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cheon Urban Agriculture Network (Urban Agriculture Support Center, Professional training institutions)
2019년 7월 5일 금요일
[도시농부특강 후기] 곤충들마다 즐겨먹는 식물이 다르구나
아, 곤충들마다 즐겨찾는 먹이식물이 있었던 거구나!
지난 봄 난생 처음 분양받은 두어평 틀밭에 들깨, 치마아욱, 가지, 방울토마토, 고추, 조선대파, 뿔시금치, 쑥갓, 상추, 적겨자 등 열댓가지의 작물을 심었는데 유독 십자화과인 적겨자에만 녹색 애벌레가 꼬이고, 노린재가 찾아들었다.
맛이 좋아 두번째로 얻어 심은 적겨자 10여본의 모종에 앙상한 줄기와 잎맥만 남았을 때도 작은 교훈을 하나 얻었을 뿐, 녹색 애벌레에게 가혹한 처벌이 가진 않았다.
모종을 조금 더 키워 아주심기를 했더라면 어린 애벌레가 먹어 치우는 속도보다 모종이 크는 속도가 빠를 것이므로 깡그리 해치우진 못했을텐데 하는.
"텃밭에서 만나는 곤충" 특강을 듣고 보니, 이 녀석들이 십자화과가 먹이식물인 배추흰나비 애벌레와 북쪽비단노린재였다.
배추흰나비는 무, 배추, 양배추 등 십자화과 먹이식물에 200에서 300여개의 알을 낳는다고 한다. 무수히 많은 알들이 깨어났어도 두어평 텃밭의 다른 작물에 해가 없었던 이유다.
그러니까 배추, 무, 양배추 등 십자화과를 찾는 배추흰나비는 가지, 고추, 감자, 토마토 등의 가지과에는 알을 낳지 않고, 가지과가 먹이식물인 큰이십팔점박이무당벌레는 오이, 호박, 참외 등 박과식물은 찾지 않는다.
작은 곤충들의 세계가 어느 한곳으로 기울지 않고 적당한 분산과 균형이 있으니 조화롭지 않은가? 초짜 도시농부라서 하는 얘기다.
알고보니 밭을 찾는 곤충들이 작물만을 탐하는 건 아니다. 작물에 해를 끼치는 곤충을 잡아먹는 먹이사슬 상위 포식자들이 있다.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일곱점무당벌레는 작물에 끼는 진딧물을 잡아 먹는다 하고, 노랑무당벌레는 오이 작물에 해를 주는 흰가루병균이 먹이라서 시설재배 농가에겐 효과가 있다고 한다.
텃밭에 찾아드는 다양한 곤충들의 이야기가 들을수록 재미있다.
공격 받으면 가사상태에 빠지며 관절에서 피(혈림프)가 나는 무당벌레, 갖은 쓰레기로 위장해서 다니는 깨알만한 풀잠자리 애벌레가 30여마리의 진딧물을 먹는다는 얘기, 종족번식력을 높이려 알이 아닌 새끼를 낳되 분만능력있는 암컷만 냅다 낳다가 겨울전에 짝짓기용 날개달린 숫컷을 낳는다는 진딧물 얘기, 그 개체다양성만큼 이야기도 끝이 없다.
나는 도시농부라고 하기에는 많이 부끄럽고, 틀밭에서 농부 소꿉놀이나 하는 아주 초짜도시농부다.
나의 텃밭에 오는 곤충들은 더이상 방제대상이 아니다.
강사님 말마따나 텃밭은 잘 차려질 인간의 밥상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잘 차려진 곤충들의 밥상이기도 하니까.
- 부평도시농부 최미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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