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22일 화요일

철원 농활을 다녀왔습니다.

애초에 10월에 일정을 잡는 것이 잘 못된 것이었을까?
버스 한대를 대절해놓고 40명 채우는 것은 일도 아닐 거라는 생각은 실수였다. 10월은 그야말로 행사의 계절이다. 나만해도 10월 주말은 모두 일정으로 가득하다. 나들이가기에 좋은 날씨에 소래포구축제, 부평풍물축제, 인천에서 열리는 전국체전, 개인적인 일정들이 가득한 10월이다.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가 무리한 일정 속에도 농활을 가기로 결정한 것은 단 하나였다. 농민을 만나기 위해서. 도시농업활동을 하면서 많은 도시민들이 텃밭농사에 친숙해지고 재미있어 하지만, 결국 우리 먹거리의 문제는 농촌, 농업의 문제와 뗄 수가 없다. 취미와 여가도 중요하지만 도시의 공동체도 중요하고 더 나아가 도시와 농촌의 신뢰관계를 통한 큰 틀에서의 공동체의식이 필요하다.

도시농부들이라면 더욱 우리농업에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에 농민을 지속적으로 만나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2013년 인천시민 가을농활은 그 시작이다.

10월 19일 토요일 아침 7시 부평역앞에서 출발한 버스가 철원으로 향했다. 이른 일정이라 다들 피곤한지 잠을 자기 바쁘다. 9시 30분이 넘어서 철원 한 마을에 도착했다. 잠곡리라는 마을에 폐교를 체험시설로 바꾼 장소에서 철원군농민회 사무국장님이 기다리고 계셨다.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오늘 일 할 농가 4곳으로 일손이 필요한 정도에 따라 4조로 나누어 각자 농가로 출발했다. 철원은 오대쌀로 유명한 곡창지대이다. 그런데 이마을로 버스를 타고 오면서 논에 콩이 심어진 풍경이 유독 많았다. 역시 오늘 일도 콩수확이 많았다. 그리고 시설토마토를 정리하는 작업도 있었다.



내가 일한 곳은 농민회 사무국장님의 논. 논이지만 벼는 없었다. 900평 정도의 비닐하우스 의 토마토와 콩으로 대부분의 논들이 벼를 대신하고 있었다.

"여기가 논 900평 정도 되는데, 벼를 수확하면 일년에 얼마를 벌까요?"

나와 함께 간 고등학교 아이들이 샘을 해보더니

"40만원?'"
"일년에 40만원이라고?"
"900만원?"

"일년에 300만원 정도 나오는데, 기계값에 종자, 거름 생각하면 거의 남는게 없어요"

사무국장님의 대답이다. 벼농사를 하면 평당 3,000원 정도 수확을 한다. 그런데 하우스를 짓고 토마토농사를 지으니 일년수입이 평당 60,000원 정도 나온다니 논이 하우스로 많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6월부터 매일 빠지지 않고 새벽 5시부터 1시, 2시까지 토마토수확을 해야 한다. 그리고, 남은 논에도 콩이 심어져 있는데, 내년에 강원도 전체에 보급할 종자용 콩농사라고 한다.





오늘의 할일은 콩수확을 위한 준비단계.
가까운 예전의 벼농사를 지을때 콤바인이 들어갈 곳의 벼를 둘러베는 일을 했던 것이 생각났다. 요즘은 큰 기계들이 벼를 수확한다. 그래서 낫으로 벨 것은 그 콤바인의 작업공간만 확보해주면 된다. 콩도 마찬가지라는 설명을 들었다. 콩 수확하는 콤바인이 있다고 한다.

논에 콩농사를 지으면서 마을에 콩수확용 콤바인도 지원을 받았다고 한다. 모두는 아니고 1억짜리 콤바인에 자부담 30%. 나중에 생각한 건데 이런 생각도 들었다. 정부는 농민들에게 다양한 보조를 해준다. 기계, 거름, 종자, 시설 등. 농가는 물론 싸게 살 수 있어 좋지만 어쨌든 자부담이 들어간다. 정부는 세금을 들여 1억짜리 콤바인을 사면서 3천만원은 농가에서 내라고 한다. 그러면 최종적으로 가장 이득을 보는 쪽은 어디일까? 콤바인 팔아먹는 회사 아닐까?라는 생각. 거름도 하우스시설도 마찬가지겠지.







다른 조는 수확을 위한 콩농사를 하는 농가로 가서 저 넓은 들의 모든 콩을 다 수확했다.
또다른 두 조는 토마토수확을 마친 비닐하우스의 정리작업을 했다.

점심을 농가에서 먹고, 오후 작업을 계속했다. 함께 간 학생들도 이제 낫질이 손에 익었는지 제법 능숙하게 일을 잘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는 몸이 아파오기 시작했다는 것. 이렇게 장 시간 몸을 놀리는 일을 해 본 경험이 없으니 당연하다.



나와 일했던 연수와 성준이.
성준이는 시골에 온 것이 처음이라고 했다. 게다가 농사일까지 했으니, 연수는 외할머니가 춘천이라는데 농사일을 하는 건 역시 처음이라고 했다. 서툰 낫질에서 요령을 익히더니 자기 재능을 찾았다던 연수가 오후에는 허리가 아프다며 연신 허리를 만졌다. 묵묵히 꾸준히 일하던 성준는 말수가 적었지만 요령피우지 않고 일을 잘했다. 다른 농가로 간 학생들도 모두 일 잘한다고 칭찬을 받았다고 한다.



4시 50분 쯤 일을 마치고 돌아오니 먼저 일을 끝낸 조에서 족구를 하고 있었다. 다들 일 하느라 몸이 피곤할텐데, 그래도 노는 체력은 따로 있나보다. 우리도 합류했다.

마지막 조가 돌아오고, 5시가 조금 넘어 간담회를 가졌다. 농활의 의미가 일손돕기도 중요하지만 대화를 통해 농촌의 현실을 아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진덕 운영위원장님의 오늘 농활에 대한 취지에 이어 철원군 농민회 김종빈 정책위원장님의 농민회활동과 농촌의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오고 가는 대화 속에서 많은 경험을 하게 된 것 같다. 그리고, 내 농사와 내 살길만을 위해 농사만 짓는 것이 아니라 우리농업을 위해 아스팔트농사도 열심이신 농민회분들의 진심이 느껴지기도 했다. 매번 도시에서 농사를 짓자고 교육도 하고, 텃밭농사도 함께 지으면서 친해지기도 하지만, 도시민들이 농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교육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말로만 떠들어서 였을까? 그런데 이번 농활에 함께 한 회원들, 시민들은 눈으로보고, 몸으로 겪고, 가슴으로 느꼈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버스안에서 소감나누기를 하면서 느꼈다. 정말 다들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는 것을. 고기 반찬이 안나왔다는 즐거운 투정을 섞어가며 소감을 말하는 얼굴에는 행복이 묻어났고,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소개하는 말에는 오길 망설였는데 잘 왔다는 만족이 느껴졌다.





그래서 반성이 더 되었다.
미리 일정을 공유해서 더 많은 사람들과 경험하지 못했던 것이 아쉬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이번 농활을 바탕으로 정기적인 만남을 이어갈 생각이다. 가깝게는 11월 6일부터 8일까지 농민회강원도연맹에서 매년 대학생들과 함께 진행하는 직거래장터가 인하대학교에서 있다.

이번 농활이 성사되게 도와주신 전국농민회총연맹 강원도연맹 박중구 사무국장, 철원군농민회 김종필 사무국장, 행복한마을만들기지원센터, 시사인천에 감사드립니다.




에필로그------

점심을 먹으러 산기슭으로 트럭 뒷자리에 타고 올라갔던 펜션.
외지사람이 지어놓고 잠시 사무국장님이 운영하고 있다. 통나무집, 향기가 좋다.


콩을 심는 파종기. 호미로 파고, 씨뿌리고, 다시 덮고 하는 과정 필요없이, 한번에.


잣나무가 꾀 있었다. 잣 한송이에 모여 앉아...




이날 저녁은 그야말로 시골밥상. 나물밥에 갖가지 자연반찬들.


잠시 쉬는 동안 냇가에 갔는데 통발에 엄청나게 잡혀있는 물고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