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26일 수요일

기후위기, 탄소농법, 도시농부



기후위기 이야기

올 여름 통계이래 최장기간 장마로 인해 전국 곳곳에서 많은 피해가 있었다. 산사태를 비롯해 하천과 강의 범람과 인명피해까지 최악의 장마로 기록될 것이다. 그리고 이에 더해 농작물의 피해로 인해 올여름 채소가격까지 폭등했다. 아마도 과일과 곡식의 피해를 감안하면 가을 농산물가격도 불안정할 것이라고 누구라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로 일상이 달라진 요즘 기후위기와 연관성을 이야기하는 것을 심심치않게 듣게된다. 이번 장마도 결국 장기적인 온도상승에 의한 이상기후현상으로 모두 이해하고 있다. 느슨해진 제트기류로 인해 찬공기가 빨리 물러가지 못하여 오랜기간 장마전선이 머물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어디에서는 오랜 홍수가, 다른 지역은 폭염이 지속되고, 어떤 곳에서는 대규모 산불이 일어나는 등 기후위기는 단순히 평균기온 1도가 올라서 식물이나 작물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달라졌다는 것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 전체의 생태계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다고 봐야한다.

찜통지구 모형 (출처 : https://www.pnas.org/content/115/33/8252)

전세계 수많은 과학자들은 계속 뜨거워지는 지구는 결국 인류의 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의 배출이 주된 원인이며 지금처럼 인류활동이 지속된다면 10년 안에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상태로 뜨거운 지구로 빠질 것이라고 수 많은 증거들을 내놓고 있다. 2018년 인천 송도에서 열렸던 IPCC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수준으로 낮추어야 하며 2050년까지 순 배출량 제로(Net Zero 배출량-흡수량=0 이 되는 수치)를 달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영국의 탄소배출 제로 시나리오

이것이 가능하려면 올해부터 매년 7.6%씩 줄여나가야 한다. 하지만 매년 온실가스배출량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에너지와 교통, 산업과 먹거리 부분에서 전면적인 전환이 없이 개인의 절약만으로는 이루기 힘든 수치이다. 올해 전세계적인 코로나사태로 인해 위축된 경제상황에도 연말까지 4~7%정도 이산화탄소배출이 줄었다고 한다. 극심한 경제위축에도 이정도 감소량이고 이는 1.5도 목표를 위해서 매년 감축해야하는 수치와 비슷하다. 즉, 경제의 축소가 아닌 탈탄소경제로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탄소순환과 농사 이야기

농업과 먹거리 분야는 더욱 긴급하다. 경제의 축소로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것은 가능하지만 탄소에 의존하고 있는 농업분야의 배출량 축소는 바로 식량생산의 감소와 연계된다. 화석에너지에 의존한 생산과 포장, 가공, 유통, 폐기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 계속해서 확장되어온 산업형농업이 가져온 결과이다. 화석연료의 사용뿐만 아니라 그 생산방식만으로도 농업은 토양속의 탄소를 엄청나게 배출시켰다.

과도한 경운은 토양속 유기물에 갇혀있던 탄소를 분해해 공기중으로 배출시켰으며 이는 다시 토양을 황폐화시켰다. 대규모 단작과 합성비료의 사용도 토양의 탈탄소화를 부치기는 방법이며 대규모 가축사육을 위한 사료작물로 베어진 산림에서 엄청난 탄소가 배출되었다. 실제 산업혁명으로 이뤄진 농지개간 및 경작으로 전 지구의 토양으로부터 136Gt(1Gt은 10억톤)의 탄소가 배출되었다.(Lal 2004)

토양의 탄소순환 (출처: https://ko.climateimpactnews.com/solutions/1546-how-geo-engineered-crops-may-help-and-harm)

탄소는 대기와 지상, 토양, 바다 등에 존재하며 탄소를 기반으로 한 지구상의 생명체들의 활동으로 많은 탄소들이 순환한다. 모두 알다시피 광합성을 통한 탄수화물의 합성으로 대기중의 탄소가 바이오매스의 형태로 가두어지거고 일부는 흙 속으로 보내진다. 흙 속의 미생물들은 뿌리가 제공하는 당을 얻는 대신 식물에게 땅속 널리 퍼진 양분을 공급해준다. 식물의 광합성으로 대기중 이산화탄소 15%가 매년 이동을 하고(SAPS), 광합성으로 고정된 탄소의 20~40%가 뿌리를 통해 토양으로 전달된다.(Walker)

사진출처 : https://regenerationinternational.org/

문제는 이렇게 토양속으로 들어간 탄소들이 안정적으로 머물러야 한다는 것이다. 탄소는 토양유기물의 형태로 존재하며 이를 부식(Humus)라고 한다. 부식은 단순히 유기물이 흙속에 있는 것이 아닌 토양생물과 부산물 등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분해가 쉽게 되지 않는 안정적인 탄소의 형태로 토양속에 있는 탄소는 흙을 작물이 자라기에 좋은 형태로 만들어주는 역할도 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토양속 유기물 함량 5%정도가 좋다고 하는데 이를 통해 토양미생물이 늘어나게 되며, 물리성이 개선되어 물과 공기의 순환도 좋아지고 물을 오랫동안 가둘 수 있는 힘도 좋아진다. 균형있는 양분을 갖게되는 등 토양유기물 형태로 존재하는 탄소는 작물이 자라는데에도 도움이 된다.

산업형 농업으로 인해 배출된 토양의 탄소를 다시 가두기위해서는 농지에 식물을 심고 지속적을 유지하는 것, 경운을 최소화하는 것, 덮개작물을 활용하는 것, 다양성유지와 돌려짓기를 활용하는 것, 화학물질의 사용을 중단하는 것, 초원과 방목의 활용, 숲 조성, 바이오차(BioChar)활용 등을 할 수 있다. 이는 실제로 지구상의 초원과 농지를 통해 매년 23.7Gt(21.6Gt + 2.1Gt)을 땅속으로 돌려보낼 수 있으며 약50ppm에 해당하는 탄소 106.25Gt을 5년안에 가둘 수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Khorramdel)

탄소를 가두는 도시농부 이야기

도시농부들은 텃밭농사를 지을때 지키는 원칙이있다. 화학물질(농약과 비료, 비닐)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더 나아가 무경운과 유기물덮개활용, 퇴비를 직접 만들어쓰는 실천을 하고 있다. 무경운까지는 아니더라도 삽이나 호미 정도로 땅을 일구고, 도시의 낙엽들을 모아 퇴비를 만들어쓰는 것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도시의 많은 시민들은 스스로 가꾸는 도시속 녹지공간을 통해 탄소를 가두고있다. 도시농업은 이런 도시농부들의 활동과 실천이 지속될 수 있어야 진정 가치있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체험에 그치지 않는다. 처음 시작은 다분히 개인적인 목적(내가 길러서 내가 먹는다)으로 시작하는 도시농부들은 건강한 농사법을 통해 자연과의 관계를 알게되고 기후위기와 탄소의 순환을 알게한다. 혼자 농사를 짓는 것보다 이웃과 함께 하면서 더 행복해지는 것을 알게된다. 이렇게 모인 도시농부들의 공동체는 마을단위 지역단위로 교류하고, 이 훌륭한 활동을 알리고 지역사회에 공익적인 역할을 만들어낸다.

낙엽퇴비를 만드는 공동체텃밭의 도시농부들 (여우재텃밭)

당연히 도시농부들은 생명, 생태 그리고 기후위기에 민감한 감수성을 갖추게 된다. 올 여름 긴 장마에 도시농부들은 텃밭작물들 걱정으로 마음을 졸였다. 코로나19의 여파로 학교텃밭에서 학생들을 만날 수 없어서 텃밭강사들도 학생들도 안타까워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도 도시텃밭에서는 도시농부들이 활동하고 있다. 퇴비를 만들고, 흙과 작물을 살리고, 텃밭에서 만난 이웃들과 일상을 나눈다. 마을마다 학교마다 시민들 학생들이 가꾸는 손길들을 통해 그래도 희망을 심고 돌보고 더 나은 미래를 얘기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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