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27일 월요일

[도농교류워크샵 후기] 농민을 만나고, 농촌을 경험하는 것...


어릴적 농사를 짓는 집에서 자랐던 사람들은 '농사'하면 떠오르는 것은 '고된 노동'일 것이다. 나 역시 고등학교까지 농사짓는 집에서 나고 자라서 그렇게 많은 일을 도운 것 같지도 않은데 일요일과 휴일은 집안 농사일에 대한 부담 때문에 항상 편하지만은 않았다. 그런데 도시에서 다시 농사라니...

도시에서 텃밭은 위안받는 공간이며 농사는 하나의 치유받는 행위이다. 그러니 농사가 좋다. 하지만 그 위안받는 공간에서 느끼는 것은 그외에도 많다. 생명과 자연, 먹거리와 에너지, 함께한다는 것에 대한 소중함. 나는 도시에서 텃밭농사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은 '아버지'였다. 내가 도시농업을 시작할 때 쯤 아버지는 큰 병에 걸리고 결국 얼마 못있다가 돌아가셨다. 이것저것 물어볼 것도 많았고, 농사짓는 방법도 그렇지만 농사지으면서 산다는 것에 대한 많은 이야기도 나누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하게 된 것이 많이 아쉬웠다.

내가 가지고 있는 농업, 농촌, 농민에 대한 이해는 아버지와 고향마을을 중심으로 형성되었지만 농사의 주체는 아니었다. 다시 도시농업을 시작하면서 농업과 농촌을 고민하지만 이 또한 도시농부의 입장에서 고민이다.

일년에 2번씩 정기적으로 가기 시작한 철원군농민회와의 만남은 또다른 고민들을 낳게 한다. 나는 시골에서 농사짓는 집에서 자라서 공감할 수 있는 여러가지 감정들을 도시농부들이 조금이라도 느끼게 해주고 싶다. 농사지으며 산다는 것에 대해 (생계, 삶의 방식, 처한 현실과 어려움 등)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고, 농촌마을에 대한 환상(전원의 여유로운 삶, 인심많은 사람들)이 왜 깨지고 있는지 구조적인 문제를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철원군 농민회는 건강한 농민들이 자신만을 위한 농사가 아니라 농민 전체를 위한 농사와 정책, 농촌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조직이다. 당연히 농촌(특히 철원)이라는 사회는 농사이슈만 있는 것이 아니기에 평화통일도 이야기하고 도시와 농촌의 균형발전도 이야기한다.

우리가 철원에 찾아간 5월 25일에 아직도 자유로운 출입이 어려운 드넓은 철원평야의 북단에서 통일논 손모내기를 하는 행사가 있었다. 지난해부터 초대를 받아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가 연대차원에서 함께 했다. 도시농부들은 손모내기라는 이색적인 체험도 하고, 평화에 대한 소중함도 느끼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실제 평가설문에서 손모내기, 평화, 역사 등을 가장 많이 언급함)



오후에 사과 적과(사과 열매 솎아내기)를 돕기위해 역시 민통선 안쪽 과수원으로 들어가 3시간 정도 손을 돕는 작업이 있었다. 이럴 때 힘들다며 짧게 끝내자는 말들이 나오면 복잡한 생각이 든다. '이 정도가 힘들다고?' '도움이 될라면 제대로 해주고 싶은데...' '너무 힘들어하면 다시는 안온다고 하려나?' 그러면서 어린시절 집안농사를 돕던 나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투덜대며 일을 돕다가도 끝나고 집에 돌아와 저녁밥을 먹을때면 엄마의 한마디가 내 자신을 뿌듯하게 만들었다. "오늘 밥값했네" 그 말 한마디에 많은 의미가 있다.




철원에서의 우리도 '밥값'을 하고 잘 차려진 밥상을 받아 평소보다 과하게 먹으면서도 모두들 웃음 띤 표정이었다. 그리고 저녁시간 농민 몇분이 함께하는 뒷풀이가 있었다. 하루의 경험을 서로 나누면서 정리할 수 있고, 여러 사람들과 교류하는 시간이 하루밖에 안된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앞으로 인천에서 계속 볼 수 있기를 기대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이튿날 오전 평화기행(제2노동당사, 월정리역, 평화전망대)을 마치고 돌아왔다.



매번 철원에 갔을 때는 다짐을 하게 된다. 다음엔 더 많은 사람들과 오고 싶다. 그렇게 준비하자. 하지만 막상 일정에 치여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함께 갈 도시농부들을 설득하면서 준비하는 것도 못했다. 쉽지 않은 일이다. 어릴적 아버지가 나에게 일하러 가자고 했을때 '도와줘야지'라는 마음과 '놀고싶어'하는 마음이 부딛치듯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뜻 나서기 어려운 일정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일이 끝나고 '밥값'을 한 내가 느꼈던 감정을 함께 느끼게 하고 싶다.

하지만, 약간의 욕심을 버리고 우리(도시농부와 농민회)가 만났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꾸준히 잊지 않고 찾아가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 누군가는 꾸준히 해주어야 한다.

- 아메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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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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