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소비하고 더 존재하라 - 에코페미니스트의 행복혁명> 강남순 외 지음, 시금치
‘문명의 붕괴’, ‘총·균·쇠’로 유명한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인류가 지금과 같이 계속 소비한다면 지구의 광물, 생물 자원이 남아나지 않으며 기후 재앙이 50년 내에 우리를 삼킬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일상의 삶에 큰 문제가 있음을 경고한다.
한달에 20일 이상을 미세먼지로 숨 쉬는 것 자체가 걱정이고 방사능 공포도 한 몫 한다. 기후 변화로 큰 태풍과 가뭄이 반복되며,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의 자본주의는 성장을 향해 달려가라고 우리를 채찍질 할 뿐, 우리의 최소한의 안정된 삶과 안전 심지어는 생명에조차도 관심이 없다. 쉴 틈 없이 일하지만 미래는 늘 불안하고, 일상 자체가 위협으로 둘러 싸여 있다. 환경호르몬은 여성들을 공격하고 있지만 피할 방도가 없다. 일상의 삶이 우리를 죽음으로 인도하는 것 같다. 에코페미니즘은 ‘생태학(ecology)’과 ‘페미니즘’이 결합한 단어이고, 이런 문제들을 고민하는 사유와 실천의 집합이다. 1970년대에 모습을 갖추었으며, 이후로 계속된 논쟁과 실천으로 지금의 모습이 되었으나 여전히 진화 중이다. 에코페미니즘은 생태 위기와 성차별 문제가 동일한 가부장제의 사회구조 아래에서 발생했다는 인식을 가진다. 위에서 말했듯 생활 자체, 삶 자체가 상존하는 위협 아래에 있으므로 이런 불안과 공포의 구조 속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 문제를 제기하고 행동하려는 것이 에코페미니스트들이다.
이 책은 여성환경연대가 2014년 열었던 ‘에코페미니즘 학교’를 계기로 30~60대 여성들로, 여성단체 활동가, 농부, 연구자, 직장인 등의 다양한 출신의 15명의 글을 한데 모아 만들어졌다. 글쓴이가 다양한 만큼 글의 내용과 결은 다채롭다. 에코페미니즘의 이론과 역사적 배경에서부터 여러 현장에서 얻은 성찰과 깊은 고민까지 엿볼 수 있다. 지금의 세상에서 여성·자연·유색인종·동물·성소수자는 열등한 존재다. 남성·문화·백인·인간·이성애자는 우월하고 본질적인 존재다. 우월한 존재는 열등한 존재를 물건처럼 취급하며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다. 열등한 존재들은 존중받지 않아도 된다. 이 세상은 상품을 생산하는 활동만을 인정해준다. 당장 돈이 벌리는 노동만이 가치가 있다. 사실 이런 세상은 우리 눈 속의 컨택트 렌즈를 벗어야 볼 수 있는 세상이다. 우리는 태어나서부터 이런 세상이 ‘자연스러운’ 세상이라고 교육받으며 사회화 되었다. 그것을 알려주고 비판하고 대안을 찾는 것이 에코페미니즘이다. 얼마 전 어머니와 통화했다. 잘 지내시냐는 물음에 “집에서 노는 데 별일이 뭐가 있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평생을 양육과 가사일을 했으며 그 덕분에 망가진 몸을 가졌음에도 가사일을 쉴 수 없는 어머니는 자신을 ‘집에서 노는 사람’이라고 지칭한다. ‘돌봄 노동’을 그림자처럼 수행했던 수많은 여성 중의 한분이다. 자연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개발 대상이다. 개발되지 않은 자연은 아직 돈을 끌어들이지 못하는 곳이다. 발전이 안된 곳이며 불편한 곳일뿐이다. 돈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생태학자 토니 주니퍼는 화폐가치로 답한다. 매년 인간의 활동으로 훼손되는 자연의 가치는 6조 6000억 달러라고. “자연은 보험회사, 질병 관리관, 쓰레기 재활용 시설, 수도회사, 해충 방제관, 태양에너지 전환 장치”이다.
에코페미니즘은 ‘돌봄 노동’ 중심 사회로 전환할 것을 주장한다. 전업주부, 동네 청년, 노인, 자원활동가, 예술가, 자급하는 소작농들은 산업 사회에서 무능한 존재들로 보일지 모르지만 실로 중요한 일을 한다. 양육 및 가정 살림, 이웃과의 교류, 자원 활동, 동네 텃밭 가꾸기, 아이들의 등하교길 안내, 토종 씨앗 지키기, 탈핵의 중요성 알리기, ‘희망버스’ 타고 밀양 할매들 응원하기 등등. ‘돌봄 노동’은 아이를 양육하고, 몸이 불편한 사람,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인류의 생명을 유지하고 보존하게 하는 필수적인 노동이다.
에코페미니즘은 ‘좋은 삶’을 위해서 “지속적인 자연 파괴와 자원 고갈을 촉진하는 소비라는 집단적 감각”으로부터 탈출할 것을 제안한다.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주장한 인류 멸망의 시기가 오지 않기를 바란다면 생태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말이다. 노동에는 타율노동, 자활노동, 자율노동이 있다. 타율노동은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임금 노동을 가리키고, 자활노동은 육아, 청소, 가사 등 생명의 성장과 유지를 위한 필수적인 노동이며, 자율노동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하는 능동적인 활동이다. “타율노동에 의해 잠식된 사람은 ‘소비’를 통해 존재감을 확인”하고, 요리, 청소, 육아 등을 타인에게 돈을 주고 맡김으로서 그들에게 ‘타율노동’을 하게 한다. “타율노동 중심의 삶은 자본에 모든 인간을 구속”시킨다. “고르는 최소한의 생존을 보장하는 기본소득이” 자활과 자율노동의 비율을 높이며 생태적 삶으로 이동할 수 있게 한다고 주장한다.
돌봄 노동가 의미와 가치를 모두 가지고 있음을 사회가 인정하게 하고 생태적 삶 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사회·정책·문화의 전 부문을 바꾸어야 한다. 누군가는 실현 가능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코스타리카는 1948년에 군대를 없앴고 2007년 ‘자연과의 평화’ 정책을 수립하여 지금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100%에 육박한다. 대부분의 국가가 국민총생산 즉 경제 성장에 매달릴 때 “자연과 평화를 추구”했다. 부탄 국민들은 국민총생산은 낮아도 행복지수가 높기로 유명하다. 부탄은 생태학적 다양성과 회복력 등을 포함한 국민행복지수 높이기를 국정의 목표로 삼고 있다. 현재의 방식으로 인류가 살 수 있는 시간은 기껏해야 50년이 남았다고 한다. 초등학생 자녀가 있다며 그들은 70살이 되기 전에 큰 재앙을 맞는다. 요즘 희망적인 이야기도 들린다. 새 대통령이 부탄의 행복정책에 관심이 많다는 소식이다. 얼마든지 다른 삶, 다른 세상은 현실이 될 수 있다. 미세먼지, 땅 꺼짐, 각종 대형 재난사고, 여성 혐오 사건 등 일상적 위험이 수시로 우리를 위협하는 이때 에코페미니즘은 희망을 현실로 만드는 좋은 안내자가 될 것이다.
<도움 받은 자료>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12312345125&code=210100 [문명, 그 길을 묻다 - 세계 지성과의 대화](1) ‘총균쇠’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 경향신문, 2013-12-31
100% 눈앞, 한겨레, 2017-01-04
http://www.ohmynews.com/NWS_Web/Articleview/article_print.aspx?cntn_cd=A0002149590 4대강 파헤친 대가, '빚잔치'로만 끝나지 않는다, 오마이뉴스, 2015-10-09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794880.html ‘부탄 예찬’ 문 대통령, 행복 정책 도입할까, 한겨레, 2017-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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