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28일 화요일

[우리 짚과 풀 인터뷰] 짚과풀, 과거와 현재를 엮다


지난한 세월, 가난의 기억
 
내 대는 배고픔을 겪었지, 내 자식들도 배고픔을 겪었고. 그래서 어느 때는 그 애들을 보면 좀. ... 없어서 못 먹인 걸 어떡해. 근데 지금은 세월이 좋잖아, 어느 집이고 먹고 남아. 그래서 만족스럽다.”
 
지난 51, 1939년생 이홍기 어르신을 만나러 인천 서구에 자리한 꽃뫼농원으로 갔다. 현재는 아들·며느리가 농사를 이어받아 꽃뫼농원이라는 교육농장을 운영하고 있어 어르신의 농사일이 많이 줄어든 상태다. 이제는 연로하셔서 아침에 일어나면 전혀 농사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은데 밭고랑 여기저기 둘러보다보면 몸이 풀려 농사일을 놓지 않을 수 있었다고 하신다. 이홍기 어르신의 짚풀공예품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몇 년 전 농업기술센터주관 소래포구광장에서 열렸던 농업박람회에서였다. 전통농기구 전시 코너에 농기구와 어우러져 보기 좋았던 투박한 솜씨의 짚풀공예품들.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의 부설기관인 우리짚풀전수회 짚과풀의 긴 여정의 첫 만남은 그때의 인연에서부터 첫발을 내딛었다. 올 한해 짚과풀이 계획한 것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기관에서 배운 것이 아닌 순수하게 부모나 동네분들로부터 배워 지방색이 살아있는 짚풀을 다룰 줄 아는 어르신들을 만나 뵙는 것이다.

그 분들의 짚풀 엮는 기술을 배우는 것도 하나의 목적이지만 그 보다도 짚풀과 연결된 기억과 생활사들을 기록하고 싶은 것이 내심 더 큰지도 모르겠다. 과거를 이어주는 가교역할을 하셨던 어르신들이 점점 돌아가시는 상황에서 더 늦기 전에 그분들을 만나 뵙고 그들의 삶을 짚풀을 통해 기록하여 다음세대에 전달하고자하는 도시농부로서의 작은 소망이기도 하다.
 
이홍기 어르신과의 인터뷰 첫 질문은 짚풀 관련 기억에서 부터 출발했다.
 
▶아버님, 짚풀공예에 대한 기억들이 있으세요?
그럼요, 아버님께서 여름, 비가 많이 오는 장마철에는 대청마루에 짚을 펼쳐놓고 새끼줄꼬고 메꾸리도 만들고 삼태기도 만들고 멧방석도 만들고 짚신도 삼고, 용구세도 만들고 그랬죠.
 
메꾸리가 무엇을 할 때 사용하는지, 삼태기를 어떻게 엮는지, 멧방석의 이름이 왜 멧방석인지, 짚신을 만들다거나 엮는다고 하지 않고 삼는다고 하는지, 용구세가 어디에 사용되는지등을 이야기해주셨다.
 
 
▶아버님, 짚풀이나 메꾸리 이런 것 들 보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장려품은 못되고 손공이 많이 드니까... 요즘 젊은이들은 그게 뭐냐 할거고...그렇게 살아왔다면 아이구... 그렇게 살아왔구나. 그때시절에는...
 
말을 잇지 못하는 어르신에게 다시 물었다.
 
▶어려웠던 시절 생각나세요? 짚풀공예품 그런거 보시면?
, 그럼요. 그렇죠. 그때시절에는... 춘궁기. 춘궁기가 지금 쯤 돼. 내가 이렇게 써보기도 했어. 고개 고개 넘기 어려운 고개가 무엇이냐? 보릿고개다. 배고파 허리띠를 졸라매고 넘어가는 고개가 보릿고개다. 그때는 쌀농사를 많이 짓지는 않았지. 쌀은 이미 다 먹었고 보리를 바라보는데 보리는 아직 덜 익었고... 그 고개가 참 어려운 고개죠.
 
▶그 고개의 어려움과 짚풀하고 연관이 되세요? 짚풀 엮던 어머니, 아버님 생각도 나시구요?
, 그럼요. 볏짚가지고 멧방석도 곱게, 곡식이 끼지 않도록 곱게 다듬어 만드시고 짚신도 삼으시고 짚신 만드시는 것을 직접 보기도 했고... 짚신골로 틀을 만들고 쐐기를 박아 늘리기도 하셨고...

과거에 어떻게 사셨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실 때는 과거로 돌아간 듯 신이 나서 말씀하시다가 어느 순간 어머님은 나물바구니 들고 나가셔. 자식들 배 채워 주려구. 나물 뜯어 나물죽을 끓여주셨던 어머니를 생각하며 보릿고개의 어려운 시절이 교차하는 듯, 가난의 기억이 찾아드니 말수가 줄어드신다.
 
▶보관하기 어렵고 만들 때 시간이 걸리고 벼농사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고 해서 그것을 장려하지 않는다하셨잖아요. 그러면 그런 기술들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 시절의 것을 잊어가는 것도 안쓰럽고 어떻게 보면 잘갔다! 내대는 그래도 자식대에는 현대화를 쫒아야지.
 
전통적인 것들이 사라지는 현실을 안타까워하시며 젊은 세대들이 지켜나가야 한다고 말씀하실줄 알았으나 나의 예측은 빗나갔다. 오히려 과거의 짚풀공예품에 깃들어있던 지난한 세월의 가난한 기억을 훌훌 벗어버리고 싶으셨을까? “잘갔다!”라고 표현하시는 모습에서 아림을 느낀다. 전통의 맥을 잇고 싶어하는 우리들은 필히 그 시대를 살아오셨던 분들의 몸에 체득된-잊고 싶어도 잊혀지지 않는-가난의 기억까지도 품고 가야하지 않을까?
첫 인터뷰에 응해주시고 그 시절의 삶의 기억을 나눠주신 이홍기 어르신께 감사드리며 그 분이 말씀하시는 좋은 시절을 좀더 누릴수 있도록 건강하시기를 기원한다.
 글_ 한세란

말씀중에 등장한 짚풀공예품

▲새끼줄


▲메꾸리(둥구미)


                         
▲삼태기


▲멧방석

                                                                                      ▲짚신


                                                                                     ▲용구세(용마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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