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12일 일요일

[텃밭에서 읽다] ‘뉴 빅브라더’를 아시나요.

[텃밭에서 읽다] ‘뉴 빅브라더’를 아시나요?
<당신을 공유하시겠습니까?> 2014, 구본권, 도서출판 어크로스
 
얼마전 필자에게 생긴 스마트폰은 신기한 물건이었다. 스마트폰 메신저에는 지인들이 올린 사진, 동영상에 심지어 설문조사도 있었다. 아무데서나 사진도 찍을 수 있었다. 버스 도착 시간도 알려주었다. 이래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스마트폰 좀 장만하라고 필자를 다그쳤나보다. 감탄 뒤엔 부작용도 있었다. 사무실이든 어디든 스마트폰 메신저의 알림음이 울릴 때마다 확인하는 것은 기본이고, 울리지도 않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새로운 메신저 글이 올라왔는지 확인한다. 작은 화분 속의 꽃이 말라 죽을까 염려하듯 수시로 스마트폰을 열었다.
 
2007년 아이폰이 본격적인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다. 10년 만에 스마트폰은 사람들의 주의를 온통 빼앗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하루 평균 3시간 39분 동안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사용자의 35%는 손에 늘 들고 다닌다.(동아일보 2014.12.17. “하루 3시간39분, 스마트폰 끼고산다”) 통계를 모르더라도 지하철만 타보면 알 수 있다. 스마트폰이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훔쳤는지 말이다. 손바닥만한 작은 기계는 이제 인간세상에서 없어서는 안될 물건이다.
 
흔히 기술 자체는 선악의 성격을 띄지 않고 있으며, 그것을 활용하는 사람에게 좌우될 뿐이라고들 말한다. 긴 막대기가 토마토 지주대가 될 것인지, 사람을 공격하는 봉이 될 것이지는 그것을 손에 넣은 사람의 뜻에 따라 달라진다. 막대기에겐 어떤 의도나 목적도 없다. 디지털 기술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은 언제 어디서든 사람들을 연결하고, 이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을 가능하게 한다. 스마트폰을 손에 쥔 사람의 의지에 따라서 스마트폰은 편리한 소통수단이 되거나 스마트폰 중독의 원흉이 될 수도 있다. 디지털 기술의 활용은 사람에게 달렸다. 하지만 과연 그런가? “당신을 공유하시겠습니까?”의 저자는 이런 통념에 반대한다. 기술은 편향적이라고 주장한다. 총이 아무리 선하게 쓰여도 생명을 앗아가는 도구다. 어뢰, 독가스, 미사일은 발명되고 나서 전쟁을 끝장낼 ‘평화의 도구’라는 기대를 모았으나 현실은 정반대였음을 책은 말한다. 인터넷도 “정치적 토론과 소통을 활성화시키며 직접민주주의의 도구”가 될 것으로 여겨졌으나, 여론조작과 바람몰이가 그 기대를 뒤덮고 있다. 디지털 기술은 더더욱 중립적 도구가 아님을 강조한다.

(출처: 픽사베이)

“디지털 기술은 객체가 아니라 목적을 띤 시스템이다. 그것은 목적을 품고 행동한다. 디지털 기술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모른다면 그것이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알 수 없다.”(211쪽)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중심으로 하는 디지털 기술은 혁신의 속도가 빠르다. 점점 복잡해지지만 사람들에겐 더더욱 단순한 모습으로 다가간다. 스마트폰의 화면은 직관적이지만 그 기술은 점점더 복잡해진다. 소프트웨어로 동작하기 때문에 복잡성과 속성을 사람들을 잘 모른다. “일상생활 속으로 녹아들어가”고 있지만 알지 못한다. 그 기술이 어떻게 무엇을 위해 작동하는지 말이다. 우리들은 “디지털 환경에서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스스로를 노출하는 삶을 살고 있다.” 자신의 일상을 셀카와 함께 끊임없이 공개하고, 위치정보도 노출시킨다. “자발적인 동의에 의해 스스로를 감시와 통제에” 맡긴다. 디지털 기술의 속성을 알아야 하는 이유다.
 
이 책에 따르면 디지털 기술은 3가지의 큰 속성을 가진다. 첫째는 망각을 어렵게 만든다. 인터넷에 퍼진 자료는 지우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쉽게 퍼나를 수 있고, 오래되었다고 낡지도 않는다. 2014년 유럽 최고법원은 특정인의 요구대로 구글은 검색 결과에서 오래전의 신문기사를 삭제하라고 판결했다. 세계 곳곳에서 ‘잊혀질 권리’는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둘째, 모든 것을 연결하려 한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은 항상 누군가와 연결하게 만든다. 얼마전 한국에서 프랑스와 미국으로 각각 입양되었던 쌍둥이 자매가 성인이 되어 만나 화제가 되었다. 서로의 존재를 전혀 알지 못하다가 SNS를 통해 알게 되어 연락을 시작하고 만나기까지의 과정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사람들뿐만이 아니라 사물들도 연결된다. 냉장고와 텔레비전, 공장의 기계들끼리도 연결하여 정보를 주고 받는다. 셋째, 모든 것을 공개하고 공유하려 한다. 페이스북 개발자 마크 주커버그는 프라이버시의 종말을 이야기할 정도다. 이 세가지 속성은 사람들에게 무한한 편리함을 선사하였으나 ‘뉴 빅브라더’도 함께 다가오게 만들었다. 원하지 않아도 자신의 주민등록번호를 여기저기에 남겨야 한다. 그 덕분에 누군가의 실수나 욕심으로 내 주민등록번호는 반복적으로 노출된다. 디지털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선 “자발적으로 또는 어쩔 수 없이 스스로 노출하고 동시에 그만큼 타인의 일상과 내밀한 영역을 들여다보게 하는” 것이 바로 디지털 기술이다.

(출처: 픽사베이)

필자는 꿋꿋하게 일반 휴대폰을 사용하다가 요즘에서야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기 시작했다. 일반 휴대폰은 머지 않아 사라질 것이다. 이제는 아무리 비싼 아날로그 텔레비전이 있어도 디지털 텔레비전을 장만해야 한다. 내가 아무리 쓰고 싶지 않다고 발버둥 쳐도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밖에 없는 날이 머지 않았다. 벗어날 수 없는 매트릭스가 우리의 일상을 포위하고 있다. 어쩔 수 없다며 순응하며 사는 게 유일한 해답은 아니라는 것을 이 책은 보여준다. 2012년께부터 미국 젊은이들은 ‘폰 스택’ 게임을 한다. 식사 자리에서 가장 먼저 전화기를 들여다보는 사람이 밥값을 내는 게임이다. 스마트폰을 보는 관점의 변화라고 책의 저자는 말한다. 또 다른 예로는 실리콘 밸리의 어느 학교를 들고 있다. 대부분 유명한 정보기술 기업에 다니는 학부모를 둔 이 학교에는 컴퓨터는 물론 빔 프로젝터조차 없다. 수업료가 연간 수천만원에 달하는 이 학교에는 분필과 칠판, 책 등 아날로그 기자재만 있을 뿐이다. 컴퓨터가 창의적 사고, 인간 교류, 주의력을 훼손하기 때문이란다. 저런 예는 특별한 경우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리라. 이를 대비한 저자는 책 말미에 스마트폰과 디지털 기술을 지혜롭게 쓰기 위해 알아야할 지침 10가지를 소개했다. 첫 번째 지침은 “기기가 당신을 조종하지 못하게 하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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