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30일 금요일

[농부이야기]800명의 안전한 먹거리를 책임지는 농부

800명의 안전한 먹거리를 책임지는 농부


[인터뷰]철원직거래 농부와의 만남

 

 201612월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와 철원농민회가 함께하는 첫 농산물 직거래가 열렸다. 우리 농업, 우리 농산물을 살리기 위해 시작했던 직거래는 이제 횟수로 6, 기간으로는 3년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오대쌀을 비롯하여 약 30여개의 철원 농산물들이 우리의 식탁을 다채롭게 만들었다. ‘도시농부인 우리는 하나의 농산물 안에 함축된 농부의 땀방울과 농부의 삶을 조금은 떠올려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도시에 살고 있는 소비자인 우리는 많은 경우 농산물을 단순한 결과로, 가격이라는 숫자에 갇혀 기억하곤 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농산물 직거래는 어떨까? 우리의 농산물 직거래 속에 농부의 이야기를 담아보고자 철원농민회의 서미화, 전흥준 농부 부부를 만나 대화를 나눠보았다.

29, 은행직원에서 젊은 농부로
 
서미화(54), 전흥준(56)은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20 대마리에서 27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철원 토박이 농부이다. 주 작물은 쌀로 논농사가 3만평, 그 외에는 고추, 양파, 마늘, 잡곡, , 옥수수, 수수, 현미 등을 1500평의 밭에서 재배하고 있다. 부모님이 농부였던 손흥준 농부는 자연스럽게 농업에 관심을 갖게 됐고, 학교도 농업고등학교를 희망했으나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혀 가지 못했다. 결국 대학은 농대를 진학했지만 부모님께서 농부가 되는 것을 원치 않았기에 졸업 후 은행에 취업했다. 은행에서 1년 반 정도 직장생활을 하다가 상급자의 불의를 목격하고 문제를 제기했으나 도리어 자신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모습에 일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와 농사를 시작했다.   


올바른 먹거리를 알리기 위한 발걸음, 농산물 직거래
 
현재 서미화, 전흥준 농부는 농산물 대부분을 농협에 납품하고 일부를 농산물 직거래로 판매하고 있다. 농부의 입장에서 농산물을 농협에 일괄적으로 판매하는 것이 훨씬 간편함에도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직거래를 시작했던 주된 이유는 유전자변형(GMO), 항생제와 방부제로 범벅 된 먹거리에 노출된 소비자들에게 올바르고 건강한 먹거리에 대해 직접 알리고자 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부차적으로는 당시 쌀 가격이 많이 떨어져서 생산비도 나오지 않아 직거래를 통해 제 가격에 농산물을 판매하고, 농산물도 함께 홍보하기 위해서였다.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와는 2016년에 네트워크에서 먼저 직거래를 제안하면서 함께 하게 됐다.


농부의 책임감, 친환경 농법으로 국민의 먹거리를 지키자
 
서미화, 전흥준 농부는 무제초제, 저농약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제초제의 경우에는 유해성분이 끝까지 남아 꽃과 열매까지 잔류하기 때문에 일절 사용하지 않고 있고, 살충제는 인체에 무해한 정도의 적은 양으로 뿌리고 있다. 전흥준 농부는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기 위해 그 대안을 찾고자 여러 가지 농법을 시도해보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효과적인 것이 우렁이 농법으로 지금은 기술적 노하우까지 쌓여 안정적으로 농사를 짓게 됐다. 관행농으로 시작하여 점차 제초제 사용을 줄이고, 직접 발로 뛰어가며 대안을 찾아 무제초제로 농사를 지은 지 어느덧 4년이 됐다.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고민하고 실험하면서 친환경적인 방식의 농사를 추구하게 된 것은 철원농민회의 영향이 컸다.

전흥준 농부는 1995년에 농민회에 들어갔다. 농민회에는 친환경으로 농사를 짓고, 국민의 먹거리를 지키자는 강령이 있었고 이에 입각한 농사를 추구하고자 했다. 또한 이전부터 먹거리 문제에 대해 관심이 있었지만 농민회에서 GMO에 대한 강의를 들으며, 잘못된 먹거리가 육체뿐만 아니라 개인의 정신과 성향까지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더욱 안전한 먹거리의 중요성을 느끼게 됐다.  


유기농 쌀을 원하시나요?
 
친환경농법과 관련하여 유기농법으로 농사짓지 않는 이유를 묻자 전흥준 농부는 유기농법으로 쌀을 생산하게 되면 여러가지 어려움이 따른다고 말했다. 우선 병충해로 인해 수확량이 반으로 줄어들어 가격이 상승한다. 중간중간 벌레 먹은 쌀이 섞여 보기에도 좋지 않고, 품질도 일정하지 않은데다가 농약을 친 것에 비해 단맛도 떨어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달고 값싼 쌀을 원하기 때문에 유기농 쌀은 판로가 마땅하지 않다. 그래도 최근에 친환경 급식이 시작되면서 유기농 쌀 생산이 많이 늘어나 친환경 농산물 중 쌀의 비중이 굉장히 높아졌다. 이처럼 건강한 먹거리를 향한 소비자의 요구, 사회 구조적 변화가 없다면 유기농은 설 자리가 없다.
 

함께하고 싶습니다.
 
철원 문학동인 모을동비 실린 서미화 농부의 시
전흥준 농부는 거듭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서는 농부와 소비자 간에 대화와 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시농부인 우리와도 함께 고민하고 토론할 수 있는 자리가 많아지길 바란다고 하며 인터뷰를 끝냈다.
 
인터뷰를 끝내고 서울로 돌아오면서 왜 농사를 짓냐는 고등학생 아들의 물음에 자신은 1년 동안 800명의 사람들을 위해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대답했다는 농부의 이야기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농산물을 먹는 사람까지 생각하는 농부의 진실한 마음이 직거래를 신청한 모두에게 전달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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