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5일 수요일

땅이 있어야 농사를 짓지-1

땅이 있어야 농사를 짓지 (상- 월간환경 6월)


김충기(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대표)



도시농업에 관심이 점차 많아지고 있지만 그를 소화할 만큼 도시에 땅이 많지 않다. 도시에 혹시 비어있는 땅이 있거나 농지가 있다면, 그건 개발을 예정해둔 곳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니 빈 땅도 농사짓기에 쉽지 않다. 그리고 이 비싼 땅에 농사를 짓는다고 하면 다들 이상한 눈으로 쳐다볼 것이다. 도시농업이 활성화되려면 땅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은 쉽지 않다. 이에 대한 몇 가지 이슈를 두 번에 걸쳐 이야기 하고자 한다.



오죽하면 ‘상자텃밭’이란 것이 나왔을까?


도시농업에서 가장 먼저 대중적으로 성공한 것은 도시농부학교도 주말농장도 아니다. 도시농업이라는 운동을 알릴 수 있었던 가장 큰 공로는 바로 ‘상자텃밭’이다. 귀농운동본부 도시농업위원회와 흙살림이 처음 개념을 만들어낸 상자텃밭은 사실 다른게 아니라, 땅이 없으니 흙을 담아서라도 농사를 짓자라는 것이다.


도시는 온통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뒤덮혀 있다. 이런 도시에서 어떻게 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라고 고민하고 있을때 이미 누군가는 스티로폼박스에 화분에 벽돌로 쌓은 화단위에 농사를 짓고 있었다. 규격화된 화분에 적당한 배합토를 만들어 보급하기 시작한 것을 상자텃밭이라 부르기 시작했고, 오늘은 이것이 우리나라 도시농업의 대표상징이 되었을만큼 많은 곳에서 ‘상자텃밭’을 ‘나누어’주고 있다.


주머니텃밭, 손바닥텃밭, 플랜트텃밭 등 다양한 형태와 크기, 재질로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채소밭’, ‘텃밭’, ‘grow bag’ 등 상표도 가지가지이다. 지자체는 경쟁하듯이 상자텃밭을 무료 또는 아주 약간의 자부담만 받고, 보급(지원)한다. 몇 만 개, 몇 천 개, 몇 백 개를 나누주어도 신문에 보도자료내고 생색내기 바쁘다. 그런데 정작 이렇게 나눠준 상자텃밭에서 채소가 얼마나 생산이 되고, 매년 텃밭으로 다시 사용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텃밭이 만들어진(조성된) 건지, 흙과 화분만 매년 소비되고 있는 것인지 알 턱이 없다.


이제 상자텃밭은 그만하자는 이야기도 여러군데서 나올 정도이다. 오히려 자원을 소비하는 것을 부추기는 꼴이 될 수 있다는 것이고, 더 큰 문제의식은 상자텃밭으로 제대로된 농사는 어렵고, 아주 개인적인 텃밭 밖에는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도시텃밭에서 공동체성을 빼면 정말 얻을 것이 많지 않기 때문에 개인에게 주는 상자텃밭에 대한 공적인 의미는 크지 않다. 그런데 그걸 세금을 들여 하고 있다.


여전히 올해도 상자텃밭은 점점 더 많이 보급되어 나가고 있다. 그야말로 인기있는(정치인들에게 표가 되는) 정책이기 때문일 것이다.



‘주말농장’은 너무 멀어, ‘공영도시농업농장’은 아직 멀어


그나마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이 텃밭농사를 짓고 싶을때 가장먼저 찾는 것은 바로 주말농장이다. 우리 단체로도 이따금 주말농장 정보를 얻기 위해 전화가 걸려오곤 한다. 우리가 주말농장 정보를 다 갖고 있는 것도 아닐 뿐더러 직접 현장에 가지 않고는 전화로 상황을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최근, 지자체에서 직접 운영하는 시민농장, 도시텃밭들이 많아지고 있긴 하지만, 기존 주말농장에 비해 그 수가 턱없이 적기 때문에 경쟁률이 세고 아직까지 벽이 높다. 게다가 사설이든 공공이든 대부분이 도심에서 거리가 먼 곳에 있어 텃밭이라는 느낌이 안 들고 그야말로 ‘주말농장’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주말농장이라도 구할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정보가 부족하다. 한참 분양을 할 시기에도 그 흔한 검색으로 농장분양을 받기가 어렵다. 발로 뛰어야만 얻기가 쉽다. 일단 하루빨리 각 지자체별 사설주말농장이라도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되면 좋겠다. 공공농장은 워낙 구청이나 시청에서 홍보를 잘 한다.


도시농업 육성법은 ‘공영도시농업농장’, ‘민영도시농업농장’이란 용어로 법이 지원하게 될 도시농장을 정리해놨지만, 아직까지 이 말을 쓰는 곳을 한번도 본 적이 없다. 그리고 이미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형태의 도시텃밭에 대한 정리도 안되어 있으며, 오히려 법보다 먼저 각 지자체의 조례에 의해 공공의 예산지원으로 운영되는 텃밭이 정말 많아졌고, 그 형태와 내용 또한 가지각색으로 많다.
그에 비해 법에 있는 ‘공영도시농업농장’은 말이 너무 길고, 어감이 와닿지 않는다. 일본의 시민농원처럼 간단하고 포괄적인 의미에서 ‘도시텃밭’, ‘시민농장’같은 용어가 간단하고 좋다. 사람들도 ‘텃밭’이란 말을 많이 쓰지 ‘도시농업농장’이란 말은 쓰지 않는다. 그런데 법은 ‘도시농업’법이고 그 법에는 ‘텃밭’이란 용어는 나오지도 않는다. 영국의 allotment나 독일의 krein garten도 법으로 규정되어 있으나, 쉽고 간단하다.


아마도, 우리의 도시텃밭(도시에서 농사짓는 행위들과 그 공간)이 이제 막 시작되는 단계에서 도시에서 농사짓는 행위나 그 공간에 대한 용어(물론 상자텃밭의 경우는 다르다)가 일반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둘러 용어나 개념을 정리하다보니 이렇게 된 것 같다. 그리고 공간에 대한 지원이 핵심이 아니라, ‘도시농업’이라는 행위에 대한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니 정작 공간확보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은 요원하다.


아무튼 ‘주말농장’은 (물리적인, 정보접근에 대한) 거리가 멀고, ‘도시농업농장’은 갈 길이 멀다.



옥상으로 올라온 텃밭


도시에 농사지을 땅은 없는데, 비어있는 옥상은 많다. 실제 구주택가의 옥상을 위에서 내려다보면 4집 중에 한 곳은 많든 적든 옥상에서 채소가 자라고 있다. 그리고 그중 절반 정도가 아마도 거름을 직접 만들어 쓸 것이다.(주관적인 예상이다. 실제는 도시농업 실태조사로 이런 것을 파악해야 하지만, 아직 한번도 도시농업실태조사를 제대로 한 곳은 없어 이런 통계자료는 없다)


옥상텃밭이라고 부르는 어딘가는 아주 세련되게 디자인이된 정원처럼 만들어져있고, 그중 일부를(면적으로 보면 1/20도 안되게) 텃밭이라고 만들어놨다. 혹은 옥상정원이 만들어진 곳에 다시 텃밭이라고 일부 구획을 텃밭으로 만든 경우도 있다. 아무리 옥상녹화에 절반을 지원받는다해도 누구나 하기에는 쉽지않다. 그 비용이면 3배 정도 되는 옥상에 10배 정도 되는 경작면적의 텃밭을 만드는게 가능할 것이다.


반면에, 우리의 어르신들은 손수 흙을 퍼다가 갖가지 화분과 벽돌 등을 이용해 재료비 일부만 들이고 옥상의 일부 또는 대부분을 채소밭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 이 다양하고 자발적인 옥상텃밭에 지원을 한다면, 같은 값으로 얼마나 큰 효과를 낼 수 있을까? 더도말고 덜도말고 옥상녹화의 경우처럼 절반만 지원을 해도 좋을 것이다.


차라리 한두개 나눠주는 상자텃밭보다 옥상텃밭이 생산적일 것이다. 그리고 옥상텃밭을 관리(모니터링도 하고, 도시농업 지표중 하나로 관리)하는 것이 훨씬 수월하고 효율적일 것이다.


호미로 옥상을 경작하자!