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31일 목요일

[텃밭n 지금] 흙도 과식하면 탈. 퇴비도 알고 써야한다.

오창균(도시농업지원센터 지도교수요원, 좋은이웃농장 농장장)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자연생태계에서 생명체의 활동이 끝나면 사라지는것 같지만, 또 다른 생명체의 지속성을 위해 흙으로 되돌려져 순환된다. 흙을 기반으로 한 생명체가 출현한 이후로 지금까지 지속가능했던것도 자연적인 순환이 이루어졌기 때문은 아닐까. 인류가 농사를 시작한 이후로 지금까지 지속가능했던 이유도 흙의 지력(地力)을 보존하는 유기물의 순환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퇴비는 작물에 양분을 공급하여 성장을 촉진하는 비료의 기능보다는 땅의 힘을 돋우는 지력을 높이는데 목적이 있다. 작물의 건강한 성장을 돕는 흙은 토양미생물이 분해한 유기물에서 힘을 얻는다. , 유기물이 분해된 퇴비는 흙이 먹는 밥이다.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는 관행농업에서도 퇴비를 사용한다. 만약에, 퇴비를 사용하지 않고 화학비료만으로 농사를 짓는다면 흙은 본성을 잃어버린다. 그리고 안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생명체는 힘을 잃고, 지속가능한 농사를 할 수가 없다. 화학비료는 작물의 성장에 필요로 하는 원소(질소인산칼리 등)를 화학기술을 이용하여 농축시킨 양분이다. 흙은 지력을 높이고 보존하기 위해서 자연적으로 존재하고 분해되는 유기물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화학비료는 흙의 지력을 약화시키고 작물의 생육과정에서 병해충 등의 문제를 불러온다.
 
퇴비는 땅의 지력을 높이지만 잘못된 퇴비의 사용은 땅을 망친다.

퇴비만으로 작물이 잘 자랄 수 없다며 화학비료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농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농산물을 상품으로 생각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작물에 피해를 주는 병해충을 막기 위해서 화학농약도 있어야 한다는 인식도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 국가와 농기업이 주도한 관행농업의 폐해라고 할 수 있다.


비료를 많이 주는 것이 좋다는 인식부터 버려야
 
농산물을 공산품과 같은 표준화된 상품으로 규정하고 비교를 통한 등급의 순위로 가격을 매기는 시장논리에서 많은 농민들이 관행농업을 회피할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현대농업에서 주로 사용하는 가축분뇨를 주원료로 만들어진 축분퇴비는 질소성분이 높아서 작물을 빨리 성장시키는 속효성의 특징이 있다.
 
그러나 화학비료는 퇴비보다 더 빠르고 크게 작물의 생육리듬을 무시한 채 강제로 키워내는 성장촉진제와 같다. 퇴비가 지력을 높인다는 것에만 집중하다 보면 필요 이상으로 많은 퇴비를 사용하기도 한다. 흙에 좋다고 하는데 많이 사용하면 안될까?
 

미숙퇴비에서 발생한 해충이 흙속에 들어가면 작물에 피해를 준다.

과유불급(過猶不及), 흙에 좋다는 퇴비도 필요 이상으로 많이 사용하면 부작용이 생긴다. 작물의 생육리듬에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다량의 양분이 한번에 많이 들어가면 병해충을 불러오는 원인이 되며, 작물의 면역력과 저항력도 약해진다. 특히, 퇴비의 균형을 맞추는 탄질비(탄소와 질소의 비율)와 부숙이 제대로 안된 축산시설에서 나오는 미숙퇴비의 사용으로 농사에 피해를 보기도 한다.
 
유기농업에서도 많은 퇴비를 밑거름으로 넣어서 작물을 키워야 한다는 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퇴비는 조금 모자란듯이 사용하는 것이 흙과 작물 모두에게 좋다는 생각이다. 흙의 상태와 작물에 따라서 적절하게 양을 조절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퇴비를 쓰지 않아도 된다.
적게 쓰거나 사용하지 않는 것에 대한 초조함과 불안감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일도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스스로의 공포에서 벗어나야한다. 퇴비를 필요 이상으로 넣거나 화학비료까지 사용하는 경우에 작물의 생육장애와 병해충의 발병률이 높다는 것을 해마다 자주 목격한다.


미숙퇴비에서 발생한 가스로 생육장애를 받은 배추

퇴비도 과하면 병충해를 불러온다. 넘치는 것은 모자란만 못하다.

텃밭농사를 하는 농부가 고추에 진딧물이 생겼다면서 찾아온 적이 있었다. 그가 퇴비를 필요 이상으로 쓴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그것이 원인일거라고 생각하면서 그의 밭에 갔었다. 고추잎의 크기와 진한 녹색을 보고는 화학비료가 의심되어 물었더니, 고추영양제(비료)라는 것을 구입해서 넣었다고 한다. 영양분의 과잉사용은 진딧물의 발생률을 높이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 다른 농부의 고추밭도 마찬가지로 화학비료에 의한 영양과잉으로 진딧물이 발생을 했다. 그는 고추는 양분이 많아야 잘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해마다 진딧물 발생과 농약을 뿌리는 악순환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퇴비와 비료의 과잉은 진딧물과 같은 피해의 발생율을 높인다. 

 
가을농사의 대표격인 배추에서 발생하는 진딧물도 영양과잉과 완전발효가 안된 미숙퇴비가 원인이 되는 경우를 자주 봤다. 진딧물 발생의 또 다른 원인으로는 건조한 기후일 때, 겉흙에 수분이 없는 가뭄현상이 있어도 발병률이 높다. 다른 해충과 달리 진딧물은 증식속도가 빠르고 작물 전체에 발생하면 방제하기도 쉽지 않다.
 
농사를 하면서 진딧물이 발생하여 피해를 본 적은 거의 없다. 물론, 다른 병해충에 의한 작물의 피해도 미미한 정도라서 방제를 할 필요도 없었다. 올해의 배추농사도 흙의 상태에 따라서 적은 양의 퇴비를 넣거나, 사용하지 않고 배추를 재배할 것이다. 그리고,작물의 생육에만 방해가 되는 풀의 기()를 꺽어주며 작물과 함께 키울 것이다.


적절한 퇴비사용과 겉흙의 맨살을 보이지 않게 하면 작물은 건강하게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