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적이고 회복탄력적 도시를 위한 공동체텃밭
도시농업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아직도 주말농장과 같은 형태의 텃밭이다. 실제로 도시농업을 정책으로 쓰고 있는 우리나라의 많은 지역에서 공영도시농업농장을 운영하는데 있어 경관과 형태는 조금 다를 수 있으나 운영의 측면에서는 대부분 주말농장의 방식을 취하고 있다. 주말농장의 방식이란 간단히 표현하자면, 매년 참여자들을 선발(선착순 또는 대부분은 추첨에 의해)하여 몇 개월 정도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땅을 할애하고, 이를 위한 편의를 제공해주는 방식이다. 일부 텃밭에서는 여기에 약간의 교육을 추가하기도 하지만, 매년 참여자가 바뀐다는 것과 봄-가을만 운영한다는 것 그리고 재배체험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면 다른나라의 도시텃밭은 어떨까? 얼마 전 흥미로운 정보를 SNS에서 접했다. 베를린 커뮤니티 가든 프로그램이 베른린 상원의회에서 결정되었다는 내용이었다. 현재 230개소의 베를린 공동체텃밭을 유지하는 것과 더 많은 시민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텃밭을 추가 확보한다. 이를 제안한 상원의원 Bettina Jarasch은 “도시공간과 도시사회를 위한 공동체텃밭의 이점은 텃밭 자체만큼이나 다양합니다: 정체성 형성 공간, 환경 정의 및 교육의 장소, 이웃의 생산적인 커뮤니티 상호 작용, 생물 다양성, 기후 적응 및 도시 식량 생산입니다. 베를린 공동체텃밭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는 이러한 요구를 고려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밴쿠버의 communitygardenbuilders는 유휴 부지에 공동체텃밭을 조성하는 비지니스를 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틀밭을 활용해 텃밭을 조성하고 공동체텃밭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치, 유지, 관리, 제거를 서비스로 제공한다. 그러면서 접근성과 포용성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제시한다. 모두를 위한 접근가능하고 안전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장치들을 두고 있으며, 의도적인 행동없이 본래 포용성이 있기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예를들어 환영선언 Welcome Declaration을 통해 “귀하의 인종, 성별, 출신 민족, 성적 취향, 능력, 종교, 혈통, 정치적 소속, 언어, 재정 상태, 연령, 범죄 기록, 이민 또는 가족 상태에 관계없이 귀하는 여기에서 존중받을 것입니다.” 라는 문구를 공유하고, 정원 계약 및 규칙Garden Agreement and Rules을 통해 “모든 형태의 차별에 대해 무관용 정책을 시행”하기도 한다.
Inclusive Community Gardens (2014)
Planning for Inclusive and Welcoming Spaces in Vancouver |
2014년 호주에서는 공동체 회복력을 위한 경로로서의 공동체텃밭 Community gardens as pathways to community resilience 에 대한 연구가 있었다. 참여자 인터뷰에서 “농사를 위한 공간을 찾았는데, 실제 텃밭에서 발견한 것은 공동체적인 측면”이라는 답변이 흥미로웠고, 먹거리체계에 대한 불만과 불안, 유기농산물의 가치, 이웃과 나눔, 기후변화에 대해 무언가 행동하기 같은 의미를 찾기도 했다.
https://set.adelaide.edu.au/news/list/2020/11/09/scientists-dig-up-soil-secrets-of-adelaides-community-gardens |
도시텃밭의 가치는 공간적인 의미만으로도 다양한 존재가치가 있다. 워싱턴 주립대(시애틀) 제프리 호우 Jeffrey Hou 교수는 공동체텃밭의 다원적 공간 기능을 1. 유쾌한 공간 Convivial Space 2. 문화적 공간 Cultural Space 3. 포용적 공간 Indusive Space 4. 회복의 공간 Restorative Space 5. 민주적 공간 Democratic Space 6. 탄력적 공간 Resilient Space 으로 설명했다. 특히 2017년 시애틀 시정부는 비상지원네트워크를 확장하기 위해 공동체 비상 허브 Community Emergency Hub로 시애틀 공동체텃밭을 모두 지정했다. 시애틀의 P-patch 프로그램이 지원하는 도시텃밭은 이미 시애틀 곳곳에 모든 지역에 존재하고 있어 접근이 편하고, 식량생산, 모임공간, 부엌시설과 급수시설(빗물이용을 포함)을 갖추고 있으며 커뮤니티가 만나고 대화하면서 공동체의 회복력을 위한 공간으로 기능을 설명한다. 허리케인과 같은 재난이 왔을 때 사람들이 모여서 회복하는 공간으로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자료출처 : 더농부 https://blog.naver.com/nong-up/221304451702 |
Jeffrey Hou: Urban Community Gardens as Multimodal Social Spaces
뉴욕에서는 텃밭을 더 탄력적으로 만드는 실용적인 팀을 메뉴얼로 만들어 배포하기도 했다. 공간의 회복력자체도 중요하다고 보았는데 특히 자연재해(허리케인)로부터 회복탄력성을 갖기 위해 빗물배수와 시설의 정비 그리고 바람과 폭우에 강한 식물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많은 도시의 공동체텃밭이 한 가지의 기능에 국한하지 않으며 다양한 사회적 기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공동체의 형성은 다른 다양한 기능들이 만들어지는 가장 기본적인 필요조건이다. 공동체성의 강화없이 포용성이나 회복탄력성이 강해질 수는 없다. 공동체가 활성화되면서 포용성도 생기고 사회적 회복탄력성도 강해질 것이다.
우리나라의 도시텃밭정책은 지금까지 텃밭 면적의 확대, 텃밭 참여자수의 확대에 치중해왔다. 공공성이 결여된 도시텃밭은 지속성 측면에서 취약하기 마련이다. 코로나 우울증이 한참이던 시기 텃밭은 그나마 위안이 되는 공간으로 주목받았고, 최근 치유농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도시텃밭의 역할 확대로도 이야기되고 있지만 치유프로그램 제공이라는 서비스 측면에 그친다면 시민참여와 지역 사회 공동체역량 확대와 별개로 또다시 개인적인 측면으로 한정될 수도 있다. 사회적농업에 대한 지원도 늘어나고 있지만 사회취약층에 대한 배려를 넘어 지역사회 전체에 커뮤니티를 연결하고 건강한 삶을 위한 다양성과 협력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도시텃밭정책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의 도시텃밭은 누구나 환영받는지, 참여하는데 장벽이 있지는 않은지? 지역 사회에 위기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기능이 작동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어려운 이야기들을 제쳐두더라도 도시의 공동체텃밭에서 사람들이 더 건강한 삶을 찾아가는 상호 관계들이 생겨나고 있는지 살펴봐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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