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24일 목요일

[도시농부 이야기] 도시에서 농사짓는 것은 '재미'다.

[도시농부 이야기] 3월호


도시에서 농사짓는 것은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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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봄이 찾아 왔다.
봄이 되면 모든 자연은 잠에서 깨어나며 새싹을 틔우기 위해 분주해진다.
자연뿐만 아니라 사람도 봄이 되면 분주해 진다. 겨울 내 묵은 두꺼운 옷과 이불을 세탁과 집 대청소를 하며 봄 나들이 갈 준비도 한다.
도시농부들도 분주하게 봄을 맞이 하고 있다. 다시 농사를 시작하기 위해 땅을 만들고 씨를 뿌리기 위해 준비한다.

IMG_0024.JPG우수회원 박정현

3월 [도시농부 이야기]에는 분주한 도시농부 중 올해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우수회원으로 뽑힌 사람 중 한 명을 소개하려 한다.  작년 단체에서 운영하는 공동체텃밭 중 ‘서창텃밭’ 회원이 되어 모범적으로 활동하였던 박정현 회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텃밭가는 길에 삶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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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현 회원은 작년 서창텃밭에서 농사를 시작 한 후부터 아침마다 즐거운 산책을 시작하였다. 아침 6시에 집을 나서 서창텃밭까지 걸어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그가 사는 장수동에서 서창텃밭은 걸어서 20분정도 걸린다. 운동 삼아 걸어갔다가 작물 관리하고 다시 집으로 걸어오면 딱 1시간 아침 운동을 한 셈이 된다.  

서창텃밭까지 걸어가는 길은 그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면서 본인이 농부가 되었다는 것을 실감한다고 한다. 많은 도시농부들이 심어 놓은 작물들을 보면 농부들의 노고같은 것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사서 먹을 때는 몰랐던 사람들의 노동이 이제는 저렇게 키우기 위해 밭도 갈고 지주대도 세우고 곁가지도 치고 물과 양분을 주는 등 키운 사람들의 노고가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침 산책은 서창텃밭에 있는 그의 밭을 살피기 위한 길이자 주변 다른 텃밭 사람들의 삶을 느끼는 여행인 셈이다.

그리고 그동안 잘 느끼지 못했던 절기의 변화도 이제 몸으로 느끼데 된다고 한다. 작물이 크는 과정을 통해 지금이 어떤 시기인지 느낌이 전과 많이 다르다고 한다. 자연 친화력이 한층 높아진 것이 다 텃밭 덕이라 할 수 있겠다.



텃밭은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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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도시농부가 된 것은 아내의 권유였다. 함께 텃밭을 하자고 해놓고 지금은 거의 혼자서 하고 있다며 웃는다. 하지만 아내 덕에 장수동에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 새로운 관계들이 생기면서 참 즐겁다고 한다.

본인에게 텃밭이란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재미, 한마디로 표현하면 재미예요. 경작의 재미보다 사람만나는 재미, 그 덕에 더 밭이 잘 오는 것 같아요. 밭에서 일을 하고 술을 먹으면 참 재밌게 잘 먹었다고 느껴져요. 재믺세 잘 먹었다는 것은 생각을 깊게 나눈다는 건데, 서창텃밭 회원들이 서로를 잘 챙기고 먼저 손 내밀어 반갑게 맞아줘서 참 좋아요.” 라고 대답한다.

사람 때문에 텃밭을 찾는 것은 박정현 회원뿐만 아니라 공동체 텃밭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껴봤던 감정일 것이다. 시장이나 마트에서 사 먹는 것이 너무나 간편한 세상인데 밭에서 노동을 통해 수확물을 얻는 것만큼 사람을 얻어갈 수 있다는 점이 바로 공동체 텃밭의 장점이다. 점점 경쟁이 치닫는 요즘 세상에 사람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은 많지 않다. 도시농업은 수확물을 경쟁하지도 않고 오히려 나누는 즐거움을 느끼며 배려와 공존을 배우는 장소이다.

“텃밭에서 사람들과 만나는 재미뿐만 아니라, 내가 기른 작물을 동네 사람들에게 주는 재미도 있어요. 사람들과 나눠주면서 내가 키웠는데 진짜 맛있다고, 사서 먹는 거랑 차원이 다르다며 자랑하면서 괜히 뿌듯하죠.”

우수회원은 뇌물의 힘?

작년 텃밭에서 제대로 한 것이 별로 없어서 아침에 물이라도 줘야지 하는 생각에 가끔 물주러 간 것 밖에 없는데 왜 본인이 우수회원이 되었을 까 생각해보면 뇌물의 힘이 었다고 대답한다. 박정현회원은 현수막을 제작하는 일을 한다. 서창텃밭을 표시하는 이름이 없어서 작년 박정현회원은 현수막을 제작해 직접 달았다. 그가 말하는 뇌물은 바로 이 현수막인 것이다.

그러나 현수막 하나 달고 텃밭을 등한시 했다면 우수회원이 되지 못했을텐데 괜히 쑥스러워서 하는 소리처럼 들렸다. 자격이 안되는데 받아서 민망하다고 하지만 일손이 필요할 때 열심히 돕는 성실한 분이다.



씨앗에서 수확물을 거두는 해로 만들자.

이제 두 해째 농사를 시작하는 그는 올해는 농사 제대로 짓는 것이 목표라 한다. 작년에는 늦게 농사를 시작해서 다 모종으로 했지만 올해는 씨앗을 뿌려 농사를 해보겠다고 한다. 그리고 본인이 기존 회원들에게 받았던 관심과 애정처럼 신입회원들을 잘챙겨서 후계자를 양성하겠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인터뷰 내내 “팀장님은 어떤가요?” 하며 나에게 되묻는 박정현 회원은 진짜 사람과 생각을 나누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이런 회원들 한 명 한 명이 있기에 올해 서창텃밭에서 밭에서 나오는 수확물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우수회원이 나올 것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