는 흙냄새가 기분 좋게 다가옵니다.

그렇게 시작해서 함께 해온 텃밭활동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제 아이들은 배추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애벌레를 찾아서 작물이 없는 곳으로 옮겨줄 줄 알게 되었고, 따닥따닥 붙어있는 무를 솎아서 엄마에게 요리해 달라고 한다며 집으로 가져가는 것을 행복해 했으며, 웃거름 주는 날에도 미생물퇴비까지 맨손으로 나르며 흙 속에 정성스럽게 묻어줍니다.

지금 우리 반 밭에 작물이 제일 작으니 웃거름을 넉넉히 줘야 해~!!” 라며 텃밭 주변을 에워싸고 열심히 흙을 만지는 아이들을 바라보던 담임선생님께서 다가오십니다. “텃밭선생님! 흙을 잘 만지는 아이들은 확실히 사회성이 좋아요. 텃밭활동을 거듭할수록 작은 것에 예민하게 반응해서 날카롭던 아이들이 편안해 지고 있답니다. 흙을 만지고 작물을 키우는 활동이 아이들에겐 너무 뜻 깊은 시간인 것 같아요.” 조금은 무관심 한 듯이 지켜보시던 담임선생님에게서 제게 진심으로 이야기를 해 주십니다.
 
예전에는 어느 곳이던지 그곳이 도시여도 예외 없이 옥상, 마당, 골목, 베란다에서 작은 텃밭농사들을 지었습니다. 그렇게도 당연하고 일상적이었던 텃밭활동을 이제는 일부의 텃밭을 찾는 사람들에게만, **학교처럼 학교에서 관심을 가지고 수업을 할 경우에만 겨우 접할 수 있는 활동이 되어버렸습니다. 농촌에서 조차 농사를 업으로 하는 경우에 기계적으로 농사를 짓는 형태가 되어 버려서 아이들이 텃밭을 접할 기회가 전무 합니다.

하지만, 그 활동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는 아이들이 너무도 명쾌하게 증명을 해 주고 있습니다. “선생님! 매일 오시면 안 되나요?”, “아이들이 기분이 안 좋은 아침에는 텃밭에서 한참을 머물러 있어요. 토마토도 만지고, 애벌레도 잡고, 물도 주면서 자신의 기분을 정리하고 웃는 얼굴로 교실에 들어오지요.” 등등 텃밭에서 만들어지는 이야기가 끝이 없습니다.
 
저 또한 작은 텃밭에서 시작해서 이렇게 아이들과 함께 텃밭을 매개로 만나서 경험을 나누는 시간들이 너무도 소중하고 의미 있게 새겨지고 있습니다텃밭은 많은 생물들이 사람과 함께 공존하는 공간입니다. 이러한 공간은 공동체가 사라져서 개인의 책임만 커져가고 고립되어가는 지금의 사회에서 함께 하는 것에 대한 가치를 전해 줄 것이며, 함께 만들고 함께 책임지고 발전시켜나가는 좀 더 나은 사회로의 전환점에 작은 힘이 되어줄 것입니다. 그 안에서 저는 그냥 아이들과 함께 농사짓는 것이 마냥 좋기만 한 도시농업관리사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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