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도시농업의 다양한 가능성을 보다
김충기(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대표)
강원도는 도시농업의 불모지?
어찌보면 강원도는 도시농업과 상관이 없을 것 같은 도시농업의 불모지로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 도시농업활성화를 위한 농림부TF회의에서도 강원도 담당공무원의 도시농업에 대한 이해 정도(도시농업관련사업을 각 광역시도별로 공유하는 시간에 강원도는 귀농,귀촌사업을 설명할 정도로 도시농업정책의 이해가 낮았다)를 보더라도 강원도는 일반적으로 시골(농촌)으로만 인식된다.
사실 도시농업이 민간에서 전국적으로 확산될 시기에 원주농업기술센터는 다양한 도시농업활동을 하면서 행정에서 선도적으로 시작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2011년 법제정 이후 전국적으로 확산된 도시농업의 분위속에 현재 강원도는 도시농업에서 쏙 빠져있는 느낌마저 들 정도다. 전국의 도시농업활동을 하는 민간단체들이 모인 전국도시농업시민협의회에도 아직까지 강원, 충청권의 회원단체가 없는 상황이다.
그러던 중 몇 달 전 반가운 전화가 걸려왔다. 일명 텃밭점거단 깨작깨작이라는 모임의 대표를 맡고 있는 박중구대표의 전화였다. 모임에서 인천의 사례를 공부하기 위해 방문을 하겠다는 전화였다. 나는 도시농업 일이라면 일부러라도 찾아가는 마당에 이렇게 찾아오는 손님들은 일정만 괜찮다면 무조건 환영이다.
텃밭점거단 깨작깨작
4월 19일 사무실을 방문한 모임을 보고 놀랐다. 생각보다 젊은 사람들이었다. 2시간 여 이야기를 나누면서 다양한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주로 인천의 사례를 중심으로 궁금한 부분을 풀어주는 방식이었지만 다양한 젊은층의 사람들이 자발적인 참여와 관심으로 모임을 지속하고 있었고, 앞으로 발전방향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5월 23일 춘천을 방문할 일이 생겨 이번에는 춘천의 도시농업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고 박중구 대표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마침 그날 깨작깨작 모임을 하고 있어 4월에 만났던 사람들을 모두 다시 볼 수도 있었다.
텃밭점거단 깨작깨작은 아직까지 협동조합도 아니고, 비영리단체도 아니다. 조직의 형태를 갖추고 있지는 않지만 박중구를 대표를 중심으로 꾸준하게 함께 논의하고 공부하는 핵심멤버들이 함께 의논한다. 올해는 소셜벤쳐지원금을 통해 구체적으로 조직의 형태와 발전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시작은 2012년 몇몇 사람들이 기획논의를 하다가 2013년 첫번째 과업 ‘도시농부학교’를 시작한다. 도시농부학교와 함께 텃밭농사도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올해까지 3번의 도시농부학교를 진행한다.
춘천은 도농복합에 가까운 중소도시라 주변에 농지가 많아 텃밭구하기가 쉬울 것이라 생각되었는데 그렇지 않았다. 올해도 새로운 텃밭으로 옮겨와서 농사를 시작하고 있다. 텃밭은 자주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것이 유리한데 춘천 역시 도심권의 농지를 안정적으로 구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다양한 춘천의 도시농업활동들
춘천농업기술센터에서 시민들에게 텃밭을 분양한 사례가 있었다. 미군기지 이전부지를 텃밭으로 조성하여 춘천시민들에게 분양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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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조직도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퇴직한 교사들이 만든 ‘춘천도시농업센터’가 대표적이다. 목공을 기본으로 상자텃밭을 생산하다가 최근엔 친환경 가구를 만들고 있고, 사회적기업으로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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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도시양봉도 시도하고 있다. 곤충생태교육을 하는 ‘비틀에코’(Beatleco)협동조합에서 춘천의 도시양봉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고, 올해 강원대 사회공헌동아리 ‘인액터스’가 북한이탈청년과 함께 양봉사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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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다양한 활동들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런 힘들이 모아지는 계기가 마련되면 좋을 것이다. 도시텃밭을 중심으로 깨작깨작의 활동과 사회적경제조직들 그리고 청년들의 다양한 시도들이 함께 모이면 좀더 역동적인 활동과 사례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네트워크와 거버넌스를 통한 도약있어야
결국 이런 활동들이 흩어져 있어서 눈에 잘 안 띌 뿐이지 모이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본다. 도시농업이라는 큰 틀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는 단체들이 모이는 계기를 통해 서로 소통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면 좋을 것이다. 도시농업시민협의회라는 조직이 전국적으로 이미 있으니 강원도협의회를 춘천에서 시작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민간의 활동들이 서로 공유되고 모이면 지역의 도시농업 발전방향에 대해서도 함께 논의할 수 있다.
이런 민간의 역량강화가 결국 도시농업정책을 견인할 수 있고, 춘천이 강원도가 도시농업에 관심을 갖게하는 촉진제가 될 것이다. 올해 농림부에서는 도시농업활성화를 위해 10년계획을 내놓았다. 지난 4월11일 도시농업전국네트워크를 구성했고, 지역별 도시농업협의회를 통해 지자체별로도 도시농업활성화를 위해 민간과 행정, 농업단체가 함께하는 도시농업활동을 유도하고 있다.
물론 지자체의 상황에 따라 형식적으로 그칠 가능성도 있고, 정말 도시농업의 발전을 위해 실질적인 협의와 실천구조를 만들어내 도시농업의 한단계 높은 도약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의지 있는 지자체에서도 오히려 민간의 도시농업 파트너가 없어서 고민인 곳도 있다.
깨작깨작은 올해 고민이 많은 것 같다. 젊은 청년들의 재미있고 의미있는 도시농업 기획, 그리고 텃밭농사를 통한 이웃들과 만남까지 진행되었지만, 앞으로 어떤 비젼을 갖고 어떤 조직의 형태를 통해 함께 모여 고민했던 것들을 구체화시킬지 계속 논의중이다. 하지만 위의 다른 춘천사례들과 깨작깨작이 다른점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미 구체적인 조직틀을 갖추고 있는 다른 사례들에 비해 아직까지 모임에 그치고 있지만 확장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텃밭은 가장 대중적이다.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폭도 넓다. 사회적기업의 역할도 필요하지만 시민들과 접촉면을 넓히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도시농업에 참여할 수 있으며 시민들이 조직될 수 있는 가능성도 가장 크다. 그래야 도시양봉도 도시농업을 통한 사회적인 일자리도 더 확장될 가능성이 커진다. 깨작깨작 안에 아주 큰 춘천도시농업의 싹이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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