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사람들 노경숙
저는 귀농,귀촌을 꿈꾸며 청년들이 함께 살기를 시작한 ‘우리동네사람들’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7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아직 검암동 도시 끝자락에 살고 있지만 쉐어하우스는 7채로 늘어났고 주변에 친구들이 모여들면서 100여명의 마을네트워크로 삶과 일상을 공유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팍팍한 도시의 인간관계가 아닌 좀 더 나를 편하게 보여줘도 괜찮은 안심되는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재미를 흠뻑 느끼고 있습니다. 빽빽한 아파트, 빌딩 숲이 아닌 논밭과 산이 함께 있는 마을길들이 일상의 여유를 더해주기도 합니다. 가까운 강화, 볼음도에 왔다갔다하며 농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도시와 시골살이의 중간 어디즈음 위치한 일상이랄까요.
저는 농사를 직접 지어본 경험은 거의 없습니다. 요리를 아주 좋아하는데 영화 ‘리틀포레스트’를 보면서 직접 먹을거리를 키워 바로 따서 요리를 하는 것에 흥미가 생겼습니다. 올해 봄엔 드디어 텃밭을 직접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죠. 그런데 그동안 집 근처에서 작은 텃밭을 분양받아서 해보았던 친구들이 집에서 조금만 떨어져있어도 갈수록 발걸음이 뜸해지고 나중엔 정글이 되더라는 이야기들을 해주었습니다. 언제든 들여다 볼 수 있는 텃밭! 우리집은 복층이라 2층에 큰 야외베란다가 딸려있는데 거기에서 텃밭을 해봐야겠다고 무릎을 탁 치게 되었죠. 큰 화분들과 흙을 다 사려니 돈이 꽤 들어서 일단은 길가다 쉽게 주워올 수 있는 아이스박스와 근처 산이나 버려진 밭에서 직접 퍼온 흙에 옆집 닭장에서 나온 퇴비를 활용해 비용이 안드는 텃밭을 구상했습니다. 가장 어려운건 흙을 퍼서 4층까지 올리는 작업이었지만 식구들의 도움이 있어서 가능했죠.
이렇게 어설프지만 열정하나로 시작한 텃밭은 너무나 재미있었습니다. 제 올해 일상의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였습니다. 씨앗을 뿌리고 싹이 트고 자라나는 식물들의 모습 하나하나가 너무 신기해서 매일 아침에 일어나면 텃밭부터 보러갔어요. 비가 많이 와서 아이스박스에 물이 차는 날엔 비맞으면서 구조작업을 하기도 했죠. 꽃이 피고 손톱보다 작은 토마토와 고추 등 열매들이 달리기 시작해서 하루하루 쑥쑥 크는게 기특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로망대로 직접 수확한 것들을 바로 따서 슥슥 요리해서 식구들과 나눠먹는 재미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행복이었습니다.
일년동안 도시에서 아이스박스로 텃밭을 했던 나름의 노하우도 쌓이게 되었는데 이것들을 잘 정리해서 내년엔 더 계획적으로 잘 해봐야겠다 생각하던 찰나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텃밭지원사업을 알게되었습니다. 안그래도 아이스박스로 하는 텃밭의 한계를 실감하고 있었는데 저처럼 도시농업을 해보고싶은 사람들에게 딱 필요한 지원이었습니다. 설치해주신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너무 기뻤습니다. 11월초에 설치하게 되어서 아직은 빈 나무상자이지만 겨울을 나고 내년 봄 밑거름을 뿌려서 밭을 정비하는 것부터 시작할 것을 생각하며 벌써부터 설레이고 있는 중입니다. 텃밭을 좀 더 제대로 해볼 수 있게 도와주신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에 무한한 감사를 보내며, 앞으로도 많은 분들이 지원받아 도시에서 농촌살이의 맛을 느껴볼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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