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교육활동가 흙놀이 선봉순-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속담이 있다. 수많은 변화 속에서도 10년간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와 연을 이어오며 텃밭교육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흙놀이 초기 회장을 맡으며 기초를 닦고,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의 찬란함과 흑역사를 함께한 (텃밭)교육활동가 선봉순님을 만나 인터뷰를 했다.
글_임농부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2009년 생태텃밭 강사양성교육 첫 시간에 이렇게 자기소개를 했다. “저는 20년간 아이들을 키우고 살림하면서 주부로 살아온 ‘동남아’입니다.”(동네에/남아있는/아줌마) 이제는 나를 '해당화'라고 소개한다. 진짜 꽃이 아니라 해가 갈수록/당당하고 멋진/화려한 여자라는 뜻이다.(웃음)
Q. 작년 어디어디 교육하셨나요? 월 평균 몇 회 정도 교육을 나가시고 교육시간은 어느 정도 되나요?
2010년 3기관으로 시작하여 2019년 기준으로 총 12기관을 교육했다.(어린이집 8곳/초중학교 4곳) 시간은 한 기관 당 월 2회~4회로 회당 2~3시간을 진행했으니 평균적으로 따지면 약 월 72시간정도 되는 것 같다.
Q. 처음 생태텃밭 강사양성 과정을 지원했던 계기는 무엇인가요?
2009년 그때당시 옥상텃밭에서 고추, 토마토, 상추 등을 키우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여성회에서 활동하던 친구가 생태텃밭 강사양성과정이 있는데 한번 해보지 않겠냐고 추천해줬다.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가 어떤 기관인지도 몰랐고 수료 후 강사로 활동할 생각도 없었다. 그냥 한번 해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Q. 처음 강의를 하셨을 때의 심정은 어떠셨나요? 어떻게 준비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오랫동안 주부로 지내온지라 교육을 받고도 이정도로 아이들을 교육할 수 있을까 걱정이 컸다. 대표님께 자신 없어서 못하겠다고 먼저 이야기할 정도였다. 그래도 꾸준히 텃밭교육프로그램을 준비하는 소모임(프로그램 기획 및 시연)에 참여했다. 혼자라면 못했겠지만 때마침 인천하정초등학교에서 주강사와 보조강사를 원해서 보조강사로 참여했다. 주강사했던 분이 환경관련 교육을 했던 분이라 옆에서 수업에 임하는 자세를 많이 배웠다. 이후 2학기 때는 한명만 할 수 있게 돼 내가 전담하게 됐다. 주 1회에 1~3학년이 함께 있던 돌봄교실이라 많은 부담이 있었지만 그래서 더 자신을 끌어내고 공부하고 준비했다. 그전까지는 주강사분이 이끄는 대로 따라갔다면 이제는 내가 어떻게 수업을 구성할지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했다. 돌아보면 홀로서기를 통해 더 빨리 성장할 수 있었다.
Q. 그럼 그때부터 텃밭교육에 자신감을 가지신 건가요?
두번째 계기는 첫 어린이집 수업을 맡게 되면서다. 미추홀구에 있는 어린이집이었는데 원장님이 4~5세 기준이라서 아이들이 5분 이상 집중을 못하니 많이 가르치려고 하면 안 된다고 수업 전에 미리 알려주셨다. 어떻게 해야 집중할 수 있을지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서 최대한 심을 작물을 그대로 보여주기로 했다. 작은 씨앗만 보여줘서는 설명하기도 어렵고 아이들도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아 감자, 애기배추, 고추를 구해서 작물이 씨앗에서 이렇게 자란다고 보여주었다. 그리고 흙을 만져보고 감자를 심었다. 사실 그 한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너무 정신없어서 기억도 잘 안 난다.(웃음) 수업 후에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반응이 좋았다. 책으로만 보여주지 않고 실물로 직접 보니 참 좋았다고 했다. 그렇게 하정초와 어린이집 2곳을 맡게 되면서 자신감이 생겼고 책임감을 가지고 수업에 임하게 됐다.
Q. 초기 겨울텃밭 프로그램 기획에 큰 역할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상반기에는 심고 가꾸고 할 것이 많지만 가을이 되고 10월말 이후에는 김장 전까지 텃밭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제한적이다. 그래서 10월에 콩이 나오면 콩 꼬투리를 준비해서 아이들이 직접 까보고 송편을 만들어 보는 등 연계할 수 있는 텃밭(전통)요리를 했다. 무 뽑아서 무말랭이 만들기, 시래기 엮기, 감을 깎아서 곶감 만들기, 도토리묵과 무쌈 만들기, 쪽파요리 등 다양한 실내수업을 시도해보았다. 특히 메주 만들기가 반응이 좋았다. 콩을 까고 삶아서 메주를 빚고 짚으로 엮기까지 하니 아이들에게 특별한 시간이 됐던 것 같다.
▲왼쪽위부터 무말랭이, 메주, 쌀강정, 동지팥죽 만들기
Q. 교육활동가 흙놀이가 10주년이 됐습니다. 10년 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마음가짐이나 교육에 있어 달라진 것이 있을까요?
Q. 교육활동가 흙놀이가 10주년이 됐습니다. 10년 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마음가짐이나 교육에 있어 달라진 것이 있을까요?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사실 변화는 생태텃밭강사양성 교육을 받으면서 있었다. 도시농업이 단순히 작물을 재배하고 수확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회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 크게 공감했다. 교육에 있어서도 이런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활동하고 있다.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는 지도 중요하지만 반대로 내가 아이들을 통해 배우는 것이 많고 배우려고 노력한다.
Q. 교육활동을 하며 가장 기억에 남은 아이들, 선생님이 있다면?
특정한 누군가가 아니라 텃밭에 관심 갖았던 아이들과 선생님이 모두 기억에 남는다. 1~2주 만에 가면 선생님 너무 보고 싶었다고 반겨주고, 밭에 뭐가 달린 것이 신기하다고 종알대는 아이들을 꼭 안아주곤 했다. 선생님들 중에도 관심가지고 물 한번이라도 더 주고 물어보는 분들이 계셨다.
Q. 매년 반복되는 교육이라 단조로울 수 있는데 그때마다 극복하거나 새롭게 환기하는 방법이 있으신가요?
틀은 비슷하지만 몇 년을 계속 하면서 조금씩 새로운 것들을 한 두가지 추가하고 있다. 항상 수업 전에 여유롭게 가서 원장님과 이야기를 나눈다. 그 시간에 수업 피드백도 하고 추가로 원하는 수업이 있는지 이야기를 듣고 의견을 나눈다. 체험이나 학부모와 함께하는 수업을 하는 것도 새로움을 주는 하나의 방법이다.
Q. 교육한 기관에서 굉장히 만족도가 크다고 알고 있는데요. 선생님만의 노하우나 특별한 점이 있을까요?
‘담당선생님들과의 소통’과 ‘텃밭요리’인 것 같다. 아시다시피 작물을 심고 키우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수확하고 먹는 것도 중요한 교육이다. 요리해서도 먹지만 그 자리에서 바로 수확해서 본연의 맛을 느껴본다. 그러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함께 나눠먹는 게 무엇인지도 알게 된다. 콩 한쪽도 나눠먹는다고 오이 하나도 깍뚝 썰어서 스무명이 나눠먹을 수 있다. 거창한 요리를 하는 게 아니라 그냥 텃밭을 최대한 활용하는 말 그대로 텃밭요리다.
Q. 선생님께 흙놀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단순히 무엇이라고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렵다. 솔직히 지금은 흘놀이 1~3기 때의 ‘첫’마음은 느끼기 어려운 것 같다. ‘첫’마음이란 수입과 상관없이 아이들을 교육하고 봉사하는 것 자체로 만족하는 마음이랄까... 이게 가능했었던 것은 내가 가정에서 경제적인 부분을 책임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나 자신 또한 한해 한해 교육하는 기관이 늘어나면서 좀 달라진 느낌이다.
흙놀이는 내가 힘닿는 데까지 끝까지 함께하고 싶은 곳이다. 언제까지 수업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수업을 맡지 않더라도 생태적, 환경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텃밭을 좋아하는 이 사람들과 계속 함께 하고, 뒷받침해주는 서포터가 되고 싶다.
Q. 올해 흙놀이 신입회원이 들어온다고 합니다.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요새 선생님들은 다방면으로 교육도 많이 받고 능력도 뛰어나신 것 같다. 스펙이 빵빵한 느낌이랄까? 그런 만큼 단체에 소속되면 기대치가 클 것이다. 모두 어떤 마인드를 가지고 들어왔는지 자세히 모르지만 우선순위에 있어 경제적인 부분이 크다면 지속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농한기도 있고 외부강사로 주수입을 얻기에는 한계가 있다.
선생님은 인터뷰가 끝나고 밥을 먹으면서도 계속해서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10년의 무게와 성장, 변화가 조금은 전해지는 것 같았고, 더불어 10년을 함께한 사람들과 흙놀이 그리고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해가 갈수록 더 당당하고 화려해지는 선생님의 다음 모습이 어떨지 무척 궁금해지는 시간이었다.
선봉순 선생님은 첫해부터 텃밭강사의 상징적인 인물이었다. 강사양성과정에 참여하게된 계기와 함께 이 작은 시작인 인생에서 커다란 전환점으로 작용하기도 했고, 자기 안에 있는 소중한 능력을 발견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도시농업은 이런 개인의 능력을 발견하고 발휘하게 기회를 만들어주었을 뿐이다. 이후에 선봉순 선생님은 또 새로운 시도를 지속했다. 중학교,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한해에 모두 합격하시기도 하고 최근에는 인생을 연극으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능력있는 텃밭강사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자아실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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